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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 프랑스 이브아르

한아름 |2008.11.29 22:20
조회 442 |추천 0

이브아르로 출발하기 전 유람선에 덮여있는 천위에 능글스럽게 앉아있는 오리를 보고 한참 웃음을 터뜨렸다. 

 

제네바에서 이브아르로 2시간동안 우리를 실어다 줄 유람선

 

이브아르 가는길에 정거장이 다섯개 쯤 있다. 그 마을들 중 하나.

 

유쾌한 국장님과 윤제

 

너무 귀엽게 춤을 추며 놀던 아이 두명, 부모의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표정이 살아있던 아이.

 

포토제닉 윤제

 

포토제닉 국장님

 

 나와 국장님의 모습

 

스타일리쉬 했던 두명의 아줌마여행객들

 

마을이 이렇게 다들 아기자기 하다

 

계속 귀엽게 까불면서 놀던 사촌지간의 아이들. 이종사촌이었다.

 

이렇게 도란도란 늙어가는 남편이 있었으면.

 

아주 재롱을 부리던 요크셔 테리어와 해맑게 나온 윤제

 

이탈리아의 소도시 분위기가 나는 이브아르

 

졸업사진 모드라며 좋아했다.

 

참하고 예쁜 지현이

 

프랑스 소녀같은 윤제

 

 내 모자를 쓰고 좋아하는 윤제

 

온 동네가 꽃밭이었다.

 

독특한 모습의 서양 승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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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7  여정 제네바 Yvoire France-유람선으로 이동, 올때는 유람선으로 니용까지 왔다가 기차타고 제네바

국장님을 만나 이브아르로 유람선 타고 감.

이브아르 관광, 잠시 소나기를 만나지만 이내 그치고 맛있는 크레페와 진짜 탄산 사과주(cider)를 마셔봄.

이브아르에서 예쁜 사진을 많이 찍고 돌아오는 길에는 20분만 유람선 타고 기차를 타고 스위스로 돌아옴.

시티호스텔에서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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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적인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도 않고, 그저그런 흔한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도 않지만, 나는 여행다운 여행의 첫날은 그래도 행복하게 보내고 싶었다. 인턴 기간 동안 외강 내유의 따스한 마음씨와 객관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관철하셨던 국장님과 나중에 딸을 낳은다면 이런 아이를 낳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두명의 예쁜 동생들과 함께 나는 여행의 시발점을 끊었다. 이탈리아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혹은 프랑스의 로망스가 넘쳐 흐르는, 어떤 면에서는 어린 시절 에버랜드가 자연농원이었을때 보트를 타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지구마을의 아기자기함이 묻어나는 이브아르로 행하기 위해 우리는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나는 꽤나 화려하게 차려입었다. 어떤 면에서는 관광객처럼 보였고 어떤 면에서는 부유한 아가씨 처럼 보이기도 했다. 동양인의 외모를 가지고 프랑스 령의 작은 섬을 돌아볼 때엔 아무리 현지인 처럼 또는 유학생 처럼 보이려 애를 쓴다 한들 관광객 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나는 예쁜 사진을 찍는것을 좋아한다. 사진에 내가 예쁘게 찍히는 것 역시 좋아한다. 요즘아이들이 흔히 쓰는 말로 진상처럼 보이는 사진만 찍히고 싶어하는 20대 여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유람선 안에서 나는 몇몇 가족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것은 선취미가 될 수도 있고, 악취미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람을 관찰 하는것을 유독 좋아한다. 나는 전문적으로 심리학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표정으로 표현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메카니즘은 알고 있다. 그래서 행복한 모습의 사람을 관찰하면 나도 괜히 행복해 지고, 우울하고 일상에 찌들어 있는 모습의 사람을 관찰하면, 괜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한다. 어쨌든 나는 유람선 안에서도 유람선에 탄 외국인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이상한 동양인이었을 수도 있겠다. 식료품점에서 이런저런 간식거리를 한가득 산 채로 유람선에 몸을 실은 우리는 유람선에 타자마자 샌드위치와 크래커, 라씨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그런 우리를 바라보는 국장님의 눈길은 난감하다기 보다는 우리가 철이 없고 귀엽다는 표정처럼 보였다. 적어도 먹으면서 다른사람의 자리를 뺏거나 하진 않았으며, 정말 철 없이 과자 부스러기를 여기저기 흩뿌려 놓은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아니 특히 나는 이런저런 간식을 먹으면서도 사람들을 관찰했다. 사실 유럽인들은 상당한 메리트를 가지고 살아간다. 유럽은 열차로 연결되어 있으며, 덕분에 이들은 우리가 수백만원을 들여야 간신히 며칠이라도 올 수 있는 대륙을 마음대로 넘나들며 여행을 즐긴다. 그들은 돈이 많아서 여유로운 크루즈 여행을 즐기고 있는것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소시민들이며, 우리가 여행을 시작한 8월 18일은 그들에게도 휴가 성수기 였기 때문에 가족끼리 여행하는 사람들을 비교적 많이 만났을 뿐이다. 빨간색 윈드브레이커를 똑같이 입고 여행하던 가족은 나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나는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으라는 국장님의 말이 생각나 그들을 내 카메라에 담지는 않았다. 내 권리가 침해받고 싶지 않은 것처럼, 내 초상권이 침해받기 싫은 것 처럼, 내가 그들의 모습을 허락받지 않고 촬영할 권리는 없지 않은가.

