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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방송을 돌아본다 / 드라마] 대형사극 지고 전문직 드라마 뜨고

이강율 |2008.12.18 06:06
조회 165 |추천 1

드라마만 놓고 보자면 2008년은 꽤 혹독한 한 해였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주몽〉 같은 이렇다 할 ‘대박’ 작품이 없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류를 일으키며 한때 황금알을 낳는다고 여겨지던 드라마 산업이 급속도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경제 위기 속에 지상파 광고 판매율은 점점 떨어져 ‘킬러콘텐츠’로 불리던 드라마는 폐지 1순위가 됐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일제히 드라마를 1편씩 폐지했다. 광고 수입은 떨어지는데 스타들의 출연료와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 계속되자 드라마 제작사와 PD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드라마 위기론은 2~3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2008년은 위기를 가장 아프게 체험한 한 해였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도 드라마가 시청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콘텐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듯하다. 2008년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드라마의 주목할 만한 현상들을 짚었다. /편집자주

 

하나. 방송가 배경 전문직 드라마 붐

올해도 여전히 전문직 드라마가 강세를 보였다. 〈하얀거탑〉에서 MBC 〈뉴하트〉, 〈종합병원2〉로 이어지는 의학드라마는 물론, 클래식을 전문적으로 다룬 음악드라마 MBC 〈베토벤 바이러스〉와 보험사 특별조사원이 등장한 〈라이프 특별조사팀〉, 소믈리에(와인 감별사)라는 직업을 내세운 SBS 〈떼루아〉, 그리고 청와대 경호원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KBS 〈강적들〉까지 직업이나 장르도 다양해졌다.

 

특히 방송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유독 많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제작 현장을 중심으로 한 SBS 〈온에어〉와 KBS 〈그들이 사는 세상〉, 사회부 기자들의 애환을 그린 MBC 〈스포트라이트〉는 방송계의 전문직을 내세운 드라마였다. 〈온에어〉는 드라마 제작 현장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PD와 작가, 스타와 매니저의 사랑 이야기를 비중 있게 그려 상반기 최고 히트작 중 하나가 됐다. 반면 전문직 드라마란 장르에 보다 충실한 〈그들이 사는 세상〉과 〈스포트라이트〉는 저조한 시청률을 냈다.

 

이밖에 KBS 〈태양의 여자〉, 〈내사랑 금지옥엽〉, MBC 〈춘자네 경사났네〉, 〈내 인생의 황금기〉, SBS 〈유리의 성〉 등도 PD나 아나운서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현재 방송 중인 SBS 〈스타의 연인〉은 한류스타를 주인공으로 해 연예계의 이면을 그리고 있다.

 

 

▲ 드라마 제작 현장을 그린 드라마 SBS '온에어'(왼쪽)와 KBS '그들이 사는 세상'

 

둘. ‘대박 신화’ 사극 인기 한풀 꺾여

지난해까지 절대적인 강세를 보였던 사극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있다. 올해도 MBC 〈이산〉과 SBS 〈일지매〉등이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주몽〉이나 〈태왕사신기〉같은 소위 ‘대박’ 작품은 없었다.

 

특히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등 해마다 대하 사극으로 인기 몰이를 하던 KBS는 〈대왕세종〉에서 결국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대왕세종〉은 당초 20% 초반의 시청률로 선전하는 듯 했으나, 시청률 상승을 노리고 1TV에서 2TV로 이동한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아 10% 중반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KBS 〈쾌도 홍길동〉, 〈바람의 나라〉 등이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2009년에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정치사극에서 벗어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극들이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KBS는 고려 헌애왕후를 주인공으로 한 〈천추태후〉를 내년 1월 3일부터 방송하며, MBC는 신라 제27대 왕이었던 선덕여왕을 조명하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방송을 앞두고 캐스팅 작업에 한창이다. 또 SBS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자명고〉를 방송할 예정이다.

셋. 리메이크 붐, 드라마 ‘고고90’

경제 불황 탓일까. 복고 열풍이 패션을 비롯한 문화계 전반을 강타했다. 드라마 역시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드라마들이 리메이크되어 잇따라 선보였다. KBS는 1990년 인기리에 방송된 〈서울뚝배기〉를 〈돌아온 뚝배기〉로 리메이크해 지난 6월~10월 방송했고, MBC도 1994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종합병원〉을 ‘시즌2’격인 〈종합병원2〉로 제작해 현재 방송 중이다. 또 80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종점〉도 〈내 여자〉로 리메이크돼 지난 7월~11월 전파를 탔다.

