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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 이벤트, 선물, 문자, 전화 ?

김지영 |2008.11.25 22:51
조회 77 |추천 0

어제는 내 동생 커플의 백 일 기념일이었다.

 

하지만 동생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남자친구로부터 아무런 이벤트도 심지어는 선물조차 받지 못 했다.

 

그러자 내게 남자친구가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둥 불만을 토로했다.

 

한 동안 옆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던 언니가 불쑥 끼어들어 한 마디 던졌다.

 

"야! 나는 그런 거 바랐으면 벌써 수 십 번도 더 헤어졌어!"

 

 

올해로 연애 6년째에 접어든 언니가 말하길,

 

자신도 사귀고 1~2년 남짓 까지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 못지않은 호사를 누렸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2, 3년 기념일을 거치면서

 

'기념일'이라는 것의 개념이 예의 '기념일=이벤트'와는 달라지더란다.

 

어쩌면 '기념일'이라는 것의 개념 자체가 아주 없어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말을 듣고 나와 동생은 광분했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도 그럴 것이, 연애 초짜인 나와 동생은 이벤트와 선물로 치장된 기념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내가 "문자 답장하기 귀찮아서 잔다고 했어."라고 하면 동생은 맞장구를 치며 거든다.

 

"나도 얼른 통화하고 잔다고 해야지."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언니는 혀를 찼다.

 

우리는 여기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나와 동생은 때때로 귀찮은 것도 참아가며 문자 답장, 잠자기 전·후 통화를 '의무적'으로 한다.

 

마치 무슨 숙제라도 되는듯이.

 

하지만 이러한 숙제로부터 언니는 굉장히 유연하고 자유로워보였다.

 

 

하지만 언니와 우리들의 '연애'에 있어서 정말 큰 차이는 따로 있었다.

 

나와 동생의 커플은 비교적 사소한 문제로 자주 다투는 데에 비해,

 

언니네 커플은 마치 오래 된 부부처럼 안정되고 평온해 보였다.

 

적어도 우리처럼 '다른 여자의 방명록'과 같은 문제로 다투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언니의 말에 의하면, "이제 그런 걸로 말씨를 할 때는 지났잖아."란다.

 

이미 어느 정도의 믿음이 축적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다.

 

 

사랑과 만남의 기간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6년을 함께 해 온, '오래 된 부부' 같은 언니네 커플보다

 

이제 갓 백일을 넘긴 동생 커플이나 아직 백일도 채 안 된 우리 커플의 사랑이 더 클 것 같지는 않다.

 

언니네 커플은 화려한 이벤트나 값 비싼 선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꼬박 꼬박 문자나 전화가 오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앞서  말한 나의 동생처럼 이벤트나 선물이 없다고 혹은 문자나 전화가 없다고

 

'그는(혹은 그녀는) 나를 별로 사랑하지 않아.'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일까.

 

간혹 보면 사람들은 지나치게 기념일, 문자 왕래 따위에 얽매여

 

그것으로 사랑의 깊이를 측정하려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어수룩함은 상대방의 진심을 곡해하도록 하고,

 

마침내는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굳이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우리 자신을 위해 조금은 너그러워 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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