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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블로버스터에 대한 유감-적벽대전

민희웅 |2009.02.03 11:10
조회 30 |추천 0

 

 

 

헐리우드와 미국 정부의 동맹설은 더 이상 설도 아니며 음모론이라 말할 수도 없다..
팍스 아메리카니즘이나 감독과 작가들의 작가주의 경향이 진해진 요즘에야 노골적인 미국을 통한 세계평화나 팍스 아메리카 주의를 암암리에 전달하는 영화 편수가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영화라는 도구는 그 어느 것보다 강력하게 미국을 알리는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반미를 외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좋아하는 영화 순위에 헐리우드 영화가 한편 없는 이가 없을 것이며 북의 그 잘난 위대한 지도자 동지도  입으로는 미제국주의를 비난하면서도 서가에는 무수한 미국 영화를 구비해 놓았다는 근거없는 소문을 난 접한 적이 있다.

 

명색이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불가하고 왠만한 서방 국가보다도 더 자본주의스러운 신흥 세력, 중국이라는 나라는 지나친 고도경제의 성장에 대한 경계와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중화주의 사상의 부흥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그 정신아래 대동단결하여 정부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역사외곡이나 언론통제등의 직접통제 수단만큼 대중매체를 통한 민족정신 자극이라는 ,이 방면에 선배인 나치독일이나 미국의 사례를 그대로 재현, 아니 더 뛰어넘는 청출어람의 자세도  엿보인다.
최근 몇 년동안 개봉되고 있는 중국판 블록버스터들이 미래 지향적이거나 치밀한 현실묘사 없이 한결같이 ‘사극’이라는 장르에 국한 되어 있는 것은 그들의 과거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과거만큼 못 따라간다는 현실에 대한 절박함이 한없이 묘사되어 있다.

 

 

제갈공의 제략과 화공으로 유명한 적벽대전은 과거 어떤 중국판 블록버스터 보다도 중국인이 아닌 ‘다른이’에게 호감이 가는 소재이며, 그러기에 과거 어떤 영화보다도 많은 물량동원과 제작진의 동원이 된 집대성의 영화이다. 들인 공이 아쉬워 차마 한편으로 끝내지 못한 이야기는 애시당초 연작으로 기획이 되었고, 이 사실을 미쳐 몰랐던 관객들은 한판 붙을만하니 영화가 끝났다며 전작 상영시 한탄을 쏟아내기도 했다.
20만에 가까운 대군이 나오지만 민초들에 대한 조명 없이 승상과 대도독, 그리고 몇 명 장군들의 파워게임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중국 영화판의 모습과 닮아 보인다.

 

CG로 소수의 사람을 카피하는 기술에 돈을 들이는 거나 인건비 싼 단연배우를 그 수만큼 고용하는 게 쌤쌤인 이 환타스틱한 나라의 영화들은, 아름다운 풍광과 세계적인 기준에 가까워지는 기술력의 발달을 가지고 있음에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 배우들로 인해 지배되고 있다. 과거 홍콩 영화에서 이름을 날리던 나와 당신이 알고 있는 바로 그 배우들이 여전히 하늘을 날며, 애정행각을 벌이는 주인공으로 나오며, 상대적으로 단명이라는 여배우들 조차도 눈가에 주름은 늘었을지언정 얼굴이 사라지는 경우는 없는 곳이 바로 이곳 중국이다. (‘스파이’로서 활약하며 전쟁의 승리를 거머쥐는데 큰 역할을 만든 ‘손상향’의 조미도 그녀의 대표작인 소림축구를 재연하는 듯한 해딩을 뽐내며 마쵸이즘으로 가득한 이 영화를 그나마 중성화하는데 공을 들였다.)
이런 과점 현상은 배우 뿐만 아니라 감독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누가 대륙 출신이고 홍콩 출신인지 구분도 안되지만 분명한거 매년 나오는 영화들의 감독들은 마치 순번을 정해 놓기라고 한 듯이 익숙한 이름으로 가득하며 새로운 이가 명함을 내놓을만한 공간은 그 세계에는 한 뼘도 허락되지 않는 것 같다. 규모 자본이 투자되기에 안정 지향적으로 철저하게 검증된 이들로 함께 하고픈 투자자와 제작자의 심정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대중의 입맛은 한 여름 장마비보다도 변덕스럽고 오래가지 못하다는 교훈을 그들은 아주 경험해 보지 못한 듯 싶다.

 

 

애정 전선의 개입과 추가로 삽입된 몇몇 에피소드가 있다고는 하지만 영화는 우리가 아는 그 스토리 이상의 특별함을 보여주진 못한다. 책략가로 소문난 제갈량의 숨겨진 비법이라도 보여줄 듯이 광고하던 대목은 마치 기상청 예보관 마냥 내일의 날씨를 알아 맞추는 선에서 그 역할을 다했고, 해전으로 유명한 ‘대전’임에도 육상에서 이루어진 백병전만이 전투다운 전투의 전부일 뿐이다. 물론 ‘존 우’가 감독이시다 보니 이 와중에도 하얀 비둘기 한 마디 날리시는 것은 잊지 않으셨다. 오히려 전쟁터건(윈드 토커), 첩보원들끼리의 총격전이든(미션 임파서블 2) 비둘기 몇십마리 날리는 건 기본이신 분인데 고작 전신구용 한 마리 날리는 건 이런 비판에 대한 자중으로 보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우리네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끊임없이 너무나 중국스러운 작품만 쏟아내는 그들이 언제쯤이면 뻔하지 않은 이야기에, 뻔하지 않은 인물로서 우리를 찾아올지는 유감스럽게도 지금으로선 답이 보이지 않는다. 엄청난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는 그들로서는 굳이 다른 이들의 입맛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고, 이역만리(심리적으로) 떨어진 낯선 땅의 관객들의 요구를 그들이 수렴할 일은 천부당 만부당 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이 만든 영화에서도 보여진 독선으로 가득한 지도자의 종말이 결국은 패망이었다는 건 그들이 그들 스스로에게 던지는 교훈이 되어야 한다. 뭐 당분간은 먼 미래의 얘기겠지만, 그래도 바래본다. 아직은 새해고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기에는 좋은 시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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