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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나의 소중한 ‘오스카들’을 위해!

김민영 |2009.02.11 14:51
조회 90 |추천 0


 

기상천외한 장편 소설이 상륙했습니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문학동네)이라는 작품입니다. 먼저 ‘주노 디아스’라는 천재 이야기꾼을 소개해준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열렬한 문학 독자로서, 원어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도미니카 어. 그 중에서도 불어에서 나온 토착어 ‘아이티 크레올’(그를 도와준 도미니카 주재원 이문헌씨와 부하직원인 호세 실바, 엘시 밥티스트에게도!)을 포함해 스페인어, 미국의 북미대중문화에 대한 세심한 표현을 우리가 알기 쉽게 번역해 준 권상미씨의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번역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을지 우리는 짐작하고 남습니다.)

 

 


장편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소설입니다. 특히,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에 시달리는 분이라면(아직 시작하지 못했다면 더욱 좋습니다.) 좌절감도 맛볼 겸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작가 주노 디아스는 1968년생으로 도미니카 산토밍고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후 1974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뉴저지에서 성장했습니다. 이런 그의 출생배경만 보더라도 다양한 문화가 그 안에 혼재되어 있음을 짐작합니다.


어린 시절, 엄청난 독서광이었던 주노 디아스는 (이런 그의 취향은 소설의 주인공 ‘오스카’라는 인물을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됩니다.) 한때 묵시록적 영화와 책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소설은 그의 놀랄만한 상상력과 음악, 영화, 책, TV, 코믹에 대한 방대한 관심사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러트거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를 작가로 이끈 사람은 다름 아닌! 토니 모리슨과 샌드라 시스네로스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토니 모리슨은 『빌러비드』로 1988년 퓰리처상을, 1993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죠.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이 완성되기까지는 무려 1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 만만치 않은 시간이 “왜” 필요했는지 알게 됩니다. 11년의 산고 끝에 나온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은 퓰리처상, 미국비평가협의회상을 수상했습니다.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는데요. 현재 전 세계 28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미라맥스에서 영화화한다고 합니다. (도대체 우리의 이 사랑스러운 ‘오스카’를 누가 연기하게 될까요!!)


누군가 이 방대한 책을(416페이지) 읽어야 할 이유를 묻는다면 전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1. 재미있다.

2. 쉽다.

3. 빠르다.

 

너무 간단한 이유처럼 보이죠? 400페이지가 넘는 이 장대한 서사를 건너온 제가 얻은 이 책의 묘미는 이렇습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방대한 소재를 재미있게 버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문화, 역사, 정치, 가족, 우정, 사랑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룰 때 이처럼 재미있고, 쉽고, 빠르게 읽히는 소설로 탄생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이런 소설을 알고 있다면 즉시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이민자 가족의 연대기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가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전’을 연상케 할 정도로 그 범위가 방대합니다. 그럼에도, 핵심 인물은 챕터별로 분명합니다. 설명 드리자면, 주인공 오스카와 그의 누나 롤라, 어머니 벨리시아와 그의 조부 아벨라르인데요. 이들 삼대에 걸친 ‘레온 가족’의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작품을 끌어가는 화자는 ‘유니오르’라는 인물인데요, 바로 주노 디아스 자신의 애칭입니다. 즉, 독자는 작가의 입을 통해 레온 가족의 일대기를 보게 됩니다. 독특한 점은, 전개방식입니다. 유니오르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 되다가도 “이제부터는 오스카의 목소리다”라는 식으로 등장인물들의 목소리가 “툭!” 튀어나옵니다.


그야말로 “미친 듯, 쭉...” 소설에 빨려 들어가던 독자들은 “헉...” 하고 멈추게 되는 것이죠. 이런 방식은 ‘웅이 아버지’의 변사를 연상케 하는 재미있는 구성입니다. 때로 작가는 “보기 싫으면 보지 말라!”는 거드름을 피우기도 합니다. 작가라는 존재는 완벽하게 가려진 채, 오직 소설만으로 이야기하는 작품도 있죠.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은 정반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자가 작가의 분신적인 존재인데다, 이렇게 수시로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통에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정말 독특한 소설입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썰’은 여기까지 풀어야겠습니다. 미리 내용을 알고 읽는 것만큼 김빠지는 일은 없으니까요. 실례로 저 또한 이웃 ‘홍익’님의 블로그에 올라온 군침 나는 리뷰를 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흑... 읽고 있는 중이라...”면서 급히 빠져 나왔더랬죠. 얼마나 잘한 일인지. 지금도 저는 스스로를 칭찬하며 기특하게 여기고 있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주인공 오스카를 닮은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아주 가깝게 제 주변에 머물던 그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정말 오스카를 똑 닮은 남자들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제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그렇지 않고서는 글을 이어가기 힘이 드니까요. 어릴 때부터, 학창시절 그리고 지금까지 전 좀 ‘특이한’ 친구들과 참 잘 어울렸습니다. 다른 사람에겐 “너무 특이해!” 혹은 “까칠해” 혹은 “기가 너무 쎄!”라는 평을 듣는 사람과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저와 친하게 지내던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1때 알게 되어 고3까지 단짝까진 아니지만 잘 지내던 사이였죠. 그런데 졸업 할 때쯤에야 전 그 아이가 전교 왕따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돌이켜보니 그 친구에겐 저 뿐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전 한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걔가 왜 왕따야? 착한데.” 그 앤 더 말을 잇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딱 한마디 하더군요.