 

이브아르로 가는 길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다. 스위스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그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할 줄 아는 국가이다. 깨끗한 공기와 깨끗한 물은 그들의 자랑이자, 다른나라 사람들을 스위스로 끌어들이는 소중한 자원이기도 하다. 하늘은 살짝 흐렸다가 잠시 안개비를 뿌리고 이내 개었다. 제네바의 레만호수에서 프랑스령의 이브아르 섬까지는 2시간이 채 걸리지않았고, 우리는 동화에서나 나올법 한 아기자기한 마을들을 지나며 동화속의 주인공이라도 된듯한 착각에 빠졌다. 나는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절대 빠져서는 안된다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흰색 롱 블레이져를 입고, 카키색 쇼츠를 입었다. 오래 걸어도 발이 편한 푹신푹신한 글래디에이터 하이힐도 잊지않았다. 나의 차림새가 과연 패셔너블할까, 아니면 오버스러울까, 나에게 어울리기라도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것은 여행이지 않은가. 활동하기에 편하면서 좋은 사진이 나오기 위한 괜찮은 복장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다소 오버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나는 T.P.O는 지키는 사람이다. 언제 다시 스위스에서 유람선을 타고 아름다운 섬을 돌아볼지 모르는데, 후줄그레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카메라 속의 피사체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전자를 택했다.

 

이브아르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만난 풍경은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펼치는 바비큐 파티였다. 그들 중 한 남자는 적당하게 건장한 구릿빛 피부를 뽐내며 분주하게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파티는 화려하고 사치스러운것만은 아니다. 정말 우리같은 소시민들이 삼겹살 집에 가서 고기를 구워먹듯, 이들은 커다란 상을 놓고 이런저런 음식들을 구워서 나눠먹는다. 맥주와 와인을 곁들이지만, 이들에게 와인은 사치가 아닌 소주이다. 생산지에서 사먹는 와인의 가격을 상상은 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맛 좋은 와인을 2천원, 3천원에 파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 아닌가.

나는 그들이 즐겁게 순간을 즐기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미리 양해를 구하는 에티켓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애처롭게도 그들은 하도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두장의 사진 모두 흔들리고 말았다.

나는 유람선 안에서 국장님의 활짝 웃는 사진을 담은것만으로도 오늘 내 사진 활동의 수확은 아주 크다고 믿고 있었고, 섬을 돌며 아름다운 사진을 많이 찍어나가자고 생각했다.

 

안쪽 골목으로 들어서자 마자 나는 신기한 사람들을 발견했다. 커다란 몸집의 개를 보고도 아무런 공포심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물 만났다는 듯 왕왕거리는 요크셔테리어의 기세등등한 짖음을 보면서 나는 그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앙큼한 강아지는, 혹은 개는 오히려 커다란 개가 겁먹을 정도로 앙칼지게 짖고 있었다. 그 와중 50대는 넘어보이는 두 아주머니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 삼각대 정말 좋아보이는데, 어디서 샀어요? 그 삼각대 사진좀 찍어도 될까?"

나는 사실 살짝 어안이 벙벙했다. 10년이 훌쩍 넘은 내 삼각대는, 아빠가 한창 귀여울 우리 모습을 찍어줄 때 샀던 캐논 자동 필름카메라를 위한 그리 비싸지 않은 일본 미니 삼각대였다. 삼각대에는 초상권따위는 없지 않은가. 나는 그 아주머니들에게 활짝 웃음을 지어보이며 삼각대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말씀 드렸다. 좀 우스워서 잠시 피식 웃음도 지었다.

 

이브아르 섬은 그리 크지 않다. 다 돌아보는데 한나절도 채 걸리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정말 동화나라에 온듯한 아기자기한 건물의 연속은 지난 2주동안 회의 필기에 온통 정신을 쏟았던 스트레스를 날려줄 만한 소소한 행복의 연속이기도 했다. 높아봐야 2층이나 3층밖에 안되는 작은 건물의 창가에는 거의 모두 아름답게 자란 색색의 꽃이 장식되어 있었다. 기념품 가게도 예뻤고, 장신구 가게도 예뻤으며, 거리와 식당도 모두 예뻤다. 아주 흔한 형용사지만 예쁘다는 형용사는, 이브아르를 가장 잘 형용할만한 형용사이다. 다른 미사여구는 괜히 중언부언을 유도하는듯 해서 생략하고 싶다.

이브아르는 여성적이며 아기자기한 섬이다. 우리는 이브아르의 아기자기함을 만끽하다 소나기를 만났다. 그는 불청객이었다. 의연하신 국장님은 태연하게 우리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이 비는 오래 내릴 비는 아닌것 같아. 곧 그칠 테니 그냥 기다리지 뭐."

