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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외롭다면, 그와 그녀를 만나보세요

박성용 |2008.12.25 17:38
조회 88 |추천 0


  1화  

  열일곱살, 그녀를 만나다  

 

 

" 나 얼마전에 사고 친거 알아요? " 

 

 

 

술과, 생각에 잠긴 나를 깨우는 목소리..

눈을 뜨고 옆을 보니 왠 처음보는 여자애가 옆 그네에 앉아있다. 제법 예쁘장한...

그런데 내게 말을 건 것인가? 주변에 나 말고는 사람이 없으므로 그런것 같긴한데. 게다가 지금,

내 얼굴을 반듯하게 보고 있지 않은가..

 

 

 

"저기, 아저씨! 나 사고 친거 아냐구요? "  라고, 그애가 다시 한번 물어왔다.

 

 

 

뭐지?  같은 놀이터의 그네를 이용하는 유저(USER)들 간의 대화? 음,,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하다. 나란히 붙어 있는 그네는,  대화를 나누기에 참으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있으니.

 

 

 

" 아... 아니. 내가 알리 없잖아;;무슨. 사고를. 친거니? "

 

 

 

나는 몽롱한 기분으로, 대화에 응해 보았다. 

딱히 다른 일로 바쁜 것도 아니고, 난생 처음 보는 열여섯~ 열일곱 정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애의 질문에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신중히 조심해야 할 대화도 아니고.. 

 

 

 

" 아저씨, 저 밑에 목욕탕 앞 횡단보도 알죠? 이 동네의 입구 말이에요 " 

그애는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은 말투였다. 몹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그런 말투...

 

 

 

 

" 응.. 알지. " 

 

 

 

 

이 동네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곳이다. 목욕탕이 하나 밖에 없으니.

 

 

 

 

" 거기는 이상하게, 지나다니는 차는 참 많은데 신호등이 없잖아요.. "

 

 

 

 

" 그래. 거긴 신호등이 없어서 꽤 불편한 곳이지.  "

 

 

 

 

" 제가 거기를  건너다가 차에 치였어요 !! " 라고 여자애는 무척 신이난 것처럼 말을 했지만

 

 

나는 여자애의 얼굴이 아닌 다른 곳들을 처음으로 신중하게 훓어보았다. 특별히 부상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네를 타기에는 치마가 좀 짧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 말고는, 괜찮아 보였다.  다행이었다.

치마가 짧은 것이 다행이 아니라, 심각한 부상을 당하지 않은 것이... 정말이지 다행스럽다고 생각되었다. 

 

 

교통사고란 것은 정말로 끔찍한 일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일주일에 2~3번은 끔찍한 사고현장을 목격한다. 내가 '고양이 떡'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아스팔트 위를 건너다 자동차 타이어에 깔려서, 납작하게 눌러붙어서, 겨우 살아있을 때의 털 색깔만 가까스로 알아볼 수 있는... 그래.. 떡이 되어버린 고양이 사체다. 볼 때 마다 난.. 그래 언제 떡이 될지 모르는 건, 인간도 마찬가지야... 라고 생각했던. 아무튼 교통사고는 무서운 일이다.

 

 

 

" 큰일날 뻔 했구나. 조심해야지... 떡이되는 수가 있다구. "

 

 

나는, 눈썹 사이에 W 를 그리며, 완전 심각한 어조로 얘기했다.

 

 

 

 

" 떡 ? " 

 

 

여자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 표현이 조금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떡이 되고 싶니? 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나는 그런 어떤 공격성을 담은 것이 아니라, 고양이의 형태가.. 떡같이 찰지게 되어 버렸다는, 그런 의도에서, 아무튼.. 

 

나는, 고양이 떡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하필, 동물 중에서 고양이를 특별히 가장, 좋아한다는 그녀는,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공감하며, 분개하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나는, 그애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도로교통법에 고양이 보행 안전을 위한 특별법이 추가 되어야 한다고  거들어 주었다. 그애는 정말로 그것을 바라는 것인지... 가능할까요?라고 의문을 표시했으나. 나는,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가능할 리가 없지... 인간은, 인간의 문제를 위한 법을 만드는 데에도 성실하지 못한 편인데, 하물며 인간의 관점에서는 그저 '무단횡단을 하는 고양이들'과 관련하여 법을 만들 국회의원이 있겠는가...혹여 몸에 좋다면, 고양이를 삶아 먹을 의원님들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 그건 그렇고, 엄밀하게 보자면,  넌 사고를 친게 아니라, 사고를 당한거구나 " 라고

내가 책상위를 정리하듯이 말했다.

