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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방해죄의 필요성

송왕호 |2008.12.22 10:13
조회 132 |추천 0
 

쟁의행위와 업무방해죄1)


1.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이러한 구성요건을 가진 나라는 우리와 일본의 경우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업무방해죄는 연혁적으로(특히 일본에서 업무방해죄를 제정한 내력에 비추어) 볼 때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하여 제정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실제로 일본의 경우 노동형사사건의 거의 대부분은 업무방해죄의 적용사례이다. 그런데 이 업무방해죄는 근래 우리나라에서도 쟁의행위에 대하여 적용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형법상의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경우에는 그 해석에 있어서 신중하고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늘 강조하였듯이 헌법상 단체행동권 보장의 이념 및 노동법 원리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쟁의행위란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향상과 관련한 노사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집단적인 방법에 의하여 업무의 정상한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쟁의행위는 단결력을 배경으로 하여 사용자를 굴복시키려는 의도하 에서 사용자의 의사에 대해 압박 내지 강제를 가하는 것을 필연적 현상으로 수반한다. 따라서 쟁의행위는 위력업무방해죄 기타의 구성요건표지를 충족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쟁의행위의 위와 같은 특성을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단체행동권 보장의 정신 및 노동법규범 원리가 시민법규범에 수정을 가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경우 적어도 그 위법성판단에서부터라도 형법규범에 대해 노동법규범의 수정을 가하여 행해질 것이 요구된다. 즉 시민형법원리를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단순히 시민법원리를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노동법규범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쟁의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의 행사이다. 그러나 쟁의행위가 권리행사라고 해서 쟁의행위가 언제나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즉 쟁의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헌법 제33조 제1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형법 제20조)’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을 뿐이며, 법령에 의한 행위라고 해서 언제나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아니다. 권리행사인 경우에도 그것이 남용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권리행사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그런데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위법성판단을 행할 때 단순히 형법원리(예컨대 형법상의 사회상규)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에는 쟁의행위의 많은 부분이 범죄로 되고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이는 곧 헌법상의 단체행동권 보장의 정신을 몰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쟁의행위가 권리행사로서 그 범위를 일탈한 것인가 여부 즉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가 여부의 문제는 쟁의행위의 정당성의 문제로 다룬다. 이 때 쟁의행위가 정당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업무방해죄뿐만 아니라 어떠한 범죄도 성립시키지 않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정당성판단은 반드시 업무방해죄의 위법성조각을 위한 고찰과정은 아니다. 그러나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업무방해죄의 적용사례가 가장 많다는 점 그리고 이 때 실제로 위법성을 조각하는 사유로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형법 제20조이고 기타 정당방위, 긴급피난 등의 경우는 그 예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정당성 판단은 업무방해죄의 위법성 조각을 위하여도 필수적이고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은 그 주체, 목적, 절차 및 수단에 관하여 살펴보게 되는데, 업무방해죄는 특히 쟁의행위의 수단의 정당성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쟁의행위는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로서 업무저해는 쟁의행위의 본질적 속성이다. 업무저해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과 하등 관련이 없다. 즉 쟁의행위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업무저해가 아닌 업무를 ‘방해’해야 하며 또한 그 방해는 위계 또는 위력이라는 수단을 사용한 경우이어야 한다. 그리고 쟁의행위와 관련하여서는, 그 수단은 주로 위력이 문제로 되고 있다. 그런데 일반형사사건으로서의 업무방해사건 뿐만 아니라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사건에 있어서도, 판례는 위력의 개념을 ‘범인의 위세, 인원 수 및 주위의 정황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데 족한 범인측의 세력을 말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된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2)고 파악하고 있고, 물론 폭행이나 협박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3) 그러나 위와 같은 위력 개념은 시민형법상의 위력개념으로서는 타당하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나, 쟁의행위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경우의 위력 개념으로서는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쟁의권 보장의 정신과 쟁의행위가 갖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대폭 수정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쟁의행위는 본질상 근로자의 ‘집단적 행동’이며, 노사간의 평상적인 평화상태를 깨뜨리고 가장 날카로운 갈등의 충돌상황에서 발휘되는 것이고 특히 동맹파업의 경우에는 근로자가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정지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소기의 요구조건을 관철하고자 하는 ‘실력행사’이다.4) 쟁의행위는 집단적 행동이라는 면에서, 판례가 말하는 위력개념요소인 ‘위세’와 ‘인원 수’는 언제나 이미 충족되어 있으며, 압력을 가하는 실력행사라는 점에서 ‘자유의사를 제압’하고자 하는 성질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쟁의행위에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위력이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판례가 말하는 바와 같이 업무방해의 결과 또는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력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해석할 때, 쟁의행위는 형법 제314조(업무방해죄)로 인해서 실질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때에도 시민형법상의 위력개념을 수정없이 사용하고 있음5)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쟁의행위는 이미 위력을 내포하고 있고, 어느 정도 위압적이거나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행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6) 쟁의행위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경우 그 위력은 폭행․협박의 의미로 축소해석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쟁의행위의 이러한 성질에 비추어 볼 때 ‘힘의 행사’가 더 나아가서 ‘폭력의 행사’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이를 당연히 부당한 쟁의수단이라고 평가해서도 안될 것이다.7)



