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서부자들①
“서점에서 답을 찾는 젊은 CEO”
토즈 김윤환 대표
글_김민영 사진_신기수
“나는 이미 고희의 나이를 넘긴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학생이다’라고 스스로를 칭한다. 이것은 단순히 사람들을 감동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배움과 사색에는 끝이 없다는 인생의 참뜻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주는 그 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의 경지이다”
중국의 대문호 왕멍(1934~)의 말이다. ‘뜨거운’ 학구열로 쓴 그의 저서 <나는 학생이다>(들녘)는 공부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하는 책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되어 온 왕멍은 48년간 1천여만 자의 작품을 쓴 부지런한 학자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끊임없이 외국어를 익히며 자신을 갈고 닦는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학생’이다.
모임 공간 ‘토즈’는 소비문화에 젖은 현대인에게 공부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귀한 공간이다. 전국 10여개 지점을 확보하고 있는 토즈의 김윤환 대표는 회계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뒤로 한 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선 개척자다.
직접 만난 그는 “꼭 해보고 싶다는 열망과 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토즈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사명’이란 단어에서 토즈의 비전을 엿볼 수 있었다. 4년여 간의 고전 속에서도 토즈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 바로 이 ‘사명’ 때문이었다. 영리 목적을 넘어,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오늘의 토즈를 일궜다.
400명과의 인터뷰. 이것이 토즈의 시작이었다. 평소 모임 공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오프라인 공간이 생긴다면 이용할 생각은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었으면 좋겠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기록해 나갔다. 이렇듯 치밀한 준비 끝에 시작한 사업이었으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문을 연 후 4년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가장 큰 고비는 홍보, 즉 모객이었다.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모임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을 찾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간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을 느낀 적도 많았다.
그때마다 김 대표가 찾은 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대부분의 답을 책에서 찾았어요. 주말마다 서점에 가는데 그때마다 사업에 필요한 중요한 답을 얻어요. ‘이 책 안 읽었으면 어쩔 뻔 했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책을 찾을 땐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죠”
단순한 공간 임대를 넘어 콘텐츠 서비스를 지향하는 토즈. 그러다 보니 김 대표에겐 ‘고객만족’이라는 커다란 과제가 주어져 있다. 그때마다 그는 서점을 찾았다. 관심분야인 경제경영서 중에서 새로 나온 책, 미처 읽지 못한 책을 1~2시간 서서 읽다 보면 생각지 못한 답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고. 아직 싱글인 김 대표에게 주말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렇듯 ‘우연히’ 발견 된 책 대부분은 그의 서가에 꽂히게 된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려면 반드시 서점에 직접 나가 읽어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도서구매 원칙.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책 고르는 시간만큼은 아끼지 않는다는 꼼꼼한 독자다.
김 대표를 거쳐 간 수많은 책 중 잊을 수 없는 책은 <굿뉴스>(샨티)다. ‘나쁜 뉴스에 절망한 사람들을 위한’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지구와 함께 사는 여러 방법을 보여준다. 환경을 해치지 않고 돈을 버는 기업, 환경보호를 위한 대안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CEO라면 꼭 한번 읽어 볼만한 책이라며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모임 공간’이라는 다소 독특한 사업을 하는 김 대표에게 이 책은 일종의 자극제가 됐다. 기업의 비전이 수익창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론인 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진 것. 벌목 회사이면서 지속 가능한 삼림 경영으로 환경 단체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콜린스 파인’, 제품에 PVC를 사용하지 않는 대기업이면서 환경 정책을 시도하는 ‘나이키’의 사례는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김 대표는 토즈를 ‘고객의 성공을 돕는 회사’로 만들어가고 있다. 나만의 성공이 아닌, 내 주변의 성공을 돕는 일이야 말로 그가 일생을 바쳐 이루고자 하는 ‘사명’이다.
독서법, 글쓰기, 어학, 자기계발 등 다양한 강좌를 제공하는 ‘TOP center’ 서비스는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예. 한 달에 한번 업무에 도움을 주는 도서를 선정한 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모임 ‘책 읽는 CEO on TOZ’ 등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토즈 홈페이지
(http://www.toz.co.kr)를 통해 제공되는 후기와 사진들은 회원들의 학구열을 생생히 보여준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너무나 행복하다”는 김 대표는 “서점 형태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원하는 사람 누구나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 아트레온점의 경우 이미 회원들이 기증한 책으로 작은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이를 전 지점으로 확대하겠다는 결심은 2009년의 포부 중 하나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찾고, 그 안에서 답을 찾기를 바라는 젊은 CEO의 새해. 누구보다 분주 할 것 같다.
출판저널 2009년 1월호 기사.
*<한국의 독서부자들>은 독서를 경영에 접목시키는 현장 리더들과 만나는 코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