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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바와 인천의 문화

최문영 |2008.12.11 14:35
조회 267 |추천 0

얼마 전 모방송국에서 인기리에 방영한 미니시리즈 ‘베토벤 바이러스(이하 베바)’가 끝난 지 한 달이 되었지만 아직도 베바의 여운은 가시지 않고 있다. 베바는 ‘클래식’이라는 흥미 있는 주제에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조와 연출력, 극의 완성도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수도권 지역 19.1%의 평균 시청률로 높은 인기를 얻었고, 김명민 등 주연배우의 연기력과 쪽대본 없는 철저한 기획이 작품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특히 주인공인 강마에(강 마에스트로의 준말, 김명민 역)는 오케스트라 킬러라는 별명과 함께 직설적인 독설화법을 구사하며 강마에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하나같이 결함이 있거나 상처가 있는 인물들이었지만 강마에라는 강력한 리더의 지도력과 열정으로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훌륭한 연주를 해내었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자아내게도 했다.

 

베바의 한 장면을 소개한다. 강마에가 이끄는 교향악단의 존속과 해산을 두고 시의원들이 설전하는 장면인데 해체 측의 논리는 어려운 경제상황속에서 교향악단을 운영한다는 것은 배부른 소리라는 것이고, 존속을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음악을 포함한 모든 문화는 도시에 향기를 내는 것이고, 나무와 같은 것이어서 시간이 흐르게 되면 풍성한 열매를 맺는 것이기 때문에 교향악단을 해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강마에는 이들의 설전을 외면하고 헤드폰을 귀에 댄 채 눈을 감고 그가 꿈꾸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미래의 도시 상을 떠올린다.

 

베바는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로 사회적 이슈를 던져 주었지만 가장 핵심적인 물음표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라고 본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사는 삶이 최선이 아니라 문화를 누리며 사는 것, 물질에 가치를 두기보다 정신적 가치에 무게를 두는 삶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는 것이다.

 

최근 세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위기일 것이다. 미국 경제의 위기가 도화선이 된 세계 경제 위기는 인천도 예외 없이 지역 경제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고, GM의 경영부실은 GM 대우 인천공장까지 파급되어 인천지역 경제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경제 상황은 드라마 베바의 현실과 다를 바 없다. 살기도 힘든데 무슨 문화가 대수냐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위기가 문화 정책의 후퇴를 견인해서는 안 되고 시민의 문화 향유권을 제한해서도 안 된다.

 

인천은 270만 대도시다. 바로 앞으로 다가온 2009년은 인천방문의 해고, 세계도시축전이 열리는 해다. 또 2014년엔 아시안게임도 인천에서 열린다. 인천의 랜드 마크가 될 151층 빌딩이 층수를 높여가고 있고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인천대교도 곧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하드웨어적 성장과 인프라의 확장은 괄목한 것이고 이를 추진해 온 인천시의 돌파력과 의지는 높이 사야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송도신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화려하고 도시 기반 인프라가 확충된다 하더라도 도시에 문화적 향기가 없다면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없다.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등 모든 문화 아이콘들을 통해 시민의 문화적 감수성을 촉진하는 정책을 인천시는 펴야 한다. 서울시에 인근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시설의 역차별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강마에의 극중 대사가 주목을 끈다. “영화는 부산이 가져갔고, 연극은 강원도가 가져갔고, 애니메이션은 부천이 가져갔는데...” 그렇다면 인천은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 아니 인천시민이 힘을 모아 만들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인천YMCA가 인천시민 4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인천시의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54%의 응답자가 자연과 어우러지는 쾌적한 환경 구축과 함께 문화적으로 풍성한 도시라고 응답했는데 이는 개발 못지않게 환경이 소중하다는 것이고, 문화적으로는 향기가 배어 나오는 도시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강마에와 같은 지도력 아래 인천이 베토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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