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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당신의 무모한 사랑이 무섭다.

이하나 |2008.12.28 22:46
조회 1,013 |추천 0


 당장 자기 결심이 확고하다고 무조건

나만 믿으면 된다고 그녀에게 자신하지 말라.

당신의 확신에서 오는 무모함에 질질 끌려 다니다

집안의 반대와 냉대와 압박, 그 외 당신을 만나며 감수해야 하는

희생을 견디다 못해 백기를 들어버리는 그녀에게

사랑이 부족하다, 당신에게 올인 하지 못했다 말하지 말라.

 

사랑이 목숨인 사람이 있고 목숨이 먼저인 사람이 있는 거다.

목숨이 먼저인 사람에게 목숨을 끊으라고

목을 조이지는 말아라.

함께가 아니라면 같이 죽자 핏대를 세울 만큼

그녀를 사랑한다면 말이다.

 

 

어릴 땐 주변의 반대나 신분의 차이에 저항하고

단식투쟁도 불사하는 연인들이 꽤나 용감하고

로맨틱해 보였던 시기가 있었다.

예전엔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나만 믿고 따라와. 나 믿지?”하면

"난 오빠만 있으면 괜찮아요."

하고 눈물을 떨구며 님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는 여주인공이 정말 많았다.


요즘도 부모반대 시추에이션은 단골소재지만

둘이 용감하게 야반도주하고 마당에서 허락해 주실 때까지

무릎 꿇고 버티다가 비 맞고 쓰러지는 장면은 거의 못 본 거 같다.

물론 신파가 한물간 것이기에 그런 장면들이 점점

자취를 감춘 것이긴 하지만 요즘 남자들이

배려가 많아지고 신중해진, 해석에 따라서는

많이 여성화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사랑에 대항하는 남자들은 터프를 넘어 ’무모’였다.

모든 것을 본인이 주도해나가고 내가 삘 꽂힌 당신 일생

다 책임지겠노라는 비장함이 있는 과거 남자들은

단순하고 과격하긴 하지만 어찌 보면 감정보다는

좀 더 편리한 쪽으로 타협하고 뭔가

가망성 없어 보이는 것에 대한 포기가 빠른

좀 나약해지고 약삭 빨라진 현대 남자들보다

뭔가 믿음직하고 우직한 매력으로 어필하기도 한다.

 

그러나 난 나이 들어가며 점점 그런 ’남자다움’과

사랑 앞의 ’무모함’이 정말 짜증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터프한 남자들인데

 ’터프’하고 자기 심지가 굳은 남자는 뒤집어 생각하면

고집 세고 여자 말 지지리 안 듣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단순한 사람이다.


사람이란 건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완전한 신이 아니기에 사람에게,

특히나 원래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는

‘사랑’에 목숨 걸었다가 세월이 지난 후 퇴색되어 버리는

사랑 앞에 비참한 배신감을 못 이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전쟁 나가기 전 보다 더 많은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결혼을 할 정도면 얼마나 많은 생각과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각오와 죽기살기로 사랑하기로 결심한 용감한 행동인가.

 

그러나 모든 결혼한 사람이 다 죽을 때까지 잘 사나?


어떻게든 사랑을 지켜보겠다는

그 마음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정말 죽을 만큼 힘이 들어서

놓고자 하면 내 사랑을 믿지 못함에 무조건 소리치지 말고

그 사랑을 놓을 만큼 정말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목숨 걸고 사랑하는 건 사랑의 크기도 좌우하겠지만

개인의 성격이 대부분이라 생각한다.

 

다혈질에 불 같은 성미를 가진 사람은 감정도 극단적이고

일단 저질러 버리는 것이고 소심하고 유약하고 신중한 사람은

그러지 못하는 것일 뿐, 그런 외적으로 보이는 행동과 결과로

상대의 사랑을 판단하지 말아라.

 

하다못해 바늘에 찔려도 생난리를 부리는 사람이 있고

칼에 베어도 입술만 깨무는 사람이 있는데

그 복잡한 사람 속을 어찌 알고 섣불리 판단한단 말인가.


내가 고통에 못 이겨 이 사랑을 오염시키고

상대에게 상처 줄까 두려운 마음.

뭐가 부족한 사람이라 나로 인해 힘들게 사는가 싶은 마음.

그 수백 가지 감정들을 접어두고 어찌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 하는가.

 

당신의 무모한 사랑에 지친다.

당신의 지독히 순수한 그 사랑이 슬프다.

더하기 빼기와 흑과 백만 알고 있는

단순한 당신의 사랑법이 가엽다.

 

내 사랑의 깊이를 제 멋대로 오해하는 것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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