“넌 사람들 다 알고 있는 걸 꼭 혼자 몰라”


세상에 이럴 수가. 혹 제가 왕따는 아니었을까요?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그 왕따 친구는 졸업 후에도 몇 년간 연락을 하고 지냈습니다. 친구가 없어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참 잘해주던 아이였습니다.


사회생활 할 때도 “한 성격 한다”하는 분들은 전부 저와 잘 어울렸습니다. 누가 봐도 외모가 좀 딸린다거나, 취향이 독특해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다거나, 너무 기가 세서 옆에 가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생각이 드는 ‘세상의 모든 똘끼’와 저는 잘 지냈습니다.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그들의 특장점을 저는 ‘흡수’ 했습니다. 오히려, 개성 넘치는 그들이 저는 좋았습니다. 특별히 잘하는 운동도 없고, 자랑할 만한 것이 없던 저에게 그들의 개성은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오스카를 닮은 남자들은 전부 동생들이었습니다. 만화에 미쳐 있던 아이, 영화에 미쳐 있던 아이, 책에 미쳤던 아이 모두 세 사람인데, 겉으로 보기엔 정말 오스카와 똑 닮은 외모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오스카처럼! 전부 천재적 두뇌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좋아하는 분야에서 만큼은 평론가를 뛰어넘는 지식을 자랑할 뿐 더러, 다방면의 주변 정보까지 총체적으로 꿰고 있는 천재들이었습니다. 다만, 오스카처럼! 움직이는 것보단 앉아있는 것을 좋아하고,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해 몸이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죠.


그래서인지 모두 여자 친구도 없었고 특별히 친구가 많아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저와 어울리며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고, 아껴두었던 비상식량. 예컨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희귀작을 구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선 저를 보호하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잘 넘어지고, 잃어버리고, 실수하는 제가 불안해 보였나보죠. 한 녀석은 영화제 내내 ‘노끈’ 같은 것으로 저와 자신을 이은 후 사람 많은 대중 속을 활기차게 걸어 다니곤 했습니다. 제가 버스에 태연자약하게 두고 내린 엄청나게 큰 배낭을 찾아주기도 했구요.


그들과의 추억 때문인지, 오스카를 보는 내내 저는 많이 웃고 울었습니다. 특히, 괴력이라 할 수 있는 독서력과 코믹, SF에 대한 관심사를 읽으며 제 추억 속의 그 ‘오스카들’을 떠올렸습니다.


오스카가 그처럼 목말라했던 사랑을 저는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그건 단순히 잠자리를 같이 하는 욕정(欲情) 같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의 간절한 ‘소통’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저와 ‘오스카들’이 나눈 ‘소통’ 덕분에 우린 많은 시간 행복할 수 있었거든요. 그건 연인에 대한 애타는 감정과는 조금 다른 것입니다. 비록 떨어져 있다 해도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충만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의 종교에 버금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된 직장과 말끔한 외모, 좋은 배경, 뛰어난 사교성(애교나 붙임성), 배려, 긍정적 사고 같은 키워드 때문에 누군가와 친분을 맺곤 합니다. 그러니, 그것과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오스카 같은 사람들. (굳이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면) 불안한 직장(혹은 없거나), 조금도 호감가지 않는 외모(너무 마르거나 너무 뚱뚱하거나, 너무 못생겼거나, 머리칼이 없거나 기타 등등), 퉁명스러움, 고집, 주장, 비관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친구를 가질 수 없습니다. 얻을 것이 없거나, 피곤하거나, 지루하다는 사람들의 생각 때문에 세상의 수많은 ‘오스카들’은 철저히 혼자 남겨집니다. 그들의 천재성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말이죠. 또 그들의 순수성을 보여줄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말이죠.


