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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파내시겠다구요???

박병관 |2008.12.30 11:45
조회 65 |추천 1

 

 

대운하 건설은 국민이 반대하면 결단코 하지 않겠다고 약속 했던 대통령이 뜬금 없이 ‘4대강 정비’라는 모호한 프로젝트를 들고 나오던 그렇지 않아도 경제불황으로 흉흉한 나라를 온통 설전의 전당으로 만들어 놓았다. 안에 대한 충분한 국민적 논의나 대책 없이 무턱대고 밀어붙이는가 싶더니 급기야 어제 ‘첫삽’을 떠버렸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처음 4대강 유역 정비라는 프로젝트가 전면에 드러나고 나서 첫삽을 뜨기까지는 정말 ‘눈깜짝할 새’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그 사이 정부는 14조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그로 인한 경제파급 효과까지 시의적절하게 계산하여 발표하였다. 이는 우리에게 두 가지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그 첫째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이며 둘째는 ‘이미 충분히 검토했다’는 것이다.

두 시사점은 완전히 상반되어 있으나 둘 중에 어떤 경우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현 정부는 비난을 면치 못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무런 대책 없이 무턱대고 시작해 버린 것은 당연히 비판 받을 일이오, 그 짧은 시간동안 충분히 검토했다면 이는 [대운하사업->4대강유역정비]라는 ‘이름 바꾸기’일 뿐이라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자인 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원래 무식하면 겁이 없다고 했던가? 우리 정부가 보여주는 행태는 무겁, 무식을 넘어 상상의 지평선을 훨씬 초월해 앞서 나가 있다. 대운하 건설이 왜 국민의 여론에 정면으로 반대에 부딛쳤었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짚지 못 하고 ‘산술적 계산’에 따른 전형적인 성과중심주의적 사고방식에서 기인하는 웃지 못할 맹목적 실수라고 지적할 수 밖에 없다.

 

 

[산술적 경제 효과? 과연?]

대운하 건설사업을 통해 얻게 될 이득이 대한 ‘옹호론자’들의 생각은 확고한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창조’의 꿈을 외치는 정부의 모습은 왠지 낯설지가 않다. 서민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을 구체적인 수치로 들면서 ‘성공합시다’를 외친다. 이는 서민들의 등골만 빼먹는 피라미드 교육장 같은 혹세무민의 현장에서 흔히 보여지는 행태 아니던가? 그런데 이러한 행태를 우리 정부가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얼마의 이득’이 생길 것인가를 들어 서민들을 현혹시키고 있지만 사실 그 수치들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예측치’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예측치’일 뿐. 실제로는 엄청나게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유례없는 초대규모 국책사업에서는 필연적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있으므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천문학적인 금액의 자원과 시간이 필요하다.

 

서구의 예를 들어 어떤 유명한 항구도시는, 항구도시로서 정비사업을 하면서 부딪치는 사회적 갈등과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0년이라는 시간을 공 들여야했던 사례가 있다. 그런데 일개 도시의 규모도 아닌 전국적인 규모의 해운, 항만시설을 건립하면서 단 4년안에 모든 것을 해결하고 완결짓겠다는 그 어마어마한 발상을 도데체 어떻게 믿으라는 소리인지 참으로 의심스럽다. 기술적인 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운하의 건설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물류시스템의 개선’도 의아한 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비해 이미 고속도로, 철도를 통해 짧은 시간안에 많은 물류를 적은 비용으로 실어 나를 수 있다. 운하에 비해 수십배나 빠르고 싼 비용을 통해 말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운하는 나름대로 어느정도의 ‘역할’은 하겠지만 이로 인해 얻게되는 경제적 이득은 투자된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보잘 것 없다. 국고에서 만원짜리를 꺼내서 한달에 10원 벌자는 발상과 다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운하의 건설을 고집하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대통령의 주장대로 지역경제의 균형발전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을 얻고자 하면 좀더 값싼 비용을 들여 ‘도로’등의 사회기반시설을 늘리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자체 지원등의 사업을 폭넓게 벌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향은 완전히 무시하고 ‘소모적’인 대운하를 고집하는 이유에는 아무런 논리적 근거도 찾아 볼 수 없다. 소위 강이 대운하로서 역할을 하면서 생기는 ‘항만’과 이를 중심으로 한 ‘유역권’이라는 것이 새로 생겨나긴 하겠지만 이는 오히려 지역의 균형발전을 역행시키는 원인이 된다.

