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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자들의 도시 (2008)

송은혜 |2008.12.06 21:47
조회 55 |추천 0
 

 

 

 

 

일단 뭘 말하려고 하는건지는 알겠다.

 

모든 인간이 눈이 멀었다는 설정도

‘보고’ 있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보지 못하는,

즉 자기중심적인 자기애와 욕심에 빠져 살 뿐,

정작 뭐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채 우매하게

살아간다는것을 은유하는 것도 알겠고,

충분히 공감이 가는 메타포다.

 

근데 문제는 이 영화가 무언가를 '묘사'하고 '표현'도

그친게 아니라 (사실 묘사나 표현도 상당히 부족했다)

나름대로 관객에게 뭔가 '교훈'을 주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그 교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있어서

완전히 망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 묵시론적 고찰.

이런게 통하려면 일단 관객에게

 

 "잘봐. 이게 인간의 본성이야. 이런 상황에 놓이면 지금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당신도 어쩔 수 없을껄?

어때? 당신 지금 그렇게 고귀한 척 앉아있지만,

당신도 똑같은 본성을 지닌 한 인간일 뿐이야"

 

이런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일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스토리가 매우 탄탄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즉 눈먼자들의 격리 수용소가 지옥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행해진 모든 인간의 (본성에 기초한) 선택들이

매우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관객이 느끼게끔 해야한다,

이 말이다.

 

'어느 날 한 사람을 제외한 도시의 모든 인구가 눈이 멀었다. '

 

이 설정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요소들은 치밀하게끔

사실적이여야 관객들로 하여금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좋은 예로 '미스트' 나 '쏘우 1편'을 들고 싶다.)

 

이 영화는 진짜 너무 심했다.

아니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개연성이 있어야

작품의 주제(?)에 빠져들든가 말든가 하지.

난 솔직히 빠져보고 싶었다규~!

 

'극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 -> 이런거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주제인데..T.T

 

그냥 10분만 생각해봐도 눈 멀쩡한 주인공 여자가

눈 먼 악당에게서 총 하나 뺐을 수 있는 방법이

한 100가지는 생각나기 때문에 완전 설득 부족.

 

뺐을 수 있는데 뺐지 않았다면 '왜' 그랬는지

전혀 설명이 없어서 그 또한 설득 부족.

(애매하게 '전쟁을 하면 안되니까..'라는 말만 남긴채

이 눈 멀쩡한 heroin께서는 함께 동고동락한 1병동 여자들을

줄을 쫙 세워서 집단 강간 시키러 데려간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았다'는 설정 자체를

나를 상당히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홀로 알고

또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홀로 본다'라는 의미에서

'신'과 다름 없는 위치의 주인공 여자가

악을 적극적으로 근절 (악당을 죽이거나 총을 뺐음)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처 (자기를 비롯한 동료 여자들과 악당들에게

성상납을 하러 감)하는지 그 자체를 난 이해 못하는 것이다.

 

아마 그래서 나는 하나님을 믿고 신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하나님은 사탄을 그냥 없애버리거나 죽여버리지 않고

계속 인간들을 괴롭히도록 허용하시는걸까'와 같은

의문을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건 나의 기질 문제이니 그렇다고 치고 -_-

 

주제가 아무리 별로고 스토리가 공감이 안가도

영화적인 요소라도 훌륭했다면 나는 나름 만족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브로크백 마운틴'같은 영화)

 

뭐,줄리안 무어를 비롯한 주요 배우들이 연기는 괜찮았다.

영상적인 효과나 배경음악, 뭐 이런것도 그럭그럭...

근데 그냥... 영화 자체가 너무 삼류적이었다.

 

굳이 설명을 하진 않아도 될 부분은 너무 지나치게

설명이 들어가고 (비장한 음악과 함께 나오는 뭔가 상당히

disruptive한 나레이션;;)

좀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그냥 확확 넘어가서

개연성 확 떨어트리고...

 

그래놓고선 맨 마지막에 훈계성 설교성 나레이션을 해대니

완전 뻔뻔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연출과 교훈에 좋은 점수를 주기에는 전개가 너무 뻔뻔스럽다.'

라는 누군가의 한줄평이 딱 맞다.

 

Fernando Meirelles 실망이다.

'시티 오브 갓' 보고서 내가 당신을 얼마나 극찬했었는데...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니

칭찬 한가지는 하고 끝내아지..

 

'영상편집'은 좋았다.

특히 '백색맹인'의 실명 상태를 관객도 느껴볼 수 있도록

여러 영화적 장치들을 효과적으로 잘 활용했다고 생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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