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박재갑 교수, 담배금지법 제정 두번째 청원
”담배는 팔고 사면서 멜라민은 나쁘다고 하는 것은 코미디 아닌가요?“
박재갑(사진·전 국립암센터 원장) 서울대 의대 교수가 11일 담배 제조와 매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입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2006년 2월에 이어 두 번째 시도다.
박 전 원장은 ”어떤 상품에서 단 1가지 발암물질만 나와도 팔지 못하는 게 상식인데 발암물질이 15종류나 되는 담배 만큼은 버젓이 팔리고 있다“며 ”이 법안이 세계 최초이기 때문에 더욱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암센터 초대 원장으로 6년간 임기를 다한 뒤 교수이자 대장 외과 전문의로 명성을 얻고 있는 그는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이번 만큼은 희망적으로 본다. 오랜 시간 헌법학자와 대법원 판사 등 법률가들로부터 많은 자문을 얻어서 입법 청원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흡연자는 사회가 만든 희생자다. 정부가 전매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제 돌려줘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담배에는 청산가스 비소같은 ‘독극물’이 들어 있어 해마다 국민 5만명이 희생되고 있다, 흡연자들에게 담배를 판 수익금은 금연과 담배 농민 보조 용도로만 써야 한다….
금연 반대론을 조목조목 반박한 그는 ”실제로 협박도 자주 받고 외국에 나갔을 때는 공관에 신변보호를 부탁한 적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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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담배와 멜라민은 자발적인 선택 여부가 다른 까닭에 이 두 가지는 경우가 전혀 다르며 단순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적어도 21세기의 흡연자들이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고 피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몸에 다소(?) 해롭더라도 담배가 주는 주관적 차원의 이점을 찾아가는 것도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욕구입니다. 즉 심적 만족감, 구강과 폐에 대한 자극을 즐기는 행위, 담배 특유의 향에 대한 기호행위 등을 위해 선택한 행위는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육체적 건강을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심적 내지 정서적 만족감을 찾는 것에 대해서 국가가 개입할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국가가 개입할 부분은 길거리 흡연이라거나 금연지역의 흡연과 같은 비흡연자들의 권리와 건강을 침해하는 부분에 한정되어야 합니다.
현대 국가들은 건강에 해를 끼치는 많은 부분들을 공인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는 술이 되겠습니다. 음주로 인해 개인의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타인에게도 많은 피해가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국가에서 금주령을 내리지 못합니다. 이런 저런 세상사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술은 나름대로 좋은 탈출구가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금주령이 지켜지기 힘들다는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죠)
이슬람의 경우 오랜 전통과 강력한 종교정책으로 인해, 모두 종교라는 일종의 아편(이 표현이 딱히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하려는 의도는 아님)이 술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금주령을 내리면 그 공백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요? 또 그런 식으로 종교에 대한 사회 전체의 열광은 반드시 사회에 긍정적일까요?
술 이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건강에 부정적인 것들이 온갖 영역에 있습니다. 화식(火食)으로 인류가 위에 큰 부담이 생겨 각종 질병이 시작되었지만, 그런 식생활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또 짜고 맵고 자극적인 각종 양념들 역시 인간의 몸에 해롭지만 우리들은 그런 음식을 계속해서 먹고 있습니다. 커피와 탄산음료, 또 인스턴트 식품과 냉동식품을 비롯한 각종 가공식품은 또 어떻습니까?
이렇게 공인된 것들 중 건강을 해치는 것은 식품만이 아닙니다. 중독에 의해 건강을 망치는 게임과 인터넷, 늘 부작용이 큰 부담이 되는 성형, 발가락과 허리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하이힐, 자궁 등에 좋지 못한 영향을 주는 미니스커트, 남성의 고환에 나쁜 영향을 주는 꽉 끼는 속옷 등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들은 담배 연기처럼 주변인에게 직접 피해를 주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로폰의 경우처럼 밀실에서 개인적으로 즐긴다 하더라도 국가적으로 보자면 손실입니다. 그런 식의 개입이 극단적으로 강화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까요? 이런 식으로 개인의 기호와 취향까지 국가가 개입해 간다면, 나중에는 채식을 강요하거나, 성범죄의 가능성을 들어 남성을 거세하며 인공수정 및 인공자궁을 이용해 자손 번식을 하는 사회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세원 등의 현실적 이유로 담배의 제조와 판매를 막는 법안이 통과할 활률은 희박해 보이며, 담배를 막는다고 해서 저런 사회로 진행할 가능성도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국가와 개인의 부적절한 관계를 걱정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개인의 영역에 자꾸 들어오고, 또 그것인 당연한 것인양 인정하게 되는 사회가 된다면, 곧 바로는 아닐지라도 위와 같은 끔찍한 사회로 이행도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기사의 댓글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 흡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전형적인 논점 이탈입니다. 물론 자연스러운 연상으로 그런 댓글을 달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뭔가 논박하려는 것은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우는 것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