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에는
누구나 다 상대방에게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다.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부풀리고 더하고 곱하면서
그렇지 않은 점은 너그럽게 넘어간다.
아무나 붙들고 그 사람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쉬지 않고 떠들어댄다.
말 그대로 이성을 잃은 채
그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명밖에 없는 사람이며
뛰어난 재능과 미모를 겸비하였다고 만천하에 공표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화려한 환상 속에 몸을 던진다.
하긴 그런 상태가 되지 않고선 사랑에 빠질 수 없다.
특정한 상대에게만 끌리는 선별적 인식 능력이 없다면
인간은 절대 사랑에 빠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태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그 사람의 다른 면모들을 알게 될 기회도 늘어난다.
내 말을 그렇게나 잘 들어주던 사람이
왠일인지 내 말은 안 듣고 딴 생각만 하고있다.
당당하고 독립적이었던 그 사람이
자꾸만 결정을 미루며 내게 의존하려고 든다.
하지만 이런 상대의 변화를 비난하고 불평하기 전에
그런 변화를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순 없을까
동전의 한 면만 보다가 다른 면도 보게되었다며
기뻐하라고 하면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
다시 말하지만 지금 상대의 어떤 면모가 눈에 거슬린다면
그건 그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안정적인 관계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더 정확하게 전체적으로 바라보게 되니까
이제 상대가 딴 사람이 되었다고 비난하는 것을 멈추자.
처음에는 관대하게 넘어갔던
원래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과 특성을
이제와서 결점이라고 트집을 잡는 것이다.
지금 도대체 정리정돈을 못하는 사람은
처음 만났던 그때에도 분명히 자유분방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지금 말 수가 적어 답답하기 짝이 없는 사람은
예전에도 분명 과묵하고 신중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멋진 왕자 공주였던 그 사람이
갑자기 야수 마녀가 되었다고 말하는건
심각한 자기기만이 아닐 수 없다.
신은 인간을 창조하면서 가히 천재적이라 할 만큼
한 가지 장난을 쳐놓았다.
사랑의 감정은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오게 해놓고
그 사랑을 유지하는 데에는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율리아 온켄
-사진:Kedraly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