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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강풀의 순정만화]

김윤임 |2008.12.29 10:19
조회 144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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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강풀의 순정만화] VS 영화 [순정만화]

 

천만 네티즌들을 울고 웃기는 인터넷 만화계의 블루칩인 강풀(본명 강도영)은 원소스멀티유즈의 대표격이다. 거의 모든 작품의 판권이 팔려 영화, 드라마, 연극화 되어 사람들을 다시 찾는다.

‘일상다반사’로 엽기적인 만화를 그리던 강풀에게 지금의 명성을 준 첫 장편만화 ‘순정만화’가 최근 영화로 개봉했다. 2004년 4월 완결이 나왔을 무렵부터 영화화가 진행됐는데, 오랜 기획과정을 거쳐 드디어 빛을 본 것이다.

우리네 일상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6명의 주인공들이 각자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강풀의 ‘순정만화’. 유지태, 이연희 주연의 영화 [순정만화](연출 류장하)와 벌써 8번째 앙코르 공연 중인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연출 박형선)를 비교해봤다.

우선, 두 작품 모두 원작의 기본 설정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띠동갑인 연우와 수영이 같은 아파트 위 아래층에 살면서 자주 부딪힌다. 채경이를 보고 한 눈에 반한 숙이는 무작정 채경을 쫓아다닌다. 연우와 수영이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 수영이 내뱉는 “에이~XX 조땐네”와 같은 에피소드나 채경이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는 숙이 모습 등이 원작과 똑같다.

총 상영시간이 113분인 영화 [순정만화]와 110분인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는 같은 시간 동안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지만, 같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다.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는 내용면에서는 원작의 설정을 철저히 따랐다고 볼 수 있다. 수영이 넥타이를 빌리는 장소가 엘리베이터 안이고, 두 사람은 각자의 공간에서 넥타이로 한 소리씩 듣는다. 연극에서는 이 모든 에피소드를 그대로 표현한다.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은 무대 양쪽에 마련된 단독 공간에서 연기한다.

또한, 연극에서는 고마움의 표시로 넥타이를 사주고, 원작에 등장하는 규철이 넥타이와 목도리를 팔게 된다. 문자 하나를 보내는데 고생하는 연우의 모습, 하경이가 뽀드득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눈을 만드는 숙이의 모습 등 많은 부분에서 원작 만화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를 무대로 옮겨왔다.

반면, 영화 [순정만화]는 많은 부분에서 원작을 재해석했다. 연우가 다니는 동사무소에 숙이가 공익요원으로 일을 해 두 사람이 원래 친분관계가 있도록 그려졌다. 숙이는 수영이와 동갑이 아닌 20대 초반으로 등장한다. 수영이의 새 가족은 나오지 않고, 홀 어머니와 단 둘이 산다.

수영의 친구가 등장해 수영의 학교에서의 모습이 추가되었으며, 숙이와 수영이 함께 구입하는 물건은 목도리가 아니라 우산으로 바꿨다. 하경의 옛 사랑인 규철은 직접 등장하지 않고, 대신 규철의 부모님이 등장한다.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는 원작 만화와 거의 같기 때문에 영화 [순정만화]와의 차이가 느껴진다. 그러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원작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쪽은 영화 [순정만화]였다.

원작 ‘순정만화’의 주인공은 6명이다. 내레이션 만화로 그려진 ‘순정만화’는 독백이 주를 이룬다. 주인공 6명의 과거와 현재를 자세히 이야기하는 원작은 그 양이 방대하다. 원할 때 클릭해서 볼 수 있는 인터넷 만화와 달리 연극이나 영화는 2시간 정도 집중해서 봐야 한다.

영화 [순정만화]는 전체적인 컨셉을 유지하면서 느슨해질 수 있는 규철의 이야기나 붕어빵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과감히 쳐냈다. 촬영 기간에 맞게 목도리를 우산으로 바꿨으며, 숙이의 나이를 좀 더 올려서 하경과의 로맨스에 힘을 실었다.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는 영화의 재해석에 비해 원작의 장면을 그저 무대로 올려놓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연극적 무대 연출은 ‘문자 신공’이나 ‘연우와 수영 엄마의 대결’ 등 코믹함으로 승부했다. 수영과 연우가 띠동갑임을 알고 세월의 골짜기를 보는 장면도 엘리베이터를 떨어뜨려 대사로 전달했을 뿐이다.

강풀은 만화를 그릴 때 인터넷이라는 장소와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태도도 신경을 쓰며 그림을 그린다. 즉, 스크롤을 예상하고 장면과 빈 공간을 배치한다는 뜻이다.

강풀의 또 다른 작품인 영화 ‘아파트’와 ‘바보’가 흥행면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그 이유를 재해석에서 찾을 수 있다. 원작이 영상화, 무대화 될 때에는 그 장르만의 색다름이 있어야 한다. 결말까지 모두 알고 있는 스토리적 재미는 이미 크지 않다. 그렇다면, 원작에 대한 깊은 고민과 분석을 통해 각 장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재해석은 필수적이다.

관객들이 다 아는 내용을 보러 영화관이나 공연장을 찾는 이유는 또 다른 재미를 찾기 위해서다. 인기를 보장받은 원작일지라도 연출의 노력이 없다면, 관객은 외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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