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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을 긋다

김선영 |2008.12.07 00:06
조회 23 |추천 0


나는 연필을 깎는 사람이 되겠어요

그대 곁에 앉아서

사각사각 연필을 깎겠어요

 

길을 걷다 문득

흐려지는 하늘 아래 문득

하나의 풍경 앞에 문득

오래 전 노래 속에 문득

책을 읽다 문득

누군가의 마음을 열다 문득

 

그대의 심장이 신호를 보낼 때

어딘가에 밑줄을 긋고 싶어질 때

 

그 손에 쥐여줄 수 있도록

잘 깎은 연필 한 다스 가지런히 품고

시간의 언저리를 맴돌겠어요

그대를 멈추게 한 무엇도 아니고

밑줄이 그어진 무엇도 아니고

연필조차 아닌 채로

 

지우면 가만히 지워지는

그런 사람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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