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4집 유해물 판정의 문제점: '느낌'을 제재할 수는 없다 2008-12-03
보건복지가족부 담당자에게 동방신기 '주문'의 어디가 문제였냐고 질문했다. '한번의 kiss.. 두번의 kiss... 너를 가졌어...' 등의 부분이 문제라고 말했다. '키스'가 무슨 문제냐고 질문했더니 '너를 가졌어'가 문제라고 대답했다. '너를 가졌어'와 같은 흔한 표현이 무슨 문제냐고 했더니 'under my skin'도 문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의미상 별 문제없는 표현 아니냐고 지적했더니, '넌 나를 원해 넌 내게 미쳐'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런 표현은 많이 나온다고 다시 지적했더니, '조금 다쳐도 넌 괜찮아' 등등 모든 표현이 한데 어우러지니 그런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바로 이것이 보건복지부 담당자와 인터뷰한 모든 매체에서 제각기 다른 부분을 '문제의 파트'로 소개하는 까닭이다. 결국 보건복지가족부의 입장은 특정 가사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보건복지가족부가 크게 간과하는 것이 있다. '분위기'를 제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건 정부의 소관을 완전히 벗어난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분위기'를 가지고 문화 컨텐츠를 심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전례도 없다. 외국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가요 심의에 걸린 곡들은, 문제되는 특정 단어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단어를 선정하는 기준 자체에도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어쨌든 논란이 되는 '구체적 표현'이 있었다. 그런데 이 경우엔 담당자가 '문제의 표현'을 적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곤 '전반적인 분위기'가 문제되었다고 강변한다. 이것은 상당히 중차대한 직무 남용이며 헌법 정신을 위협하는 수준에 가까운 위험한 발상이다. 이것은 지나가는 사람을 '분위기가 험악해보인다고' 잡아들이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발상이다.
동방신기의 '주문'은 댄스곡이다. 그리고 강한 비트의 댄스곡들 대부분이 그렇듯 섹시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마음만 먹자면, 듣는 이가 '다양한 상상'을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창작자의 몫이 아니다. 그 상상은 듣는 이의 몫이다. 내 경우엔, '마치 롤플레잉 게임같은 느낌이다'라고 곧잘 생각하며 듣는다. 어떤 팬들은 뮤직비디오를 떠올릴 것이고 어떤 팬들은 멤버들 생각을 떠올릴 것이다. SM 직원이라면 '음반이 잘 나가서 정말 좋군!'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개중에는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들처럼 머릿 속에서 '육체와 육체가 얽히는 문란한 상상'을 할 수 있었던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청보위 위원들이 착각한 것은, 그 상상은 동방신기의 몫이 아니라, 청보위 위원들의 몫이라는 거다.
듣는 이들 모두가, 특정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적시(摘示)적인 표현'이 없는 한 - 그 상상력은 듣는 이의 몫이다. 100명이면 100명 모두 다른 심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분위기'를 심의하고 제재하면 어떡하자는 이야기인가.
이것은 무서운 형태의 폭력이기도 하다. 청보위와 보건복지가족부의 결정 때문에, 이제 동방신기의 음반 구매자들은 꼼짝없이 청보위 위원들의 '음습한 상상력'에 의해 구속당한 음악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것은 마치, 국가가 '이 곡은 선정적인 상상을 해야하는 곡이다'라고 지시하는 꼴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동방신기는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청소년들에게 압도적으로 사랑받는 그룹이다. 이 엄혹한 음반 시장 상황 하에서 이들의 4집은 50만장 판매의 대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을 드높이며 모처럼 음악시장에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동시에 이 음반은 아시아 각국에서 일제히 라이센스 음반이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의 대표적 문화상품 역할을 하고 있다. 가사와 관련한 대중적 논란은 일체 발생한 적이 없었다. 이런 음반에 대해서, 훈장을 줘도 모자랄 판에, 정부가 나서서 19금 딱지를 붙이고, '선정적인 문화컨텐츠'라고 주장을 하다니, 도대체 정부는 제 정신인가.
그리고선 안팎의 논란이 커지자, 일을 수습하기 위해 - 소속사가 빨리 클린버전을 만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헛소리만 남발하고 있다. 청소해야할 것은, 지금도 충분히 깨끗한 이 음반이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사랑받는 댄스곡을 들으면서 낯뜨거운 상상을 하고 그것을 청소년들에게 강요한' 청보위 위원들과 당국자들의 머릿 속이다. 이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뜨거운 상상'은 혼자 하면 무죄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면 처벌받아야하는 성폭력이다. 더군다나 미성년자에게 하면 가중처벌까지 받아야한다. 이 심의 결과는 즉각 재심의를 통해 번복되어야할 뿐 아니라, 정부는 보건복지가족부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권한 남용과 행정 착오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사과하고, SM에게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
대중음악의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금이라도 적극 나서서 이 문제에 관한 소리를 내길 바란다. 21세기는 '문화컨텐츠의 시대'라고 외치기만 하면 뭐하는가. 대중음악을 '전략컨텐츠'라고 분류만 해놓으면 뭐하는가. 전략컨텐츠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 분야를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한국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취지 아닌가. 그런데 세계 시장에 가장 눈부신 형태로 진출한 팀의 음악적 결과물을, 그 어떤 근거도 없이, 그 어떤 여론 청취도 없이, 이런 식으로 정부 부처가 나서서 훼손시키다니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 게다가 이러한 비상식적 심의를 '앞으로의 기준 제시'라고 강변하며, 음악계 창작자들 전체에게 괜한 엄포를 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전략콘텐츠 담당자는 이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타부서의 결정사항이라 입장을 피력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단, 현재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 등과 관련, 보건복지가족부가 취하는 일련의 움직임들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청소년들의 향유권을 인정해야한다'라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빨리 움직이길 바란다. 지금 부처들끼리 눈치볼 때가 아니다. 동방신기의 수많은 청소년 팬들은 준 패닉 상태다. 해외 팬들도 모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를 만든 것은 정부다. 수습을 해야하는 것도 정부 몫이다. 당국자들의 책임있는 대응를 요청한다.
