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야기
-사전을 찾던 사나이가 지쳐있다
오가다 가메노스께
「사」자가 무수히 늘어 서 있다.
사, 사, 사, 사, 사, 사, 사......라고.
거기에
노란 옷을 입은 사나이가
길을 물으러 왔다.
하지만
어느 「사」도 알고 있지 않았다.
노란 옷은 언제까지나 서 있다.
아아
어찌된 일인지
그 노란 옷에는 단추가 하나도 붙어 있지
않다.
白에 대하여
오가다 가메노스께
솔밭 속에는 물고기 뼈가 떨어져 있다.
(나는 그것을 세 번이나 본 적이 있다.)
2월
오가다 가메노스께
애기가 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 보니 닭이 울고 있다.
벌써 아침은 지나고 조용히 태양이 파란 하늘에 나와 있다. 미풍에 노송나무 잎새가 흔들리고 큼직한 고양이가 대들보를 타고 지나간다.
두번째로 고양이가 지나갔을 때 나는 누워서 뒹굴고 있었다
공기총을 가진 사나이가 담장 밖에서 참새를 쏘았으나 맞지 않았다.
헤어진 양말을 신은 아이가 손에 기(旗)를 들고 방으로 들어 온다. 그리고는 방안이 어두웠으므로 그 차가운 손으로 나의 얼굴을 더듬는다.
밤이 쓸쓸해
오가다 가메노스께
잠이 오지 않아서 밤이 깊어진다.
나는 전등불을 켜놓은 채 천장만 쳐다보며 누워 있다.
전차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면 갑자기 밤은
실처럼 가늘어지고
그 실끝에 전차가 매달려 대롱거린다.
부자(父子)
오가다 가메노스께
북소리는 하늘을 고무공으로 만들어 버린다.
둥둥 북소리가 길바닥을 넘쳐와서
잠들었던 애기를 깨워 버렸다.
엿장수는
「날씨 참 좋습니다」 수작을 걸었다.
나는
「저 엿은 맛이 쓰단다」고 애기에게 말했다.
북소리 때문에
나는 서 있기도 싫을 만큼 속이 상했다.
눈을 뜬 애기가 측은하여 함께 툇마루에
나가 나란히 앉았다.
국화가 말라버린 뜰녘에 2월의 하늘이 빛났다.
애기는 내 소매를 꼭 잡고 있었다.
밤
오가다 가메노스께
나는 밤을 깜깜한, 이상하게 큰 도시와 같은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다.
5월
오가다 가메노스께
울고 있는 것은 닭이고, 불고 있는 것은 바람이다. 방 한 가운데까지 들어 온 햇빛은 덧문 옹이구멍으로도 기어들고 있다.
나는 끼니 같은 것도 될 수 있다면 점심밥은 12시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다라고도 생각해보고, 이제는 언제 일어나 나가도 밖이 어둡지 않겠다고도 생각해보곤 했다. 지난 밤에는 말만한 개가 수레를 끄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꼭 내 생각대로 되었다고 몹시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다.
빈 병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은 공기가 햇빛을 머금고 옆집 지붕 그늘에 벚꽃을 피웠다. 덧문을 열어버리니 집밖이나 집안이나 별 차이가 없어졌다.
죽순을 삶고 있는데 파란 에나멜로 「강매사절(强賣謝絶)」이라고 쓴 패찰을 팔러 온 사나이가 묘한 얼굴을 하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없이 그 패찰을 내밀었다. 삶고 있는 죽순 냄새가 현관까지 퍼졌다. 거절하고 부엌으로 돌아오니, 이번에는 솜장수가 뭔가를 씨부렁거리며 부엌문을 연다. 반바지에 중절모를 쓰고 있었다. 등을 돌린 채 대중없이 지꺼리고 있었더니, 그 솜 도깨비는 문을 열어둔 채 가버렸다.
담천(曇天)
오가다 가메노스께
먼 정류소에서는
파란 실크 모자를 쓴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맑은 날씨였는데 그것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하고
말이 없는 사람들이었으나 떠들썩하고
어두침침한 정류소는
더욱 어둡다.
예쁜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