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세할 것 많았던 날,,당신을 만나 나는 맹세했지.
칼날 같은 세월과 별 하나 없는 캄캄한 운명을 거스르겠다고,
반짝이는 달콤한 것들을 쫓지 않겠다고,
천년 후에도 이 자리에 서 있겠다고..
빛나는 눈물은 차곡차곡 쌓이고, 꿈같은 갈증은 깊어가고,
맹세할 것 많았던 날들이 별처럼 떨어지는데,운명은 변한 것이 없어.
이제서야 알게 되었나.
처음부터 그것은 허공 위에 쓰여진 맹세였다는 것을,,
그 순간 우리 사이를 가로막은 천년 같은 침묵 너머로
아직 다 못한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그것은 마지막이 아닐 수 있었을까..
그날 고요히 내려 앉은 달빛의 가루들이
마음을 어지럽히고 눈을 멀게 하지 않았다면,
너는 발길을 돌려 내게 다시 왔을까..
그때 나를 찾아온 완전한 사랑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면,
그 시절 서둘러 영원을 맹세했다면,
돌이킬 수 있었을까, 붙 잡을 수 있었을까,
황경신 / PAPER 11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