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위기 극복위한 결연한 의지 담아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대하 7:14) 오는 20일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버락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 선언과 함께 낭독하게 될 성경 구절이라고 CNN 등 외신들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이 성경 말씀의 낭독과 함께 취임 선언을 하도록 규정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성경 말씀으로 취임 선언을 한 이래 거의 모든 대통령이 관례적으로 이 같은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성경의 어느 구절을 발췌해 읽을지에 대해서는 대통령마다 달랐다.
오바마 당선인이 낭독할 역대하 7장 14절 말씀은 1861년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에이브러햄 링컨 등 3명의 대통령 취임식 때 낭독됐던 구절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신·구약에 담긴 총 3만1179절에 달하는 구절 가운데 특별히 이 부분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이 처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게 성경학자들의 견해다.
1920년대 말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 상황에 직면한 현재의 미국과 함께 이 난국을 타개하려는 새로운 국가 수반의 강한 의지, 나아가 미국의 국가 정체성 회복을 바라는 총체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성경 구절의 시대적 배경은 BC 959년경 솔로몬 왕이 성전 건축을 마쳤을 무렵이다.
솔로몬은 '성전을 건축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들어 7년여의 대역사 끝에 성전을 완공한 뒤 하나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낙성(落成·성전 완공) 기도를 드렸다.
그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 역대하 7장 14절 말씀이다.
김진섭 백석대 대학원 신학 부총장은 "이 구절은 한마디로 하나님과 인간(또는 국가나 지도자)의 관계 회복을 강조하는 말씀"이라며 "악을 멀리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을 구할 때 비로소 회개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전문성경강좌를 이끌고 있는 노우호(에스라하우스 대표) 목사는 "하나님은 이 말씀을 통해 우리 인간 세상에 대해 왕조(또는 정권)의 흥망성쇠를 판단하는 그분의 잣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면서 "오늘날 미국이 따라야 할 하나님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 있다"고 전했다.
성경통독 전문가인 조병호(한시미션 대표) 목사는 "큰 틀에서 볼 때 미국이 세계 속에서 대제사장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각오로 읽힌다"고 말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취임식 석상에서 낭독했던 성경 구절도 눈길을 끈다.
1933년, 대공황의 폭풍 속에서 정권을 출범해야 했던 제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사랑'을 강조한 고린도전서 13장 13절을 펼쳤고, 1997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념과 계층간의 화합과 단결을 강조하며 이사야 58장 12절을 낭독했다(표참조).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