 

 

 

 

" 사고를 당한거나 친거나.. 그게 중요해요? 키스를 당한거나, 입술을 훔친거나.. 어짜피 결국은 키스를 했을 뿐이라구요. 그렇지 않나요? 나는 어쨋든 늘 같기만 하고, 별다른 일이 없던 일상에 대해 엑시던트를 친거라구요 "  또릿또릿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여자애는 그네를 굴리기 시작했다

 

 저만치 위치가 상향조정된 그애의 뒷통수를 보며, 음... 나도 그네를 굴릴까?....같은 유저로서...

그네타기 행위를 같이 해야 하는건가라고 고민을 하던 찰라에 내 옆을 빠르게 뒤로 스쳐가며 여자애가 소리쳤다

 

 

 

 

" 어제 막 깁스를 풀었답니다! 나름 심각했어요!  저기 한 중간에 8층! 불 꺼져있는 데가 내 방이에요. "

 

 

환하게 불이 켜진 고층건물을 향해 날아갈듯이 솟아오르며 그녀가 가르킨 곳은

놀이터 바로 앞 201동으로 내가 사는 203동과는 놀이터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곳이었다.

 

 

 

" 보름정도 방안에서 책만 읽었다구요. 학교도 결석하고요!  몇날몇일 온종일 집안에서 혼자 책만 읽는 여자애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요? "

라고 그녀가 어느새 또 앞으로 솟아 오르며 말을 해댔다.

 

 

 

 

"  교과서는 아니었겠지? " 

나는 그대로 아파트에 눈을 둔채 물었다.

 

 

 

 

" 물론 아니에요. 아저씨는 모처럼 학교를 안가도 되는데, 교과서나 읽는 타입인가보죠? "

라고 그애가 말했다.

 

 

 

 

" 아니, 나도 그렇지는 않아. " 라고, 있는 그대로 답했다.

 

 

 

 

" 난 아저씨를 자주 봤어요. 이 놀이터에 매일같이 덩그러니 앉아서,  술이나 마시고. 도대체 뭐에요?ㅎㅎ"

 

 

 

그네의 속도를 다소 줄인 여자애의 질문은 당돌하기도 하고,  참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었다. 근래에들어  이곳의 그네를 혼자 점령하고, 캔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의 내게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었다. 캔맨주에게도 그 자신이 병맥주가 될 수는 없는, 예컨데. 그렇게.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는 것처럼.. 흠, 나와 상관없는 아이의 말이니 별 스러울 것도 없었으나, 누군가에 의해 객관적으로 그 모습을 듣게되니.. 별안간, 내가 얼마나 멍청한 시간들을 보내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기분이 썩 별로였다.  

 

 

 

" 안 좋아, 남몰래 본다는 건.... "

나는 그렇게만 말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은 봉지안에, 빈캔을 구겨 넣으며, 새로운 캔을 꺼내 오픈하였다. 그리고 한번에 다 들이켜 버렸다.

 

 

 

" 하지만. 누구나 그런걸요. 아저씨는 안 그래요? 사람들은 원래 남몰래 볼 수 밖에 없어요"

라고 그애가 말했다.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겠으나, 내게는 그것이 깊게 파고들었다.

누구나... 남몰래 본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 남 몰래 본다... 남 몰래 본다....

 

 

 

 

" 이틀전에, 울고... 있었죠? " 

놀이터옆으로 커다란 트럭이 지나가는 통에, 들릴듯 말듯한 소리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확실히 알아 들을 수 밖에 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못들은 척,  대답하지 않았다.  .

 

 

" 사실, 학교에 가지 않는 동안, 책을 읽거나, 창밖을 보거나 였어요. 티비나 인터넷 같은건 전 별로에요. 그러던 중에 아저씨가 목격된 것 뿐이었어요. 그냥 보인거고, 전 그냥 본거였어요. 별 의도란것도 없었고. 딱히 몰래 본거라기 보다는, 누구나 그렇게 보잖아요. 근데 자주 보이더라구요. 늘 같은 시간, 10시쯤에 말이죠. 근데 나도 그 시간에, 이곳 놀이터에 한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근데 아저씨가 매일 죽치고 있으니, 무섭기도 하고, 왠지 아저씨가 주인같은 느낌이 들어서 망설여졌죠. 하지만  엊그제는 나도 이곳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놀이터를 당당히 이용해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근처까지 왔었지만, 아저씨가 울고 있는 거 같아서 전 다시 집으로 고고씽했답니다. 왜 울었어요? 실연당했어요?"

 

 

 

 

" 나 안울었거든.. 그네, 많이 타다가 가라. " 

 

 

나는 일어나면서 조용히 말했다. 그냥 그렇게 일어나고 싶었다.  