 

이처럼 과거 인기 드라마의 리메이크는 드라마를 시청자들에게 알리는데 유리할 뿐 아니라, 옛 명성을 그대로 이어받아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 올해 방송된 리메이크 드라마의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젊은 연기자들을 내세워 야심차게 시작한 〈돌아온 뚝배기〉는 한자리수 시청률에 머물다 조용히 막을 내렸고, 〈내 여자〉도 1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최완규 작가가 그대로 집필을 맡은 〈종합병원2〉 역시 초반 선전하는 듯 했으나, 12월 둘째 주 들어 〈바람의 나라〉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 왼쪽이 원작, 오른쪽이 리메이크 드라마. '서울뚝배기'와 '돌아온 뚝배기'(사진 위), '종합병원'과 '종합병원2'

 

결국 리메이크 드라마가 원작의 성공을 이어가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문제는 원작의 정서에 어떻게 상응하느냐다. 원작의 정서를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시대에 맞는 재해석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2009년 리메이크 예정인 〈사랑이 꽃피는 나무〉, 〈카이스트〉 등의 작품이 어떤 성과를 거두냐에 따라 향후 리메이크 열풍의 지속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넷. KBS 월화 드라마 부진 언제까지?

KBS 월화 드라마의 부진이 계속됐다. KBS는 지난 2년여 동안 미니시리즈에서 번번이 참패를 당해왔다. 그러다가 〈태양의 여자〉에서 〈전설의 고향〉을 거치며 수목 미니시리즈는 부진을 털어냈고, 계속해서 〈바람의 나라〉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그런데 월화 미니시리즈만큼은 좀처럼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초 〈못된 사랑〉부터 시작해 〈싱글파파는 열애중〉, 〈강적들〉, 〈최강칠우〉, 〈연애결혼〉 그리고 지난 16일 막을 내린 〈그들이 사는 세상〉까지, KBS 월화 미니시리즈는 올 한 해 동안 시청률 10% 고지를 넘는 것조차 힘겨워 했다. 특히 〈그들이 사는 세상〉이나 〈연애결혼〉, 〈강적들〉 같은 작품들은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도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KBS는 내년 1월 5일 〈꽃보다 남자〉를 선보이며 분위기 반전을 꾀할 예정이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대만, 일본에서 모두 드라마화에 성공한 〈꽃보다 남자〉가 국내에서는 어떤 성적을 거둘지, 그리고 KBS가 월화 미니시리즈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8년 드라마를 빛낸 인물

 

 

▲ 왼쪽부터 허영만 화백, 김수현 작가, 김명민

 

허영만
허영만 화백은 영화인들과 드라마 제작자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만화가다. 그의 만화 〈타짜〉, 〈식객〉 등이 줄줄이 영화로 제작돼 히트를 치더니, 올해는 SBS 드라마로도 제작돼 사랑을 받았다. 〈사랑해〉까지 합하면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3편이 방영됐다. 비록 〈사랑해〉는 낮은 시청률로 고전했지만, 〈식객〉은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고, 〈타짜〉 역시 〈에덴의 동쪽〉과의 경합에서도 10% 초중반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했다. 허영만 화백의 작품은 탄탄한 구성은 물론,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한 생생한 묘사가 장점이다. 또 리얼리티와 휴머니즘까지 갖춰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이 선호한다는 평가다.

김수현
역시, 라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KBS 〈엄마가 뿔났다〉는 역시나, 시청률 40%를 넘기며 ‘대박’을 터뜨렸다. 불과 2년 사이에 〈사랑과 야망〉, 〈내 남자의 여자〉에 이어 〈엄마가 뿔났다〉까지 줄줄이 대박 행진이다. 〈엄마가 뿔났다〉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드라마 속에서 엄마이자 아내이자 며느리인 한자(김혜자 분)는 어느 날 휴가를 선언한다. 가족의 반대를 이겨내고 한자는 따로 오피스텔을 얻어 혼자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이 같은 ‘한자의 휴가’는 ‘엄마의 휴가’라는 사회문화적인 현상이 되어 신드롬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이것이 바로 김수현 작가의 힘이다.

김명민
김명민이 아닌 강마에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김명민은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이라는 가정 혹은 상상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연기자다.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지휘자 강마에(강건우)는 김명민이 있었기에 탄생 가능한 캐릭터였음이 분명하다. 방영 당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클래식 신드롬을 일으켰던 〈베토벤 바이러스〉는 사실 허점도 꽤 많은 작품이다. 우연과 극적인 상황의 반복, 일부 개연성이 떨어지는 사건 전개, 그리고 가장 큰 단점을 드러냈던 멜로에서의 설득력 부족. 그러나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하는 희망은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특히 김명민은 나머지 단점을 덮고도 남음직했다. 김명민의 강마에는 10% 후반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인 이 드라마를 올 하반기 최고 히트작이 되게 했고, 강마에는 올해 드라마 최고의 캐릭터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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