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영 : 6년전 그와 헤어질 때는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때 그는 단지 날 설레게 하는 애인일 뿐이었다.
보고싶고, 만지고 싶고, 그와 함께 웃고 싶고..
그런걸 못하는건 힘은 들어도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젊음 연인들의 이별이란게 다 그런거니까..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었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가야할 길을 먼저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었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보다 더 따뜻했다.
이건 분명한 배신이다.
...그때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들.
그와 헤어진게 너무도 다행인 몇가지 이유들이 생각난 건
정말 고마운일이었다.
...그런데,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가진데..
그와 헤어져선 안되는 이유들은 왜이렇게 셀 수도 없이
무차별 폭격처럼 쏟아지는 건가..
이렇게 외로울때,
친구를 불러 도움을 받는 것조차 그에게서 배웠는데...
친구앞에선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져도 된다는 것도
그에게서 배웠는데..
...날 이렇게 작고 약하게 만들어놓고... 그가.. 잔인하게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