작은 놀이터를  막 빠져나가려는데, 예의 그 낭낭한 목소리가 뒷통수를 때렸다.

 

 

 

 

" 담부터는 그냥 소리내서 울어요!! 어깨로만 우는건 더 힘들다구요!" 

 

 

.. 나는 그 자리에 잠시 못박혔다가, 놀이터를 빠져나왔다... 잠과 술은 확실히 깨어져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집, 내방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침대 속에 몸을 파묻고도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내게서 '무언가'가 빠져나갔다.

 

 

                        (2)화

 

                 그애의 뒷면은 그녀

겪어 보지 않은 이들은 결코 알지 못합니다. 잠이 든 사람을 등에 업었을 때의, 무게감....자꾸만 밑으로 늘어지는, 평소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지는 그.. 무게감....이별의 무게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영원히 잠들려 하는...죽어버린 사랑을 등에 업은 것과 같은..지독하고 갑갑한 무게감...  



 

치과를 방문하기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중학생 무렵에 치과진료를 받았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정말 한참만에 온 것이다. 10년 정도만에.

치과의 인테리어는 예나 지금이나 고급스러웠으나, 나는 기분이 저급하게  되었다.

한 개의 이빨에서 약간의 통증을 느껴서 병원에 온 것인데, 늘씬한 몸매의 간호사는 손상된 이빨이 두런두런 너무나도 많다고 했다.



“자아 여기 그림보시면, 위에 여기, 여기! 그리고 또 여기, 원 투 쓰리 포~ 찍고, 아래쪽에 어금니, 아싸~ 작은 어금니, 반대편 어금니! 는 신경치료해서 떼워서, 크라운(씌우는 것) 하시고, 그 외 이것 저것 요것은 살짝 떼우시면 될 것 같아요."

 

     " ...............  "

 

 

"  근데 요쪽이빨들은 너무 많이 썩어서 신경치료 해 보고 잘 안되면 뽑아서 임플란트(이빨심기)를 하셔야 해요. 임플란트는 종류와 가격대가 요러쿵 한데 그것은 치료하게 되면 자세한 설명 드릴꺼구요. 자 그래서 최소 190백만원에서 최대 므흣하게 6백만원(임플란트 할 경우)정도 되세요. 일단 최소로 보고 계약을 할까요? 한번에 다 치료를 하시는게 더 이익이세요. 현금으로 하면 20% 할인 혜택과 나불나불 드리고 나불나불 해줍니다. 나불나불 하시니까 이 기회에 나불나불 하세요”

 

 

내 또래 정도일까?.. 간호사는 장황한 설명과 함께 견적을 뽑아주었다.

너무하군,,. 터무니없이 많은 지출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돈벌이가 되겠으나, 많은 서민들에게 그렇듯 내게도 역시 치과는 상종할만한 의료기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심각한 중환자가 된 기분으로 신경치료를 받고 치과 문을 나섰다.

 

명랑한 목소리는 3일 후에 또 나오라고 했다.

 

간호사들의 경우에도 의사에게 임금(월급)을 받다보니, 최대한 비싼 것을 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작은 치과의 경우에도 월매출이 몇천을 넘어가면 간호사들의 급여에 인센티브가 30%이상 붙는다고 하니, 명랑하게 나불나불 할만도 하다.

아무튼 나는 기분이 안 좋게 되었다. 의료계와 정치권의 커넥션만 없다면, 이빨을 심는다는 임플란트란 것도 도무지 그렇게 비쌀 이유는 없었다. 원가는 20만원 정도밖에는 안된다고 신문에서 보았던 기억이 났다.  그마저도 임플란트 제작사에서는, 치과에 납품하기위해, 리베이트 명목으로 1+1 이 보통이라고 했었다. 치과에서 20개를 주문하면 공짜로 20개를 더 주는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1개당...10만원 정도?  그것이 환자에게는 보험도 안되고, 보통 한개 심는데 180만원에서 250만원 정도라니...  씁쓸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밖으로 나오니 노란 가로등빛을 받으며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올해의 겨울에는 눈이 내린다고 해도 새삼 특별한 감정을 가지지 못할 줄 알았는데. 치과에서 시렸던 마음이, 눈송이를 보니 누그러진다. 금새 또 녹아 없어질테지만, 너는 절대 소모품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었다.

 

 

편의점에 들러 캔맨주를 두 캔 샀다. 10여분 정도 걸었을까? 그새 눈발이 잦아들고 있었다. 