저의 추억 속에 머무는 그 ‘오스카들’ 또한 그렇게 뛰어나고 순수했습니다. 바탕은 누구보다 여렸고, 무한히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소설의 작가 주노 디아스의 관찰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처럼 수많은 ‘오스카들’을 만난 사람도 이런 소설을 쓰지 못했는데, 이처럼 구체적으로 ‘오스카들’의 특징을 그려내다니요. 분명, 오스카와 닮은 사람이 주위에 있었거나 작가 스스로가 오스카와 닮은 사람일거라 생각해봅니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저는 이 소설을 ‘올해의 걸작’으로 꼽으려 합니다. 채 2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너무 섣부른 선택일까요. 어차피 많은 책들을 읽겠지만, 그 중에서도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은 잊지 못할 겁니다. 살면서 저는 또 다시 많은 ‘오스카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들과 행복한 시간을 나눌 테고, 그러면서 다시 이 책을 떠올릴 테니까요.


돌아봐 주세요. 여러분이 그처럼 싫어했던, 친하고 싶지 않았던 ‘오스카들’의 맑은 영혼을. 먼지 낀 세상에 오아시스처럼 남아있는 그들의 때 묻지 않은 영혼을 저는 사랑합니다. 자칫, 세상의 꼴통으로 남을 뻔한 ‘오스카들’을 살려내 준 주노 디아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전히, 문학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사는 제게 이 소설은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부적격자 판단을 받은 ‘오스카들’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에게 그들은 너무나 소중한 친구입니다. 주변에서 이런 ‘오스카들’을 보신 분은 제게 꼭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의 변치 않는 친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미 네그라 베야. (내 아름다운 흑진주)!!!

 

 >뚱뚱한 독서광 오스카를 소개합니다. (본문 보기)


“오스카는 어려서부터 책만 파는 꼴통이었다. 톰 스위프트의 소설을 읽고 만화책이라면 사족을 못 썼으며 <울트라맨>에 열광했는데, 고등학생 무렵에는 이미 장르 소설의 절대 마니아가 돼 있었다.


다른 애들이 월볼을 치고 술을 빨 때, 형의 차를 몰고다니고 정액이 묻은 속옷을 부모 몰래 가지고 들어올 때, 녀석은 러브크래프트, 웰스, 버르스, 하워드, 알렉산더, 허버트, 아시모프, 보파, 하인라인에 심취했고 <초인 사베지> 시리즈를 쓴 작가의 책들까지, 허기를 채우듯 수많은 책과 작가, 시대를 두루 섭렵했다. (패터슨에 있는 도서관들이 재정난 때문에 우리 부모세대의 이런 꼴통류 책들을 여전히 소장하고 있던 게 그에겐 큰 행운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오스카의 몸무게는 자그마치 110킬로그램이 넘었고(우울할 때는 117킬로그램까지 나갔는데, 그건 상당히 잦은 행사였다.), 그가 동네 제일의 파리과요(우스운 소리가 나는 파리)라는 사실은 모든 이들에게, 특히 집안 식구들에게 명백해졌다.


전형적인 도미니카 남자의 사내다운 허풍도 없었고, 목숨이 달렸다 해도 여자 하나 낚지 못할 인간이었다. 운동에는 젬병이었고 도미노도 마찬가지였으며, 단순히 운동신경이 둔한 것 이상이어서 꼭 계집애같이 던졌다. 음악이나 춤, 세상과의 타협 따위에 전혀 능숙하지 않았고 꼼수나 편법, 협박 같은 것에도 영 소질이 없었다.


무엇보다 저주스러운 것은 외모였다. 그는 반 곱슬머리를 푸에르토리코 애들처럼 벼락 맞은 아프로 스타일로 하고 다녔고, 유일한 친구였던 앨과 믹스가 ‘여자 퇴치 장치’라고 불렀던 공업용 고글 같은 커다란 안경을 썼다. 밥맛없게 콧수염을 흔적만 남기고 면도하는 걸 좋아했을 뿐 아니라 눈도 가운데로 모여 좀 지진아같이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사춘기에 왕따가 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개떡 같은 일이다. 태양이 백 년 만에 얼굴을 드러낸 그 순간에 금성에서 옷장에 갇혀 있는 기분이랄까. 내가 아는 다른 꼴통 녀석들처럼 오스카가 여자한테 무관심했다면 모르지만 그는 쉽게, 그리고 깊게 사랑에 빠지는 열정적인 남자였다. 그가 짝사랑하는 여자는 여기저기 많기도 많았다. 곱슬머리에 덩치가 큰 여자애, 오스카 같은 찌질이한테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 여자애에 대한 꿈을 오스카는 결코 버리지 못했다.


그의 애착은, 즉 외모나 나이, 애인이 있는지 없는지에 관계없이 부근에서 눈에 띄는 모든 여자에게 향했던 그의 사랑과 두려움, 열망, 욕망 그리고 욕정의 중력질량은 하루하루 녀석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그는 그런 애착을 불꽃 튀는 포스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여자도 감지하지 못했기에 그것은 사실 허상에 더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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