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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김정현 |2008.11.16 23:08
조회 42 |추천 0


Senior 09

SAT subject test

SMS Fall Theater Production

18th birthday

Thanks Giving

Fist semester third quarter

 

고 3 2학기

수능

스무살 생일

학창시절의 마지막

 

 

 

 

 

만일 삼년전에 내가

조금만 더 건강해서

시험장에서 정신을 잃지 않았다면

그래서 외고에 붙었다면

그래서 미국에 오지 않았다면

 

만일 내가 교환학생 1년 후 한국으로 돌아갔다면

Saint Mary's에 오지 않았다면

 

 

이제까지 향수병으로 흘렸던 눈물도 없었을 것이고

몇개월동안 나를 괴롭히던 왕따의 굴레도 없었을 것이며

스트레스와 기름진 음식으로 몸이 망가지지도 않았겠지

 

동시에

3년 내내 야자와 학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겨우네 스타킹과 보온성 제로인 교복을 입고 추위에 떨었을것이며

가족들을 생각하며 흘린 눈물보다는

짜증스럽게 내뱉은 불평이 더 많았겠지.

 

내가 얼마나 그림을 사랑하는지도 몰랐을거고

수학시간이 이렇게나 즐거운지 몰랐을거고

매일아침 혼자서 일어나는건 꿈도 못꿨을 것이며

책임감이 뭔지, 혼자서 살아간다는게 어떤 것인지도 알지 못했겠지

 

내 세상은 턱없이 좁았을 거고

한국이라는, 그 속에서도 분당이라는 조그만 공간에서

눈먼 나의 자만과 오만감만 자라났을테지.

 

 

하지만 이 모든건

내가 한때 직면했던,

하지만 은근슬쩍 피해버린 운명이자

내 친구들이 벗어나지 못했던

가장 힘든 현실을 덮어버리려는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수능

 

대한민국 모든 고교생의 미래를 판가름하는

잔혹하고 이기적인,

 

 

만일 내가 미국에 오지 않았더라면

전혀 다른 삶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더라면

얕은 지식과 한국에 대한 불만과 불평으로

아무 근거없는 반란을 꿈꿨을거다

 

하지만,

학교라는 기관이

공부 이외의 다른 것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이 시간 일 분 일 초 동안에도 체험하고 있는 지금은

스스로 울타리를 치고

우리들이 친 그 울타리 안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

나의 조국의 현실이 슬프게만 느껴질 뿐,

 

 

 

내 나라를 비난하거나 깎아내리려는건 아니다.

오히려

그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아준

내 친구들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나라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나라면 과연 그 기나긴 압박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언젠가 엄마와 통화하면서

한국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유학생활로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두가지 삶 모두 힘든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곳에서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적어도 내가 선택한 일로 인한 것이기에,

내가 개척하고 내가 살아가는

진짜 나의 삶이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존경하고

사랑한다.

겁쟁이같이 도망쳐 버린 나와는 달리

끝까지 버텨준 나의 친구들과 선배들

오빠 언니들과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

 

그리고 희망한다

우리가 자라나서

우리가 정책을 만들고 법을 만들 때,

우리의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갈 때는

그 아이들의 눈에서

우리가 흘린 눈물이 나오지 않기를

그 입에서 신음이 나오지 않기를

그리고 그들의 뒷모습이

우리처럼 힘없이 늘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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