 놀이터에 들어서는데 누군가 내 자리에 앉아있었다. 내자리가 아니라 늘 내가 이용하던 자리.  교복을 입고 머리모양이 변했지만.. 그네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여학생은, 일주일 전에 보았던 그애였다. 그냥 집으로 갈까 했으나, 내가 걸음을 물릴 이유는 없었다.

무척이나 책에 집중하고 있었던지, 바로 앞에까지 다가 갔을 때에야 그애는 고개를 들었다.

 

 

“어. 안녕하세요~ ^^"  하며 그애가 반가운척을 해왔다.

 

 

 

" 그래.. 안녕 "  하고 나도 답해 주었다, 일주일전엔 다소 기분이 안 좋았지만, 다시 보니 왠걸 반가웠다. 

나는 옆 그네에 앉았다. 문득 무슨 책을 읽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이, 그애의 무릎위에 있는 책의 제목을 찾고 있을 때, 그애의 시선은 내 손에 들려있는 비닐봉지에 달라붙고 있었다.  

그애가 빨랐다.

 

 

 

"또 술이에요? 어디봐요 " 하며, 그애는 내 무릎위에 올려놓은 비닐봉지를 낚아채갔다.

                         

 

   

 

" 가져와"  

나는 감정없는 목소리로 말했으나, 굳이 꼭 돌려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 뭐야~ 안주도 없이 맥주만 있네요. 그래도 센스가 있으시다~ 한개는 내가 마셔야 되는거죠? " 하더니 한개를 갖고, 하나만 내게 건넨다.  

 

 

 

" 교복입고 캔맨주라..훗.. 몇살인데?  " 

 

 

 

" 고1. 이에요." 

그애는 캔을 따고는, 나를 보며 생긋 웃었다. 

 

                       

그 웃는 모양새가 왠지, 누군가를 닮았다는 생각이 확연히 들었다.

그래... 그녀...

 

그녀와 닮.았.다...

 

내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가 21살 이었으니, 그녀의 고등학생 시절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지만, 아마 이 아이와 무척이나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갑작스럽고, 붙임성 있고, 당돌하고.. 그리고... 눈부시고..

        

 

 

" 아저씨도 교복입고 술 마신적 있죠? "   

 

 

 

" 어.. 있지. 나도.. " 

 

 

 

" 스낵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아저씨는 그냥도 잘 마시네요? "

 

 

 

 

" 그렇지 뭐."   라고  나는 말했다.  원래 어릴땐 안주로 술을 마시지만, 나이가 들면 세월을 안주삼아 마시는 법을 알게 되니까...  이애도 어른이 되면 저절로 알게되지 않을까..                 

 

 

 

 

"내리는 눈을 안주삼아 마셔봐. "  

나는, 약간의 비법을 전수해 주었다.

 

 

 

 " 와 그 표현 좋다. 내리는 눈을 안주삼아서라.. 히힛 원샷할까요? "

 

 

 

" 좋아." 

 

 

한캔을 마시고 나자, 눈송이가 다시 두터워졌다. 우리는 안주가 늘었으므로, 술을 더 마셨다.

그리고, 그애의 요청으로, 아파트 제일 높은 층, 15층 계단에서 창문을 열고 눈 구경을 하고, 헤어졌다.

 

이상한 일은, 캄캄한 계단에서, 잠들지 않는 도시를 바라보며, 눈 구경을 하던  10 여분 사이에,

그애가 내게 키스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애를 끌어안고 꼴사납게 몇분인가 울었다

                        .

                        .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 행성에서 단 하나뿐인 진정한 친구, 외계인 1호가 어제 했던 말이 생각났다.

 

긴 술자리였지만, 내가 유일하게 들을 수 있었던, 나의 넋두리에 대한 피드백이었다.

 

나는 어제 분명,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며칠전 놀이터에서 만난 그애의 얘기는 아주 잠깐 했을 뿐인데,  저런 답을 돌려주었던 것이다. 역시 외계인...(별명이 외계인이다... 왜냐하면 특이하므로;;; ) 

그 이후에는,  언제나처럼 외계인 1호의 거대한 성담론이 술자리를 지배했었다.

 

"마스터베이션(자위)에도 단계가 있어. 난 그걸 수치스럽게 여기거나, 아무렇게나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안타까워... 모든 일에는 과정과 절차라는 것이 있는 법인데 말이야!! "  라는 말을 남기고 외계인은 테이블에 쿵! 머리를 눕혔었다 . 나는 외계인을 택시에 태워 우주로 돌려 보냈었다. 녀석과 술을 마실때의 마지막 장면은 늘 외계인의 황당한 귀환이었다.

 

 

 

외계인의 말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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