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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pm

금승진 |2008.12.29 19:16
조회 33 |추천 0

4:30pm

 

오후 네시반

이맘때쯤이면 하루의 힘듦이 극에 달하는 시간이다.

나역시 하루하루 노가다의 힘듦이 극에 달하고 있던 찰나..

 

"아저씨 이자루 가져가도 되요?"

 

왠꼬마아이가 나를 보고 물었다.

이제 초등학교 1~2학년 밖에 되지 않았을법한 아이.

난 그냥 짜증난다는듯이 그냥 "가져가"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아이가 다시한번 나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 술병들 가져가도 되요?"

 

순간 나는 멈칫했다. 자루에 술병이 들어있다니.

그러나 나는 그냥 아저씨들이 먹다가 버린거라고 생각하고 다시한번 "가져가"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아이가 "아저씨 고맙습니다." 하고 말하고는 자루를 움켜쥐었다.

순간 나는 궁금해졌다.

왜 초등학교 1~2학년 밖에 되지않는 아이가 술병을 가져갈까? 그것도 자루채로.

그래서 아이에게 물었다. "야, 너 왜 술병 가져가는데?"

그러자 그아이가 빙긋 웃으며 힘들게 대답했다.

 

"술병 모아서 팔려구요"

 

순간 내마음속에 무언가가 울컥했다.

말로 표현 할수 없을만큼 아주 큰것이 내가슴과 머리속을 강타했다.

이 얼마나 참담한 현실인가..

 

술이뭔지도 모르는, 술이란걸 알아서는 안되는 아주 어린 꿈나무가 술병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된다는 사실이..

더군다나 그아이는 언어 장애도 있었는지 말을 바로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아이가 하는말을 잘 못들어서 그 아이가 나를 몇번을 불렀었다.

 

뭐, 다르게 생각하면 어린놈이 벌써부터 돈맛을 알아서 그렇게 행동을 할수도 있었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어린 나이 아닌가.

또 다르게는 정말 집이 어려워서 부모님이 시켰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부모가 초등학교 1~2학년 짜리 어린이한테 술병을 모아오라고 시키겠는가.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아이집이 너무 어려워 부모님이 술병이나 다른병들을 모아서 돈으로 바꾸는것을 보고 그 아이 역시 같은행동을 하고 있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요즘세상이 어렵다고 정말 못살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지만 그것을 현실로 잘 못느끼고 있던 나에게 그아이의 한마디 대답은 충격 그자체였다.

그리고 언어 장애가 있지만 집을 위해 힘들게 말을하고 자기덩치보다큰 술병자루를 메고가는 그 해맑은 아이의 모습앞에 난 정말 부끄러워졌다.

 

난 뭔가. 난 이때까지 뭐하며 살았나.

내 앞가림하기에 급급해서 집은 돌아보지도 않고 부모님께 따뜻한 전화 한통 하지 않았던 난 뭔가.

신호등을 건너는 그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난 문득 이런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 "무조건 열심히 살아야겠다."

저 어린 꼬마아이도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이미 다커버린 내가 가만히 있으면 그것은 인간 말종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잠깐이었지만 그 꼬마아이가 나에게는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살라고  하늘이 내려준 천사가 아니었나 하고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그리고 더불어 그 아이의 가정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2008.12.29  피곤한 몸을 잠시 접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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