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결국 너한테 넘어오디?
친구의 말 한마디에 남자는 충격을 받습니다
너 지금 뭐라고 그랬냐?
남자의 심상치 않은 반응에 친구는 긴장하며 입을 다물어 버리죠
우리 아니 걔하고 나 그런 사이 아니거든
앞으로도 아니 나 없을 때도 그런 식으로 말 안 했으면 좋겠다
오늘 술 마실 기분 아니라서 나 먼저 갈게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친구의 짜증난다는 얼굴을 외면하고 가게문을 향해 걷는 동안
남자의 머리속은 온통 이 말로 가득합니다
그래 남들에겐 그렇게 보이는구나
그렇게 쉽게 말하는구나
가게를 나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그냥 걷습니다
어느새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려해진 가로수 앞에서
한 연인은 팔을 높이 들어올려 사진을 찍는데
그 모습을 보자 남자는 더 억울해지며
저렇게 한번 사진이라고 찍어봤으면
한번 웃으면서 길이라도 나란히 걸어봤다면
처음부터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한번도 제대로 좋아하지도 못했습니다
처음 보던 날
가슴이 멋대로 막 뛰었을 때도
혼자만 좋아한다고 생각했을 때도
그녀의 마음도 같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도
언제나 조심조심
내 게 아닌데 욕심내면 안된다
그녀가 흔들려도 나는 그러면 안된다
마음엔 껍질이 없어서
또 세상은 비밀이 없어서
사람들이 알게 되어버렸지만
우린 정말로 그런 게 아닌데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믿었던 친구까지도
그래 결국 너한테 넘어오디?
험한 말로 정리하니까 결국 그렇게 되는군요
친구의 여자를 가로챘다더라
골키퍼 있어도 골은 들어가더라
그런다고 그 여자는 또 넘어왔다더라
그 여자도 어쩔 수 없다더라
머리를 아무리 흔들어도
남자는 그 말들을 떨쳐낼 수가 없을 것만 같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래 마음 가는대로 해보자
아니다 그래도 그녀에게 이런 말 듣게 하면 안 된다
한걸음을 뗄 때마다 달라지는 마음
추운 줄도 모르고 남자는 저렇게 길을 걷고 있습니다
나에 대한 말은 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 대한 말은 참을 수 없습니다
그들도 사랑을 해봤다면 그렇게는 말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요
한줄로 정리될 수 없는
사랑을말하다
-푸른밤,그리고성시경입니다
-사진: Fabrizio-infrared "Don't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