 

운하의 각 기착지에는 대규모 물류 터미널과 이를 육지에서 소화해내기 위한 기반시설이 건립된다. 이 모습은 쉽게 상상이 가시리라... 문제는 이 물류 터미널이라는 것이 사람의 ‘정착’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모든 것이 그저 일회성이고 소비성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물류터미널 근처에는 근린생활시설이라고 해봐야 술집, 음식점 몇 개가 들어서면 전부다. 거기에 여관, 모텔같은 숙박시설 몇 개 들어서면 더 이상 생길 것도 없다. 기착지마다 물류센터 뿐만 아니라 이를 지상에서 분배하기 위해 각 고속도로 및 고속화 도로에 연계된 IC, 요금 정산소 등이 들어서서 일부 몇몇 지역은 주거단지가 들어서 소규모의 ‘군락’은 이룰 수 있겠지만 인근 도시의 ‘발전’을 궁극적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해내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최소 반세기를 내다보고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발전계획 및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무책임한 개발은 무차별적인 난립개발로 이어지고, 이는 곧 인근 대도시의 슬럼화, 더 나아가 도시의 퇴보로 향해 달려나간다. 일단 도시의 퇴행화가 시작되면 그 속도는 겉잡을 수 없이 빨라져서 인간의 힘으로는 더 이상 돌이키기 힘든 파국으로 치닫는다. 대운하에 관련된 모든 도시가 한순간에 그렇게 변해 가게 될 것이다. 이로서 우리는 하나를 얻기 위해 열을 희생하고, 그 하나를 지키기 위해 백을 희생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는 대운하의 관광상품화, 그리고 각 기착지에 카지노나 대규모 리조트 시설. 또는 오성급 호텔을 설치하는 것 밖엔 없다. 이는 국민의 정서와 국토의 건강을 좀 먹는 좀벌레다.]

그야말로 초장기적인 계획 수립 없는 대운하는 판도라의 상자와 다름 없는 것이다.

 

 

[4대강유역 정비사업. 뭐라고? 패스트트랙?]

오늘자 뉴스에서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단어가 출현하였다. 이른바 패스트트랙. 이는 건설업체에서 공기단축을 위해 전체계획이 수립되기전에 부분적인 계획만 수립되면 바로바로 공사에 착수하는 아주 몹쓸 방식이다. 물론 적절하게 사용하면 득이 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나 건설현장에서는 ‘부실설계’와 ‘부실공사’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작금에 없어져야할 아주 못된 공사방식이라 못 박아 말 할 수 있다.

 

건축에 있어 패스트트랙이란 건축물의 전체 설계가 나오기 전에 토목공사도면만 나오면 일단 땅을 파고 본다. 그 사이 설계사무소에서는 건축물의 전체규모를 대략 산정하여 아주 ‘개략적’으로 계산된 값에 따라 기초를 설계한다. 이렇게 땅을 파는 동안 기초설계가 끝나면 건설회사에서는 바로 기초공사에 들어간다. 그 사이 설계실에서는 지하옹벽을 설계하고, 하부건축물을 설계한다. 이렇게 기초공사를 하는 동안 지하설계가 끝나면 건설사에서는 또 바로 설계된 도면데로 지하층을 공사하고 그 사이 사무실에서는 지상층을 설계한다. 그리고 또 똑같은 방식으로 건설사에 넘겨준 뒤 내 외부 마감을 설계한다. 이런 방식으로 설계에서 시공을 연계하여 노는 시간 없이 바로 바로 공사를 하게되면 공기는 비약적으로 단축되고 경비도 절감되지만 문제는 건물의 전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분 부분 진행하는 형태이므로 그야말로 100% 부실설계가 된다는데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둘째치고, 기술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은 다시 때려부시고 뜯어고치면 된다고 쳐도 이런 상태에서 건축가의 어떤 철학적인 사고나 진지한 고민을 기대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더구나 모든 일정이 ‘공정’에 맞추어져있다보니 치밀한 계산이나 복잡한 설계는 꿈도 꿀 수 없다. 그저 모든 것은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해야 하고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냥 뭉게고 넘어가더라도 공사는 진행시킬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있지 않은 4대강 유역 정비 공사라는 대규모 토목공사에서 패스트트랙은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개 대학의 토목공학과 교수란 작자가, “4대강 유역정비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아주 빨리 진행해야 성공적이 될 수 있다‘라고 무식한 소리를 해대고 있다. 강의 유역정비가 ’문화‘ ’사회‘ ’기술‘ ’인간‘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진행되는 프로젝트라면 패스트트랙을 옹호하는 이러한 망발은 공학도의 양심을 걸고, 입 밖에 꺼내기는 커녕 생각해서도 안될 일이다. 적어도 이 프로젝트가 ’산술적 이득‘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진정으로 성공하길 바란다면 적어도 4~50년에 걸친 장기적, 단계적 계획으로 접근해야함은 물론 이 강이 연결된 전국토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지구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문화, 사회, 철학을 아우르는 깊은 통찰력으로 m단위의 세밀하고 치밀한 계획, 분석과 시뮬레이션의 반복이 이루어져야 함은 두 말할 이유도 없다. 이 사업으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되는 강유역 및 주변 수 Km이내의 자연환경 영향평가가 아주 정밀하게 이루어져야함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교통, 도시환경 영향평가도 아주 중요한 항목이다.

