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년하고도 한달 전에 제 홈피에 썼던 글입니다. 다시 기삿거리가 되고 있는 옥소리씨와 박철씨에 관련된 뉴스를 보자니 예전에 썼던 이 글이 생각이 나더군요. 제 심정은 그저 바른 어른이 됐으면 하는 것뿐입니다.
나는 영화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 등장하는 배우들 중에서 딱 떠오르는 이는 고백컨데 옥소리씨와 이경영씨밖에 없다 (남자주인공은 강석현씨였음을 뒤늦게 기억했다). 아주 어색한 연기였지만 눈에 띄는 미모와 촉촉한 목소리에 의해 많은 것이 용서되는 옥소리, 그에 반해 신인 연기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원숙한 연기를 보여 그의 외모가 더욱 돋보였던 이경영. 그리고 김현식/권인하/강인원의 목소리가 들리는 보석같은 영화 주제곡 [비오는 날의 수채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와 강신재의 소설 [젊은 느티나무]가 합해진 듯한 줄거리의 이 영화는 혼란 속의 발전 80년대를 마감하며 도약과 야심의 90년대를 시작하는 초입에서 큰 히트를 쳤다. 거기에 옥소리가 있었다.
타국서 살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이야기들을 나름대로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요즘 인터넷을 뒤덮는 옥소리 vs 박철에 관한 기사들은 한마디로 참 딱하디 딱한 한국의 언론 성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는 일전의 신정아 사건 때와 똑같다. 왜 딱한지 한번 살펴보자.
일단 사람들은 <잉꼬부부의 배신>에 대해서 경악을 했다. 사실 잉꼬부부인지 앙숙인지 우리가 그 부부사이를 직접 눈으로 본 적없이 그저 매스컴에 나오는 이미지만을 보고 별명을 붙였으므로 나는 그리 경악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부부사이란 그 당사자도 사태파악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제 3자인 대중이나 언론이 어찌 옥소리와 박철의 관계에 대해서 판결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일찌감치 <잉꼬부부>는 그 이미지만이 존재했지 실체는 없었던 허상일 수도 있다. 만약에 배신감이 들었다면 그는 <우리가 믿고 싶고 보고 싶은 것에 대한 배은망덕한 배신>이었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우리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희망사항에 뒷통수를 친 사건 자체로부터 온 배신감이다. 사건에 대한 경악이지 우리는 이 두 사람에 대해 경악하지 말아야 한다.
언론은 <옥소리의 외도 vs 이에 처신하는 박철>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언론이 초점을 맞추는 시점은 공평하지 못하다. 옥소리의 외도는 이미 일어난 일이고 이에 대한 박철의 태도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옥소리에 대해서는 과거형을 쓰고 박철에 대해서는 현재형을 쓴다. 이는 이미 언론에서 결론을 내리고 사건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옥소리에 대해선 죄값을 치르라는 강경한 목소리만이 있고 박철에 대해선 잘 인내하고 잘 처신하고 있는 그의 모습과 함께 그의 입에서 나오는 소위 '명언'만이 매일 매일 업데이트된다. 나는 옥소리를 우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언론의 태도는 참 한심하다. 신정아 사건 때에도 누가 더 짙은 외설기사를 실을 수 있는지 경쟁이나 하듯이 딱하고 딱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었다. 가져다 붙이면 말이 되는 것이 기사인양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신정아의 바르지 못한 행실 vs 이에 이용당한 변양균>의 시각으로 인정사정없이 몰아부쳤다. 난 한국 사람들이 저렇게 하나의 소리를 낼 수 있구나, 아주 놀라면서도 몸서리를 칠 수 밖에 없었다. 감정이 격한 기사들은 완전한 기사가 아니니 이 기사들에 실린 한결같은 시각에 나는 동조하고 싶은 생각 없다.
위의 이야기를 이어서,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어댔 듯, 변양균이 신정아와 오랫동안 긴밀하고 은밀한 내연의 관계를 유지하다가 운없게도 온천하에 까발려졌거늘 왜 변양균의 아내는 박철처럼 <돌아보는 새는 죽은 새이다> 명언을 휘날리며 이혼법정에 서게 되었다는 기사는 접할 수가 없는가? 옥소리가 파트너로 있다는 웨딩 사업체의 대표는 웃기지도 않는 <폭로 기자회견 (오, 이건 진짜 코미디)>에서 옥소리가 1년 6개월전부터 이상한 낌새가 있었으며 자신이 직접 외도 사실을 확인하고 박철또한 확인했으니 이래저래 피해를 입은 자신에게 <옥소리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하고 또한 사건이 불거져 나왔을 때부터 박철은 이혼만을 강경하게 주장해 왔다. 언론은 이 모든 정황에 대해서 박철의 입장에 한결같이 손을 들어주는 있는 태세다. 외도는 외도고 불륜은 불륜이지 사실 그 안에 어떤 외도가 더 지독한 것이고 어떤 불륜이 상놈의 것인지 급을 구분지을 수는 없다. 다만 외도나 불륜에 대해서 사건의 당사자들이 취하는 태도에 따라서 용서되지 않는 외도/불륜 혹은 전화위복의 외도/불륜이 되는 것이다.
아이의 신변을 보호하려는 박철의 태도나 그가 기자들에게 한 말들을 보면 그는 참 똑똑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연락이 두절된 옥소리를 보니 그 정황과 심정이 이해가 된다. 그 중간에 끼인 내연남은 이런 상황까지 올 줄 몰랐을테니 지금은 좀 어안벙벙한 상태일테고 옥소리와 사업파트너로 있다는 박씨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고 억울한 심정을 호소하면서도 자신의 사업체를 프로모션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며 폭로기자회견까지 여는 해프닝을 만들었다. 이혼에 관련되는 당사자들이 가장 참담한 심정이리라. 내연남도 끼고 외도를 확인했다는 사업 파트너도 끼니 참으로 어글리한 상황이 만들어지는구나. 쯧쯧.
천주교에서는 결혼은 신이 맺어 준 신성한 인연이라 생각하며 이혼을 금기시하는 반면 유대교는 "결혼을 향해서는 걷고 이혼을 향해서는 뛰어라"라는 설법처럼 타당한 이혼이라면 주저하지 말라고 한다. 결혼생활 10년이면 쌓인 내공이 상당할텐데, 저렇게 한순간에 끝나는 결혼을 보니, 씁쓸한 심정이다. 인구도 많아지고 그만큼 더 관계도 복잡해진 현실에서 알콩달콩 잉꼬부부는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걸까? 부르르 끓는 양은냄비같은 작금의 한국 언론은 언제쯤이면 묵직한 뚝배기의 맛을 낼까? 그리고 우리는 언제 진정한 어른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