+ 아니......이분들은... 혹시 개그맨???
동방신기의 4집 타이틀곡 '주문'이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청소년 보호 위원회에 의해 '청소년 유해물'로 결정이 났다. 이전에도, 청소년 유해물로 판정나, 19세 미만 판매 금지 처분을 받는 가요들은 꾸준히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요는, 팝적인 코드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면서도, 서구권 팝씬에 비해 가사에서의 폭력성이나 선정성은 심하지 않은 편에 속했다. 남녀간의 '뜨거운 사랑'을 우회적으로 노래하는 곡들이야 많았고, 또 최근 더욱 많아지는 추세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회적인 표현들이었고, 그래서 가요 프로그램은 충분히 가족들이 함께 시청하면서 즐길 수 있는 쇼었다. 특히나 요즘의 가요씬은 청소년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보니, 이를 고려해, 주요 기획사들도 수위 조절을 해온 셈이다.
그렇다면 주문은 그 수위를 넘은 곡일까. 그렇지 않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함께 19세 미만 판매 금지 처분을 받은 비의 Rainism에 대해서도, 클린버전이 이미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많다. '마술 지팡이'라는 뜻 그대로도 충분히 영어권에서 사용되는 매직스틱이란 단어를, 미국 힙합씬의 레퍼런스에만 의거해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Rainism의 경우, 논란이 되었던 텍스트라도 있음에 반해서, 주문의 경우는 아예 논란 자체가 없었던 경우라, 더 큰 파문을 낳고 있다.
다음은 보건복지가족부의 아동청소년매체환경과 담당자와 '주문'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에 대해서 오간 문답 중 일부분.
-문제가 되었던 가사는 뭔가요?
"사실 크리스탈이나 레드오션은 문제가 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났습니다. 그것보다는 한번의 키스... 또 두번의 키스... 너를 가졌어 등등의 표현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지적되었습니다."
-하지만 키스가 선정적인 표현은 아니지 않나요?
"그렇죠. 그러니까 한번의 키스, 두번의 키스까지는 뭐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뒤에 '너를 가졌어'라는 부분이 연결되면 그런 맥락이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문제가 되는 것은 '너를 가졌어'라는 표현인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다뤄질 때, 드라마나 영화나 기존 가요에서도, '넌 내 여자'라거나 '널 가지고 싶어'라는 등의 표현은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죠. 그러니까 사실 이런 표현들을 하나 하나 떼어놓고 보면 별로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표현들이 모여서 전체적으로 선정적인 그런 느낌을 준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음반 심의에는 영상물 심의처럼 차등화된 등급은 없나요? 청소년 유해물로 걸리면 모두 19세 미만 판매금지 처분을 받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표현에 대해, 19세 미만 판매 금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요. 통념상 만 19세 미만 금지라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위의 선정적, 폭력적 표현물에 붙는 라벨 아닌가요.
"네, 사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업계분들에게도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보통들 19세 미만 금지 여부를 심사한다고 하니, 17세나 18세를 기준으로 생각들 하십니다. 만 18세면 고3이나 대학교 1학년인데, 사실 저희가 심의를 할 때는 그 나이 또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초등학생까지 고려해서?
"네, 저희는 초중고등학생을 모두 고려해서, '0세에서 18세까지' 적합한 내용인지 두루 심사합니다."
-영상심의는 그렇게 하지 않는데, 왜 음반 심의를 그렇게 하나요?
"그게, 원래 이 업무를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해왔는데 2006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음반 심의 업무를 제외시켜버렸습니다. 그 결과, 음반 심의 업무가 대통령 직속 '국가 청소년 위원회'로 오게 된 것입니다. 올해 부서통합을 하면서, 소속이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청소년 보호 위원회'로 바뀐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해야할 일을 보건복지가족부에서 하고 있는 거네요
"그렇죠."
-그러면 업계 인사들이나 전문가들은 심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나요?
"음반 심의 위원회가 1차 심의 작업을 합니다. 그중에는 음악평론가, PD 등이 있습니다"
-음반 심의 위원회도 보건복지부 소속인가요?
"네"
-심의 위원들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그것은 저희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요?
"음반 심의 위원회는 실질적 결정권이 없습니다. 1차 심의를 하지만, 사실상의 자문기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청소년 보호 위원회 위원들은 모두 사이트에 소개해놓았지만, 음반 심의 위원회 위원들 이름은 저희가 굳이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동방신기의 주문은,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 또 기존 가요들과 대비해볼때 별 문제가 없고, 특정 부분이 지적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기준의 심의결과 아닌가요?
"네, 사실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습니다만 그렇게 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그런 분위기의 곡들이 많으니까, 이러한 선정을 통해 작사가들에게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자는 의미도 있었고요. 그렇게 결정된 이상, 저희는 행정적으로 처리해야하니까요."
결국 '주문이 19세 미만 판매 금지 처분을 받은 이유'는 해당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0세~18세' 사이의 어느 연령대에게 선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판정은 '기준 제시'의 의미도 있다고 하니, 앞으로 음악가들이 검열에 걸리지 않으려면, 단어 하나 하나부터 곡 전체의 분위기까지, 0세들의 정서도 고려하며 작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출처 :[피파니아닷컴 piffania.com]
후출처:아시아의별시아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