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인사 뒤의 '보이지 않는 손'
삼성그룹이 어제 부회장 및 사장 승진 14명,이동 및 위촉업무 변경 11명 등 총 25명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계열사의 주요 경영자 40여명 중 절반 이상을 물갈이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인사라고 한다.즉각 재계에서는 삼성이 포스트 이건희 시대,즉 아들인 이재용 전무 중심의 경영 체제를 준비하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의 당사자였던 이 전무는 지난해 4월 삼성의 경영쇄신안 발표 후 최고고객책임자(CCO)자리에서 물러나 시장 개척 업무를 한다며 해외 사업장을 돌고 있다.
삼성은 이번 인사를 새 출발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초에는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뒤라 사장단 인사를 먼저 했다고 한다.그동안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김용철 변호사의 비리 폭로 등으로 경영권 편법 승계 시비에 휩싸여 온 삼성은 '이 전 회장 확정 판결 -사단장 인사-새 삼성 출발 선언'을 준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이 새 출발을 운위하기에는 이번 인사 과정부터가 석연치 않다.삼성은 지난해 경영쇄신안을 통해 이 전 회장의 퇴진과 동시에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계열사별 독립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그후 사장단협의회가 구성됐으나 투자 조정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 권한을 갖는 기구가 아니다.퇴진한 이 전 회장이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임도 명확히 했다.그런데 이번 인사 내용을 보면,상당수 경영자들이 옷을 벗거나 혹은 이 계열사에서 저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다.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인사이다.과거 삼성 인사는 전략기획실과 그 전신인 구조조정본부가 중심이 돼 회장의 결재를 받아 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이 누차 강조한 경영 쇄신이나 신경영은 결국 말뿐이었음이 드러났다.삼성이 '선언 따로,실제 따로'의 형태를 지속하는 한 대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과재는 영영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2009년 1월 17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