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은 인천의 가장오래된 빈민가, 미국의 할렘같은 곳이다.
그곳의 아이들은 일을 나간 부모들때문에 아이다운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배가고프면 밥을 차려먹고 졸리면 자고 놀고 싶으면 놀고 그런 사람을 산다. 그리고 사람들은 괭이부리말아이들이라면 혀를 내두른다."괭이부리마을 아이들은 안돼.." 그곳의 아이들은 학교에 적응을 잘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불량아가 되어 감방신세를 지는 것은 다반사다. 부모들도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아이들을 버리고 야반도주하는 것도... 언제나 열심히 살아가지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패배와 좌절은 그들에게 희망과 꿈조차 사치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이글을 읽는 초반에는 너무나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었다. 뭔가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책장을 열었건만 반이 지나도록 괴롭고 어려운 상황만이 전개되되니 말이다.
이 이야기는 누가 주인공이랄 것도 없이 괭이부리말에 사는 숙희엄마, 숙희, 숙자,동수, 동준, 명환, 명희, 영호 이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첫이야기는 숙희 숙자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숙자의 엄마는 집을 나갔다. 아빠와 숙자, 숙희를 두고... 그리고 나서 숙희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된다. 운동회도 집안일을 숙희가 도와줄 것이란 것도, 아빠가 술을 안먹는 것도, 그리고 엄마가 돌아온다는 것도.. 하지만 기적같이 엄마가 돌아왔고, 뱃속에는 동생이 있었다. 숙희는 그전보다 더 어리광쟁이가 되었지만 숙자는 엄마에게 다가갈수도 어리광을 부릴 수 도 없었다. 엄마가 힘들어서 다시 떠날까봐~ 조금은 불안했지만 안정을 찾아가던 숙자네집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고사로 행복이 절단난듯했다.
동준이는 숙희 숙자 자매와 같은 학년 절친이다. 그런데 동준이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동준이와 형 동수를 버리고 떠났다. 동수는 힘든 현실을 본드를 불며 외명하는 삶을 일삼았고, 자퇴를 한 상태로 점점 불량스런 생활로 빠져가고 있었다.
영호는 기술자로 근면하게 살아왔다. 어머니는 열심히 모은 돈과 영호가 갖다준 돈으로 아버지와 함께 지은 집의 터를 샀고, 남은 돈은 적금을 들으셨다. 그리고 암으로 돌아가셨다. 영호는 이제 세상의 홀현단신이 된 것이다.
명희는 괭이부리말 출신으로 숙자의 담임 선생님이다. 괭이부리말에서 살았던 과거를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또 다시 그 마을로 부임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자신의 반 아이들에게 마음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명환이는 말더듬이면서 행동이 굼떠서 왕따로 학교를 그만둬 버렸다. 그리고 아버지의 폭력으로 죽다시피해서 도망쳐 나왔다.
이 이야기의 어떤 사람도 평탄한 인생살이를 사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함께하는 행복의 길을 찾았다. 영호가 명환이와 동수 동준을 거둬들이며 서로는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영호는 영종도에 가서 일을 하고, 명환이는 살림을 맞았다. 그러나 동수는 처음부터 마음을 연 것은 아니다. 자신이 다시 버림 받을까봐 영호에게 마음을 꼭꼭닫고 믿지 안았다. 그런 동수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 영호는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배우고 있는 명희에게 동수의 상담을 부탁하고, 그 후로 1주일에 한번씩 영호네 집을 찾아온다. 어느 틈엔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어주는 것에 기쁨을 느낀 동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숙희 숙자, 어머니, 동수 동준 명환, 영호, 명희만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린다. 고깃국과 삼겹살 그리고 케익..냉장고에 붙인 종이 장식의 트리^^ 아이들은 이렇게 따듯한 세상이 있단 것에 환희와 행복에 젖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날 밤 새로운 식구가된 호용이..이들은 아주 작은 움직이지만..운명의 날카로운 손톱이 연약한 자신들의 꿈을 또 한순간에 찢어 놓을까봐서인지-작은 움직임이지만 힘차고 희망찬 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서로를 격려하고 사랑하는 가운데, 이제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가족이 되어버린 괭이부리말의 영호네식구들.. 풍족하진 않지만 서로가 있어서 행복한 그들은 어느 가족들 보다도 따스하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흡사 달콤쌉싸롬한 초콜릿을 녹여 먹는 느낌이 들었다. 첫맛은 쓰지만 입안에서 점차 녹을 수록 입안가득 스며드는 깊은 달콤함이 가슴으로 먹는 초콜릿같았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소설이아닌 작가의 이야기이며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직은 그래도 서로에게 배푸는 온정이 남아있기에, 살아볼만한 그런 세상. 돈 만이 유일의 가치이고, 약육강식이 진리가 되어버린 요즘 세태가운데,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네의 오지랖넓은 행동들로 아직은 그래도 아름답게 세상이 돌아가는 게 아닐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