2. 그런데 판례에 대한 검토를 통하여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쟁의행위에 대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경우 심지어 구성요건해당성 판단에서부터 오류를 범하고 있는 사례가 있으며,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위법성 판단, 특히 법령에 의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가를 판가름짓는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을 여전히 시민법적인 견지에서 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더 나아가 유독 쟁의행위와 관련하여서는 시민형법원리 자체에 대하여도 충실치 못한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이는 쟁의행위에 관한 한 시민법원리 자체의 파탄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법부의 태도는 사법부의 단체행동권에 대한 몰이해에서 그 근본원인을 찾을 수도 있겠으나, 한편 근로자 계급에 대한 편견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노동조합의 활동은 기본적 인권이 완전히 존중되고 보장되는 곳에서만 발전될 수 있다”8)는 말은 지극히 타당하다. 요컨대 사법부의 태도에서도, 우리의 쟁의현실이 헌법적 보장과는 동떨어져서 법률로나 법현실로나 극도로 억압받고 있다는 비판9)을 실감하게 되며, 이것이 우리의 인권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형법이 (여기서는 특히 업무방해죄는), 외견적으로 모든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 같은 중립성․무당파성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본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본가 계급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비판10)을 정당한 것으로 하게 된다.

애당초 형법이 근로자의 자유를 보장해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보장을 명문화한 지금에는 노동법원리에 의한 형법원리의 수정이 능동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단체행동권 보장의 의미는 시민법원리의 수정을 통해서 찾아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체행동권 보장의 정신을 구체화하기 위한 형법원리에 대한 수정이 능동적으로 행해지지 않을 경우 국가가 노동기본권을 인정한 취지 즉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향한 역동적 에너지를 체제내화하고 순화시키고자 한 취지는 몰각되고 말 것이다.

                                                                                                                           - 김순태 교수 -

1)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체 파업과 같은 노동쟁의행위에 대하여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여 처벌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업무방해죄는 그 구성요건이 해석에 따라서는 대단히 많은 행위에 적용될 수 있고, 따라서 특히 그 위법성 조각사유와 관련하여 그 동안 여러 논란이 있어 왔다. 이 글은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이러한 업무방해죄의 과도한 사용을 비판하는 고 김순태 교수님의 박사학위논문 가운데 결론부분을 그대로 전제한 것이다. 이 주제에 더 관심이 있는 분은 교수님의 학위논문 업무방해죄에 관한 연구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인하대학교 대학원, 1993이나 역시 교수님의 논문인 업무방해죄 소고 -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민주법학 제5호, 1992, 한울을 참조하기 바란다.

2) 대판 1987. 4. 28, 87도453

3) 대판 1991. 4. 23, 90도2961

4) 김치선, 『노동법 강의』, 1990, 박영사, 158쪽

5) 대판 1990. 7. 10, 90도 755

6) 임종률, 『쟁의행위와 형사책임』, 1982, 경문사, 55쪽

7) 임종률, 위의 책, 55쪽

8) ILO, 『Freedom of Association (Digest of decisions and principles of the freedom of Association Committee of the Governing Body of the ILO)』, International Labour Office, Geneva, 1984, §68

9) 강금실, ‘쟁의행위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우리법 연구회 자료 1 : 노동법』, 1991, 우리법 연구회


10) 국순옥 엮음, 『자본주의와 헌법』, 1987, 까치,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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