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www.flickr.com>
1. 목놓아 울고 있는 여자아이, 인천상륙작전 후 인천 시내 어느 길거리, 1950년 9월 16일
2. 어느 피난민 가족, 마산 근처 장승포 피난민촌. 1950년 10월
3. 누더기를 걸치고 먹을 것을 찾고 있는 오누이, 서울 시내 어느 기찻길옆. 1950년 11월 17일
4. 파편더미에서 쓸만한 것들을 모으다 입김을 불어 언 손을 녹이고 있는 할머니, 피격당한 서울시내. 1950년 11월 1일
5. 남으로 남으로 향하는 피난민 행렬, 강릉 외곽. 1950년 1월 8일
6. 숨진 병사의 죽음에 통곡하는 군인, 그를 위로하는 군인, 그들 뒤로 병사의 죽음을 기록하는 군인, 학동리. 1950년 8월28일
7. 기지 시찰 중인 맥아더 장군. 1951년 2월 21일
8. 3년에 걸친 전쟁을 휴전하자는 협정조약에 서명하는 미국 장교 해리슨 (사진에서 왼쪽), 북한 장교 김남일 (사진에서 오른쪽). 1953년 7월 23일
위의 사진 중 단 하나의 사진도 그냥 쓰윽 스쳐지나갈 수가 없다.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사진이 가진 사실성과 사진 안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 그 사람들을 둘러싼 배경 때문이다. 보고 또 보고 있으면 가슴이 무척 아려온다. 디테일한 것까지 보려고 애를 쓰는 건 다름아닌 눈인데, 애를 쓴 눈이 붉어져 옴과 동시에 느끼는 건 가슴 한구석 쓰라린 고통이다.
난 1981년도에 국민학교 입학을 했다. 그때가 휴전 협정 후 불과 28년이 지난 때였다. 일제시대와 6.25 전쟁을 겪은 이들이 만든 교과서에 그들의 아들딸들이 가르치는 교실에서 그들의 손주뻘 쯤되는 나이로 공립교육을 받았었다. 영화 <똘이장군>이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학교 단체 관람을 한 것도 그 시대 상황을 돌이켜보면 그리 생뚱맞은 경우도 아닌 듯 하다. 무수한 인명을 앗아간 참혹한 전쟁을 경험한 이들은 자신의 후손에게 얼마나 많은 경고를 주고 싶었겠는가. 그 방법이 이데올로기의 그늘에 가려 현명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위협에 가까운 경고를 후손들에게 주고자 했던 그들의 의도는 십분 이해가 간다.
적어도 난 이 사진들을 보면서 간접적인 경험에서이지만 직접적인 감정으로 가슴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세대이지만, 6.25 전쟁 후 60년이 지난 지금의 세대는 어떤 개념이나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60년은 기껏 2세대에 걸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사는 격정의 사건들이 많았기에 마치 120년쯤 흐른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이 역사적 사실들과 사실들에 대한 개념 성립에 대해서 요즘의 세대들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지 크나 큰 의문이다.
명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사진만 봐도 그 서러움이 느껴지는 하염없이 울고 있는 저 여자아이, 볼이 토실한 아기에 비해 당신네들은 너무나 마르기만 한 가진 것이라곤 서로밖에 없는 어느 젊은 피난민 가족, 부모를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되어 막막해진 생계에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 더미를 뒤지게 되고 11월 겨울 추위가 다가오는 길목에서 누더기를 뒤집어 쓰게 되는 오누이, 파편더미에서 무엇이든지 찾아서 생활에 쓰던가 팔던가하려는 얇은 옷의 저 할머니, 혹한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끝없는 행렬을 감행해야 했던 피난민들, 낯선 땅에 와서 목숨을 잃어야 했던 수많은 젊은이들, 전략적 요충기지로만 한반도를 이해했을지도 모르는 맥아더 장군, 남한의 자리는 고스란히 빠져있는 휴전협정체결 테이블.
위의 <그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들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역사만큼 인과적인 맥락의 시간이 있을까. 이제 부모세대가 되는 우리 삼십대들. 우리 아이는 저렇게 길거리에서 목놓아 울 것이라는 것을, 기찻길 옆에서 쓰레기를 뒤진다는 것을, 혹은 우리 어머니가 파편더미에서 생계를 위해 무언가를 줍는다는 것을, 따뜻한 집을 뒤로 하고 엄동설한에 걸어서 어떤 여정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면 우린 역사를 잊어버려선 안되고, 기억하더라도 아주 바르게 기억해야하며, 가르치더라도 아주 제대로 후손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기성세대인 부모세대로서의 역할일 것이다. 30년 뒤의 <그들>자리는 바로 우리가 놓여지게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