그녀가 스트레칭과 덤벨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었고 그 노하우를 담은 피트니스 비디오, ?K스타일 바이 신혜(Style by Cine)?L를 사이판에서 찍고 돌아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진심으로 반가웠다. 우리들은 대한민국 대표 미인이자 스타로 살아온 그녀를 흠모하고 선망해온 대중의 한 사람이 아니던가. 생각해보라. 몇 편의 괜찮았던 영화와 화제가 됐던 드라마, 심지어 그저 그랬던 TV 드라마에서 소모될 때조차, 그녀는 이목구비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자기 존재를 증명해내는 드문 연기자였다. 연하의 남편과 아웅다웅하는 귀여운 아줌마로 변신한 드라마 ?K천생연분?L에서조차 친근하다거나 살갑다는 표현은 그녀에게 어울리는 완벽한 형용사는 아닌 것 같았고. 오죽하면 함께 출연한 금보라가 황신혜와 같은 나이라는 사실에 사람들이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겠는가.
촬영할 때 알게 됐지만 그녀의 스트레칭 실력은 수준급이다. 실제로 한 발로 지탱한 채 몸을 활처럼 휘게 만드는 동작도 보여주었다. 이 동작은 요가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아라베스크 동작을 응용한 것인데, 전혀 힘들지 않다는 듯 완벽하게 소화해 주변 스태프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얼마나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그녀는 ‘기간은 사람마다 달라요. 다만 처음부터 잘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면 잘할 수 있죠’라고 답했다. 처음엔 자신도 벽부터 잡고 시작했다면서. 어떤 동작은 익숙해지기까지 3개월간 꾸준히 연습한 적도 있다고 하니, 그 끈기가 놀라울 뿐이다.
‘스타일 바이 신혜’에서 우리는 유연성을 강화하는 스트레칭 운동법과 더불어 그녀의 야심작, 즉 근력을 키울 수 있는 덤벨 운동도 만날 수 있다. 열흘 동안 사이판의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피부를 초콜릿 색으로 태우며 한 동작 한 동작 정성껏 찍은 거란다. 팔, 허리, 배, 다리 등 신체 부위별로 살을 빼고 근육을 단련하는 동작들을 선보이는데, 모두 그녀가 다년간의 실습을 통해 효과를 본 것들이라고.
“덤벨이 뭐 얼마나 운동이 될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 사람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하겠어요. 덤벨은 세상에서 가장 간편한 운동이면서, 여자들에게 꼭 필요한 근력 운동이라구요. 저는 덤벨 운동으로 얻은 게 너무 많아요. 원하는 부위의 살을 빼고 몸매도 더 예뻐졌죠.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배우다’라는 자신감을 다시 얻었기 때문에 기뻐요.”
스스로를 약간 소심한 A형이라고 소개하는 그녀가 이렇게 우울해질 때마다 마음을 추스린 방법이 재미있다. 바로 인터넷에 즐겨찾기 해둔 ‘롤모델’들의 사이트를 클릭하는 것. 캐머런 디아즈, 제니퍼 애니스톤, 빅토리아 베컴이 바로 그녀의 따끔한 코치들이다. 이들의 매끈하게 빠진 몸매를 보면서 그녀는 맹렬한 전투의식에 불타올랐고, 뭐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고 한다.
“몸과 정신은 하나라는 거죠. 너무 뻔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어쩌겠어요, 평범한 말이 정말 진리인 것을. 게다가 운동만큼 그걸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건 없는 거 같아요. 무언가를 제대로 극복해냈다는 자부심, 성취감은 전부 운동을 통해서 느꼈어요. 이제 저는 나약한 정신보다 건강한 몸을 믿어요.”
건강은 그녀에게 많은 것들을 선사했는데, 그 중 최고는 딸아이 지영이다. 서른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임신을 하고 순산할 수 있었던 것도 누구보다 건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녀는 아이를 낳고 보니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더라며,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지 특유의 ‘어으흐흐’하는 웃음을 터트렸다. “촬영 때문에 피곤한 날들이 많잖아요. 늦게 들어가서 지영이 자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세상 시름이 다 잊혀져요. 뽀뽀하면서 막 껴안고 그래요. 이 아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서요.”
그녀는 ‘아이를 낳고 난 이전과 이후의 삶이 너무나 다르다’며 에디터에게 강력히 아이 낳기를 권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마치 이 세상 최고의 웰빙인 양. 그녀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다. 사실 예전 같으면 ‘결혼한 여자들은 이상해요. 결혼은 하지 말라고 하면서, 왜 아이는 낳으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응수했을 테지만. 왜 나이 들수록, 아이들이 꼬물거리며 놀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순화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던가. 인류 대대로 물려져온 모성애라는 감정이 발현되는 날이 오기는 오는 모양이라며 우리는 웃었다.
“예전엔 생각이 너무 많았어요. 키스 신을 찍을 때도 진짜처럼 해보고 싶었지만 ‘남들이 뭐라고 할까’ 무척 신경이 쓰였어요. 뭘 해도 워낙 주변에서 말이 많았으니까. 근데 지금은 편해요. 보는 사람들도 편하대요.” 사랑스런 아이와 마음의 평화 덕분에 그녀에게는 요즘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그녀는 요즘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단다. 왜 살다 보면 별거 아닌데도 한없이 꼬이는 일들이 있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그런 우여곡절이 참 많았는데, 신기하게도 그 순간 순간을 잘도 넘겨왔다며, 모두 가까운 친구들 덕분이라며, 그녀는 인터뷰 중에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기까지 듣자 나는 그녀를 인터뷰하기 전에 찾아본 팬 클럽 홈페이지의 한 구절이 갑자기 떠올랐다. ‘좋아하는 사람-진실되고 착한 사람.’ 사실 그 순간에는 좀 코믹하게 여겨졌는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 이 말이 농담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녀는 낙천적이고 정직하고 활동적인 사수자리의 전형이지 않은가! 과연 지금의 황신혜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해졌다. “진정한 친구는 딱 두 사람. 많지는 않죠? 착하고 진실된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잖아요. 아니, 많은 거 같다가도 없고, 없는 거 같다가도 많아요. 마음이 통해서 진실되게 사귈 수 있는 친구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말이에요. 누군지는, 다른 사람들이 서운해하니까 말 안 할래요.”
인터뷰가 있었던 날 저녁, 왠지 아쉬운 기분에 나는 그녀가 요즘 한창 재미를 붙였다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에 들어가보았다. 그녀 말처럼 만든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고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터라 여느 스타들의 미니홈피처럼 많은 글이 올라와 있지는 않았다. 그게 오히려 좋았다. 호젓한 기분으로 나는 마우스를 천천히 내리며 황신혜의 아주 사적이고 소박한 사진들-예를 들어 화장을 안한 모습이라든지 딸 지영이와 함께한 모습이라든지-을 흥미롭게 감상했다. 그러다 우연히 오늘 만난 이 여자의 본질을 단숨에 전달하는 한 구절을 발견하고 무릎을 쳤다. ‘요즘 비디오 찍으랴, 책 내랴 여러 가지로 힘들었는데, 이 홈피가 나를 이렇게 즐겁게 해줄 줄이야! 앞으로 즐거운 많은 일들, 많이 올릴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아야지.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