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이와 나는 얼토당토 하게 시작된 사랑이지만
진실했고, 영원하리라 생각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진...
미숙이는 같은 학교의 "네일아트" 학과 였다. 특성화된 대학설립
취지로 인해 신설된 학과였고, 손톱에 그림좀 칠한다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들었다. 나는 "치기공과" 학생 이었다.
사람의 이를 만드는 나, 사람의 손톱을 손질해 주는 미숙이...
그랬다... 전혀 관련없는 학과의 사람들 이었다...
서로에게 학업적으론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게 무슨 상관있으랴...
우린 피던 담배도 나눠필 정도로 각별한 관계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오른쪽 팔만을 허락해 줄 뿐이었다.
깔끔히 제모 한 그녀의 왼팔... 하지만, 곧 수북히
털이 자라났다... 더 굵게...
그녀에게 상처나 되진 않을까... 왼팔 이야기는 되도록
꺼내지 않으며 지내왔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10월의 어느날...
분위기 좀 잡아보려 그녀를 데리고 갔던, PC방...
담배연기 그윽한 우리만의 낭만의 장소 였다.
나와 그녀는 카트라이더 라이센스 따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손가락 빌리지는 그녀를 따를 자가 없었다. 새우탕 한사발
먹고 난뒤 피는 담배 맛이란...
PC방에서의 데이트를 마친뒤, 우린 자주가던 학교 뒤의 선술집으로 향했다. 그녀와 난 둘다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이었다.
하지만, 일이 벌어지려고 그랬는지 우린 둘다 거나하게 취해 버렸다.
"미숙아, 끅~~ 우리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잠깐 눈좀 붙이고 갈까?"
"뭐?"
"아니, 잠깐 PC방 가서 눈좀 붙이고 가자~ "
"아냐, 괜찮아 집에 가서 잘께"
"그러지 말고 가자~ 내가 케로로빵 쏜다!!"
"싫다구...!!"
"야 좀 하자는대로 해주면 안되냐~!!"
그때 일이 벌어졌다.
싫다며 뿌리치는 미숙이의 왼팔... 그 왼팔을 잡아 버린 것이다...
술에 취해 있었지만, 그 순간 날 째려보는 미숙이의 눈빛에서...
"살기" 라는 것을 느껴버렸다...
마치 먹이를 노려보는 살쾡이의 눈빛과 같았다. 후덜덜 했다.
전방에서 2년동안 뺑이 치며 군대 제대 까지 한 나였다. 수색대에서
잔뼈도 굵었고, 수없이 많은 훈련도 거쳤다. 하지만...
그 눈빛 앞에 난... 바지에 실례를 하며 주저 앉고 말았다...
대박이다... 내 평생 이런 굴욕을... 라디오에 사연보내서
상품 타야지!! 하는 잠깐의 생각뒤에 무서움이 몰려왔다...
날 째려보던 미숙이... 얼떨결에 손을 놓았고, 그렇게 미숙이는
내 곁을 떠나가 버렸다.
어떠한 연락도 받지 않던 미숙이에게 전화가 걸려온건
그 일이 일어난뒤 꼬박 한달이 지난 뒤였다.
"여보세요..."
"..."
"미숙이니!! 미숙이 맞지!! 미숙아!! 내가 잘못했어... 내게 돌아와줘"
"....진심이니?"
"정말이야.. 내가 정말 잘못했어.. 그땐 내가 너무 취해 있었나봐.."
"나도 아직 널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 너에게 돌아가고 싶어서 전화 했어... 하지만... 한가지 약속을 받아야겠어."
"약속?! 케로로 빵 스티커 라도 다 너에게 줄 수 있어!! "
"그래?... 그럼... 다시는 내 왼손을 건드리지 말아줘..."
"왼손....?? 아... 응 그래!! 다시는... 그런실수 하지 않을께!!"
"좋아... 우리 마지막으로 봤던 PC방 으로 와줘..."
"알았어!! 지금 당장 달려갈께!!"
-딸깍
전화를 끊자마자, 난 이미 그곳에 있는 듯 하였다...
나는 그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나 다시 미숙이가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급 1400원을 받으며 개같이 고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법정 최저임금 따윈 개나 줘버려...
미숙이는 정확히 5분 24초 뒤에 이곳에 도착하였다.
컵라면 국물에 담배 털어 놓은 손님과 실갱이를 하고 있던
나는 국물을 손님에게 부어 버리고 미숙이에게 달려갔다...
그렇게 내 품에 안겨 한참을 울던 미숙이...
드디어 입을 열고 내게 말하였다...
"너..."
"응 그래..."
"너.... 담배 있냐?"
"..."
돗대 였지만, 미숙이에게 라면 아깝지 않았다...
이 사건이 있던 뒤론, 다시는 미숙이의 왼팔을 탐하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몇달뒤 사건은 터져버리게 된다...
2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