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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의 칠레 와인기행 ①◆칠레는 남북으로 4300여 ㎞에 걸쳐 기다랗게 띠처럼 뻗어 있는 나라다.

정오균 |2009.01.10 09:37
조회 224 |추천 0

칠레의 고립된 땅·자연이 `유럽 포도` 지켜냈다

◆이원복의 칠레 와인기행 ①◆

칠레는 남북으로 4300여 ㎞에 걸쳐 기다랗게 띠처럼 뻗어 있는 나라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고교입시(우리 때에는 있었다). 사회문제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지구 정반대의 나라는?"이었다. 정답은 칠레, 아르헨티나 서부.

칠레와 우리나라의 시간 차가 정확하게 12시간이니까 지구의 정반대, 뉴욕과 1시간 차이지만 남반구이니

말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보면 지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 나라다. 인천에서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LA에 도착해 몇 시간을 기다렸다가 LAN이라는 칠레항공으로 갈아타고 다시 13시간 반, 그것도 페루 수도 리마에 내렸다가 다시 날아가는 길고도 긴 여정이 바로 칠레로 가는 항로다. 거의 30시간에 가까운 여정 끝에 닿는

칠레, 그렇게도 먼 나라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인 만큼 칠레의 농산품이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고 그에 못지않게 와인 붐을 타고 칠레의 와인이 성큼 다가와 있다.

칠레는 남북으로 4300여 ㎞에 걸쳐 기다랗게 띠처럼 뻗어 있는 나라다.

그 해안선의 길이만 합쳐도 무려 8000㎞! 도대체 어쩌다 국토 형태가 이 모양으로 생기게 되었을까 궁금했던 터에 칠레 여행을 앞두고 공부를 하고야 의문이 풀렸다. 북쪽 이웃나라인 페루, 볼리비아와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이 자연의 장벽이 되고 남아메리카 대륙의 척추뼈처럼 위아래로 길게 뻗은 6000m급 안데스 산맥이 아르헨티나와 갈라놓으니 칠레의 국경은 곧 자연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 바로 그것이다.

한반도의 세 배가 넘는 국토지만 인구는 1600만여 명에 지나지 않고 자연적으로 그나마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지역은 칠레 중부 산티아고를 중심으로 한 남북 500㎞에 제한된다.

칠레는 나라가 워낙 길다 보니 아열대부터 극지대까지 다양한 기후대에 걸쳐 있어서 크게 네 지역으로 나뉜다. 아열대 지방인 노르테 그란데(Norte Grande:대북부), 온대 지방인 노르테 치코(Norte Chico:소북부), 한대 지방인 수르 치코(Sur Chico:소남부), 냉대 지방인 수르 그란데(Sur Grande:대남부). 이 중 칠레 인구 거의 모두가 온대 지방인 노르테 치코에 몰려 있고, 전체 인구 중 3분의 1 이상인 약 600만명이 수도 산티아고와 그 주변인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 지방 기후는 지중해성이다. 태평양의 산들바람과 뜨거운 태양, 밤에는 안데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기후이고, 칠레 와인 중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동서남북이 바다와 사막, 산맥으로 다른 나라와 격리돼 있었던 까닭에 칠레는 19세기 중엽부터 전 세계 포도산업을 초토화시킨 필록세라라는 포도나무 뿌리 해충으로부터 유일하게 피해를 보지 않았다. 미국에서 건너온 포도나무에 묻어온 필록세라 해충에 미국 포도나무가 저항력을 지녔다는 사실이 알려져 프랑스를 비롯한 전 유럽, 그리고 신대륙까지 미국 포도나무 뿌리와 유럽 포도나무 줄기를 접붙여 재배해 필록세라를 극복했다.

전 세계 포도나무가 미국 뿌리와 유럽 줄기라는 기묘한 종자인 데 비해 필록세라 훨씬 이전에 수입해온 유럽의 오리지널 포도 품종이 해충의 피해를 보지 않고 지금까지 재배되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바로 칠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유럽적인 오리지널 포도 품종은 칠레에서만 찾아볼 수 있고, 바로 이 점이 칠레 와인의 자랑이자 자존심이다.