 

나는 국장님의 의연함을 본받고 싶었다. 나는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의연한 척 하는 20대의 치기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용서는 이제 어느정도 가능한 덕목이지만, 다혈질의 성격은 우황청심원의 겉 껍질 같이 얇은 막으로 둘러쌓여 있는,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휴화산같은 존재이다. 다만 나는 아까 말했듯 T.P.O는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남에게 해를 끼친 일이 없는것만해도 참 잘 살아왔다고 참 잘 참아왔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저그런 평범한 20대이다.

 

이내 비가 그치고 우리는 종종 걸음으로 섬을 둘러보았다. 모든 건물이 비슷비슷하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작달막한 건물과 꽃의 향연은 이 섬을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로 만들어 놓았다. 살짝 배가 고프기도 하고, 어딘가 앉아서 쉴 곳을 찾고 싶었기 때문에 우리는 가는길에 보았던 예쁜 크레페 집에서 크레페를 먹고 가기로 하고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성분이 들어있길래 그렇게 넓고 얇게 펴지는지 신기해 보이는 크레페 반죽을 쳐다보며 우리는 꽤나 한참 크레페를 만드는 요리사의 모습을 구경했다. 너른 철판위에서 동그랗게 퍼지는 크레페 반죽은 밀가루와 계란을 섞은 반죽에서 금새 적갈색으로 적당하게 익은 예쁜 크레페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짧은 커트머리에 여성스런 얼굴이 인상적인 직원이 우리를 안내했고, 우리는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각자 다른 크레페를 시켰다. 나는 진짜 사과주가 궁금해서 국장님과 함께 사이다를 시켰다. 사과를 살짝 발효시켜 알콜성분이 우러나고 탄산이 들어간, 진짜 사과주 말이다.

 

아직 주문한 크레페가 나오기 전에 우리가 앉아있던 좌석 바로 옆 야외석에 자리가 났다. 우리는 활짝 웃으며 그 자리로 옮겨달라고 요청했고, 우리는 야외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반달모양의 크레페 속에 치즈가 들어간 것, 시나몬과 설탕 가루가 뿌려져 있는것, 속안에 바나나 절편과 초콜렛이 가득 들어있는것 등 우리의 크레페는 아름답고 기세등등한 모습을 뽐내며 접시에 하나씩 담겨져 나왔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사과주의 맛도 좋았다. 톡 쏘는 느낌은 상큼했고, 스파클링 와인을 먹는듯하면서도 덜 달고 감미로운 맛은 내가 이국땅에 있음을 느끼게 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우리는 크레페를 먹으면서 타국땅에 있다는것을 실감했을지도 모른다. 이 나라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 있는 간식거리이지만, 우리는 아무리 마음을 먹는다 해도 생활 속에서 맛볼 수 없는 상상속의 간식일 뿐이니까.

 

역 근처나 대형 마트 간식 판매 장소에서 초록색 밀가루 전병처럼 얇게 부쳐 속에 야채를 넣어먹는 크레페와는 정말 많이 달랐다. 크레페를 맛보며 나는 다시 맛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적어도 향후 몇 년간은, 이 순간을 입속에서 만끽하기로 했다. 살짝 익은 초콜렛과 바나나가 입안 가득 퍼지는 나의 크레페는 다분히 맛있었고, 또 맛있었다. 달지 않은 사과주가 입안 가득 퍼지면서 그 둘의 느낌에 조화를 이뤄주었다.

 

우리는 크레페를 먹으며 잠시 수다를 떤 뒤 식당을 빠져나왔다. 크레페에 따라 6유로에서 10유로까지 하니까, 약간은 호사스런 간식일 수 있겠다. 우리나라돈으로 환산하면 한끼 식사값을 훨씬 웃도는 가격 아닌가.

이브아르섬에서 몇시간 동안 즐긴 풍경은 다름아닌 유쾌함이었다.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이 섬을 찾지만, 이 섬에서 만나고자 하는것은 화려한 기대와 낭만뿐만은 아니다. 섬 곳곳을 돌아다니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의 모습은 대부분 유쾌했고, 이들은 여행을 주춤거리게 하는 소나기 까지도 웃는 얼굴로 맞이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비 올것을 대비해서 방수되는 윈드브레이커를 준비해오기도 했다. 색색깔의 꽃으로 둘러싸인 섬은 총천연색의 꽃처럼 유쾌하고 낭만적인 몇시간을 제공해주기에 충분했다. 설사 유람선에서 잠시 말다툼을 하다가 온 커플이라도, 이 섬에 들어서면, " 아 예쁘다." 한마디에 하트눈을 뜨고 섬 이곳저곳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20분 남짓한 유람선을 다시 타고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기차를 타기 전까지 우린 약간 꿈에 젖은 듯 했다. 제네바 행 기차에 몸을 싣고 난 후에야 이브아르에서 멀어졌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네바의 꼬르나뱅역에 내리자 오늘의 몇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이런 마을이 부지기수라는 말에도 나는 동화의 나라로 다녀온듯한 여행에서의 꿈을 깨고 싶지 않았다. 작은 프랑스마을인 이브아르, 나는 이 곳에서 내 여행의 첫 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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