 

국내에 존재하는 모든 설계사무소, 모든 관련 협력업체들의 기술력을 모두 합하더라도 전 국토를 아우르는 이러한 ‘조사’와 ‘수집’ 작업은 최소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릴 일이고 그렇게 조사된 데이터를 가지고 총체적으로 치밀한 ‘실시설계’를 거치는데 또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릴 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설계안을 가지고 다시 자연,교통,도시 등의 환경영향평가를 거치고 재설계 및 수정 보완을 하는데만 수년의 세월이 걸릴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토목공학 교수라는 작자의 입에서 ‘수십년에 걸친 치밀한 실시설계’도 아닌 ‘부분 부분을 바로 설계해서 바로 공사하는 패스트트랙’을 쓰면 된다는 무식한 논리의 헛소리가 흘러나와 정부의 졸속 프로젝트를 더욱 ‘졸속’으로 만드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공학도이자 건설인의 한 사람으로서 통탄하며 가슴을 칠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책임한 하드웨어적 발상. 소프트웨어는 도데체 어디에 있는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어떻게든 현정권에서 이 ‘산술적인 결과’를 보고 싶어 안달이 난 듯도 하다. 물론 정부가 내세우는 산술적인 이득이 달콤한 유혹인 것만은 사실이다. 경제가 어려운 시국에 ‘제2의 뉴딜정책’이라고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이도 생겨났으니 그에 대한 기대심리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물론 ‘원자재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정부에서 발주하는 이런 대규모 사업이 ‘안정된 자재수급’과 ‘약속된 이익실현’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임은 자명하다. 물론 건설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 또한 ‘철밥통’을 안겨주겠다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것은 양심의 문제이다.

 

먼저 공학도로서, 건축인으로서 충분한 ‘계획수립’및 ‘단계적 검토’가 없는 이런 무책임한 개발계획엔 동의할 수가 없다. 작금에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도시들의 문제가 7~80년대에 이루어진 ‘만들어놓고 보자’식의 개발정책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며 그로 인해 건축가들은 건축 자체보다 도시와 인공도시에서 발생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숙제를 당면하고 아주 곤란해 하고 있다. 이런 도시의 문제는 도시의 하부구조, 상부구조라는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등의 소프트웨어적인 요소 전반에 걸쳐 발생하므로 엄청나게 복잡하고 광범위 하다. 그리고 하나의 도시에서 도출된 어떤 해법을 일반화 하여 적용할 수도 없다. 따라서 현대의 건축인들은 90년대 이후에 아주 ‘체계적’으로 수립되고 진행된 신도시들에서 발생한 문제들 조차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하나의 도시 규모도 아닌 전국토를 가로지르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렇게 무차별적인 방식에 어떻게 동의하란 말인가? 우리는 이른바 ‘4대강 유역 정비’라는 프로젝트가 ‘문화적인 요소를 도입한’ 것이 될 것이라는 대통령의 ‘무모하고’ ‘모호한’ 말만 들었지 실제로 어떤 프로그램들을 어떻게 도입하여 물리적으로 어떻게 연계시킬 것이며 이것을 산업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기본적인 ‘다이어그램’ 조차 보지 못했다. 대단한 조감도는 커녕 계획의 가장 기반이 되는 러프한 스케치나 다이어그램 조차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졸속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수백평짜리의 건축물에도 설계전에 수립되고 논의되는 이러한 다이어그램과 스케치, 인근 도시의 상, 하부구조를 분석하고 전망한 컨텍스트 분석만 적게는 수십에서 수백페이지에 이른다. 그런데 전 국토를 가로지르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천문학적인 ‘소득금액’이 적혀 있는 숫자놀음 뿐이다. 물론 그 또한 몇몇 대기업과 소위 ‘가진자’에게 대부분 돌아갈 이득인데 말이다.

 

누군가 제2의 뉴딜정책이라 말을 했다. 말은 그럴 듯하니 참 좋게 들린다.

그러나 뉴딜정책 당시 미국의 경제공황속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대규모 국토개발 공사’를 발주했던 것과 현재는 아주 판이하게 다르다. 엄청난 물자와 인적, 사회적 인프라가 소요되는 것이 비해 일자리의 창출 효과는 ‘비정규 일당직 수십만명’을 양산하여 아주 일시적으로 실업율을 해소 시킬 뿐이다. 이 또한 산술적인 수치에서 몇 포인트 퍼센트의 등락일 뿐이지 실제 일자리가 수십만개씩 창출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1930~1950년대 건설현장과 현재의 건설현장에서 똑같은 효과가 발생될 것이라는 것도 아주 단단히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 하고 싶다. 뉴딜정책이 먹힐 당시엔 댐 하나를 건설하기 위해 수십만명의 인력이 동원되어야 했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인원, 수백명의 인력만 있으면 된다. 그것을 설계하고 도면을 그려내는 일도 컴퓨터 몇 대와 수십명의 캐드 기사면 거뜬하다.

 

나는 이 시점에서 이런 글을 쓰며, 국토의 균형적인 개발과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전무후무한 초대형 건설사업을 정부차원에서 벌이겠다는 발상이나, 소프트웨어적인 계획 수립 없이 하드웨어만 만들어 놓으면 된다는 그 무식한 발상... 게다가 그것을 ‘제2의 뉴딜정책’이라고 떠받드는 일 모두 시대를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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