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클럽에서 살아남기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L양은 새해를 맞아 마음을 다잡고 몇 년 동안 벼르고 별러온 다이어트에 돌입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손을 뻗은 것은 헬스클럽. 광고전단을 통해 집 근처에 새로 오픈한 헬스클럽을 찾아간 L양은 넓고 현대적인 시설에 만족하여 그 자리에서 등록을 하게 되었다. 3개월 이상 등록하면 할인 혜택을 준다는 말에 덜컥 카드를 긁고도 저렴하게 헬스클럽을 등록하게 되어 뿌듯한 마음이 든다. 이제는 열심히 운동하는 딜만 남은 것일까?
다음날 퇴근 후 많은 유혹을 물리치고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누가 말했던가, 다이어트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자신이 여간 대견스럽지가 않다. 옷을 갈아입고 먼저 런닝 머신에 올랐다. 평소 달리기와는 담을 쌓고 지낸 터라 속도를 낮춰 걷기부터 시작했다. 처음부터 무리하면 좋지 않다는 생각에 런닝 머신 위에서 걷기를 한 시간, 땀은 나지 않았다. 그래도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자신을 쳐다보고 잇는 계기판의 120이라는 숫자(칼로리 소모량)를 보고는 더없이 마음이 편안해진다. 땀이 나지 않아 뭔가 미심쩍은 마음이 들긴 하지만 오만상을 지어가며 헬스기구와 씨름하는 남자들처럼 자신은 근육을 키울게 아니라는 생각에 샤워실로 사뿐 걸음을 옮긴다. '근데 120칼로리면 얼마나 살이 빠진 거지?'
헬스클럽에서 일주일동안 런닝 머신과 함께 한 L양은 체중 변화가 없자 심히 초조한 기색이다. 원래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체질인 것은 감안해도 이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다른 운동을 해 볼까. 헬스클럽의 에어로빅실 유리벽에 붙어 있는 강습시간표를 본다. 재즈댄스, 스텝에어로빅, 태보, 스피닝... 춤도 배우고 살도 뺄 겸 재즈댄스를 내심 선택하고 트레이너에게 물어보니 따로 등록을 해야 한단다.
운동신경이 둔해서인지 재즈댄스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다. 다음날 팔다리가 마구 쑤시는 것을 보니 운동은 꽤 되나보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의지가 불타오르지만 체중계의 숫자는 얄밉게도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트레이너에게 물어보니 근육운동을 해야 한다면서 몇 가지 머신 사용법을 알려주고는 가버린다. 옆의 남자들의 곁눈질하면서 근육 운동을 따라해 보지만 무겁기만 할뿐, 근육이 커지면 어쩌나, 이런다고 살이 빠질까하는 생각만 어지럽게 머릿속을 맴돈다.
헬스클럽을 등록한지 이주일 남짓 지났다. 차츰 술과 음식의 유혹에 빠져 헬스클럽에 가지 않는 날이 늘어났다.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후회하지만 운동하는 것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띄엄띄엄 헬스클럽에 가지만 이젠 운동하는 시간이 고역이다. 살을 빼겠다는 결심도 이젠 두풀, 세풀이나 기가 꺾였다.
드디어 대범하게도 운동을 그만두었다. '뭐, 다음이 있으니까' 초췌해진 마음을 애써 모른척한다. 그래도 헬스클럽 등록기간은 아직 두 달이나 남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환불이 되는지 물어보니 절대 안된단다. 할 수 없지, 효도하는 셈치고 엄마에게 헬스클럽카드를 드리고 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든다. 핸드폰을 꺼내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오랜만에 치킨을 안주삼아 생맥주나 들이킬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