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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이 맞이한 세 번째 영국 신사
허버트 킬핀은 1899년 밀란으로 건너와 알프레드 에드워즈와 함께 밀란이라는 팀을 처음으로 창립한 인물로 초대 주장, 초대 감독을 역임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 밀란의 역사 박물관에 안치되어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 의해 기억되고 있다. 또 다른 잉글리쉬는 무려 80년이 지난 시기에 밀란에 당도했다. 레이 윌킨스(52.현 첼시 수석코치)는 80년대 잉글랜드를 대표했던 미드필더로 1984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150만파운드에 밀란에 입단했다. 윌킨스는 가족 모두를 데리고 이탈리아로 떠나왔지만 그는 닐스 홀름 감독과 함께 밀란에서 뛴 세 시즌동안 팀에 인상적인 트로피를 안겨주지 못했다. 아리고 사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시점에서 카를로 안첼로티, 루드 굴리트등에 밀리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팀을 떠나야했다.
그리고 2009년 1월 잉글랜드의 오른발 데이비드 베컴이 밀란의 문을 두드렸다.
비판을 실력으로 되갚다
사실 베컴의 단기 임대가 확정되었을 때 많은 이들은 긍정적인 시선보다는 다소 물음표가 가득한 눈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 잘생긴 잉글리쉬가 이탈리아의 살아있는 전통 밀란에서 어떠한 활약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표, 마케팅 요소가 아닐까에 대한 두 번째 물음표가 연달아 쏟아졌다.
베컴의 축구 실력에 대해 의문을 표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호베르투 카를로스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베컴과 대결하기 전 '반 쪽 짜리'선수로 폄하했지만 경기를 치른 후, 베컴을 완벽한 선수라며 극찬했다. 디에고 마라도나는 베컴을 여린 여자같이 외모만 곱상한 선수로 평가했지만 그는 그 해 피파 올해의 선수 2위에 등극했다. 또한 베컴의 오른발은 맨유의 트레블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베컴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을 당시, 그의 포지션을 두고 말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미 루이스 피구가 건재한 상황에서 베컴의 영입은 단순한 갈라티코 정책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스페인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언론조차 축구 외적인 요소가 더 진한 영입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베컴은 중앙과 오른쪽을 가리지 않으며 매 시즌 2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그리고 그는 피구와는 다른 방식으로 팀에 기여했고 베컴이 온 뒤부터 레알이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는 비판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베컴은 1998 프랑스 월드컵 잉글랜드 대표팀의 조기 탈락에 대한 비판으로 시달렸다. 맨체스터의 영웅에서 잉글랜드의 원흉으로 내몰린 그는 살해위협까지 받으며 축구생활 은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했지만 이내 그라운드에 복귀했고 수많은 야유에도 불구하고 소속팀의 트레블을 이끌며 다시금 영웅으로 떠올랐다.
베컴, 이제는 외쳐야 할때!
베컴은 밀란 이적후 또 다시 가투소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표, 그의 나이에 대한 물음표등이 잇따랐지만 베컴은 최근 세 경기에서 2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베컴의 활약은 안첼로티 감독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를 200% 만족시키고 있는 중이고, 베컴의 영입을 두고 '쓸모없다'고 표현했던 가투소를 포함한 선수진 역시 베컴의 잔류를 원하고 있다. 베컴 역시 축구외적인 요소를 배제한 채, 밀란을 맨유와 같이 위대한 팀으로 표현하며 깊은 감명감을 표현했고 잔류에 대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밀란에 입단하기 전, LA 갤럭시 소속임을 계속해서 강조했던 그의 색깔은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도권은 여전히 LA 갤럭시에 있다. LA 갤럭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슈퍼스타를 영입한 만큼 계약 기간이 끝날때까지는 베컴을 팀에 두고 싶어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베컴의 의지는 무시한 채 LA행 비행기표를 이미 예약해놨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베컴 본인이 나서야 할 때다. 맨유를 떠나야 했던 것도, 레알을 떠나야 했던 것도 모두 그의 의지가 아니었지 않은가. 그는 언제나 비판의 중심에 설 만한 위치의 선수이고 그러한 비판을 감수하며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이어왔다. 그리고 그가 선수생활 마지막으로 비판을 수용한 채 자신의 의지를 표명할 때가 왔다. "밀.란.이.적" 이 네 마디면 된다. 그의 강력한 열망과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는 이 메시지는 LA갤럭시의 마음을 돌려놓을수도 있다. 비록 LA의 수많은 팬들이 그를 비난하고 그의 아내가 그에게 따끔한 잔소리를 할 지라도 베컴, 2010 남아공월드컵 출전을 원한다면 밀란에 남아야 할 것이다.
●_● 베컴 선글라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