신대륙 와인이면서도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와인을 외면하고 오로지 정통 프랑스 와인과 정면 승부를 걸고 있다. 그래서 칠레 와인에서 중요한 것은 치열한 세계 와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성, 응용과 실리가 아니라 오로지 프랑스 스타일 와인으로 프랑스 와인과 진검 승부하겠다는 도전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칠레 와인업자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의식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한 예로 칠레 와인의 병은 다른 나라 와인 병보다 두껍고 무거워 와인의 변질에 더 세심한 신경을 쓰며, 요즘 신대륙 와인에 대세처럼 번지는 스크루 캡(돌려 따는 뚜껑)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정통 코르크 마개를 고집한다.

칠레의 산업은 세계 여러 나라와 맺은 FTA 협정이 말하듯 크게 발전하고 있다. 칠레의 주 수출품은 구리로 전 세계 구리교역 중 60% 이상을 차지한다.



와인은 칠레 정부가 의욕적으로 지원하는 떠오르는 산업으로, 짧은 시간 안에 제5위 교역품(수출품목)으로 성장했다. 와인 제조업자들은 정부 지원 아래 `와인 오브 칠레(Wine of Chile)`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전 세계에 칠레 와인을 홍보한다. 외국의 와인 수입업자, 언론인, 작가 등을 초청해 와이너리 투어를 주선하며 칠레 와인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 칠레 여행은 바로 이 단체와 칠레대사관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거의 모든 칠레의 와이너리들은 극심한 시장경쟁에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피땀 나는 노력을 한다. 일반적으로 잘 인식된 코스트 퍼포먼스(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의 장점은 칠레 와인의 특징이지만 프랑스 와인 등 유럽 와인이 지니는 역사와 문화, 전통이라는 결코 깨기 어려운 벽에 맞서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그 무엇을 위해 스스로를 차별화하려고 애쓴다.

또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사 이래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은 와이너리의 다기능화도 칠레에서 큰 붐을 이루고 있다. 거의 모든 와이너리가 관광객을 위한 배려와 시설(시음실), 기념품 가게, 카페 등은 물론 레스토랑, 호텔, 심지어는 피크닉을 즐기며 바비큐 파티까지 할 수 있는 공원화, 와인을 중심으로 테마파크화를 한 대규모의 와이너리가 적지 않다.

칠레의 와이너리 기행(다른 나라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은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다. 상상해보라, 만일 당신이 와인애호가라면….

10일이 넘는 나날을 매일 와인너리만 방문하며 칠레의 자연을 훑는다. 푸른 포도밭 사이로 와이너리에 도착하면 손님에 대한 배려로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고, 와인메이커(또는 매니저)가 반갑게 맞이해 포도밭과 와인 제조공정을 자세히 안내해주고 끝으로 정갈한 테이스팅 룸에 인도한다. 테이블 위에는 이 와이너리가 정성껏 빚은 최고 품질 와인을 종류별로 진열해 놓고 하나씩 하나씩 따라주면서 설명과 함께 시음을 권한다.

와인애호가에게 이보다 더 즐거운 여행이 있으랴! 단지 너무도 아쉬웠던 것은 와인을 마시되 삼킬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주는 대로 다 삼켰다간 반나절도 안 돼 완전 곤드레가 될 터이니….

결국 모든 와인을 입에 물었다가 도로 뱉어내야 했으니, 이를 아름다운 여인을 품에 안기만 했다가 풀어주는 것과 비교한다면 너무 품위 없는 비유일까? 또 하나 아쉬운 것은 곁에 함께 즐길 벗이 하나라도 있었더라면 이번 와이너리 여행은 천상(天上)의 것이었을 텐데….

[출처] 매일경제 200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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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cyworld.com/gaon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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