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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유혹 - 오영실

변봉신 |2009.02.13 17:12
조회 117 |추천 0

 

 

이데일리 SPN 장서윤기자] "하늘이는 단순하고 순수함이 넘치는 인물인데 그 안에는 정의로움이 숨쉬고 있죠. 실생활에선 악한 사람을 보고도 그냥 넘길 수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그런데 하늘이는 언제나 당당함을 잃지 않죠. 그런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주는 것 같아요"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극본 김순옥 연출 오세강)으로 드라마 연기에 첫 도전한 오영실(44)의 말이다. 요즘 오영실은 극중에서 '아나운서'라는 본래 직업을 까마득히 잊은 듯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펼쳐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고 있다.

엉뚱하고 발랄하고, 그 가운데 심지 굳은 의외의 정의감까지 지닌 지적장애인 '하늘'의 모습에서 '아나운서 오영실'의 과거 모습은 쉬 찾아보기 어렵다.

남편과 친구에게 배신당한 여인의 복수극을 중심으로 한 이 작품에서 그는 출생의 비밀을 지니고 있는 정회장(김동현 분)의 딸이자 마흔의 나이에 지능은 10세에 머물러 있는 하늘 역으로 출연하면서 놀라운 변신을 해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나운서는 항상 반듯해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 저는 남들이 '똘똘하다'고 느끼는 이면에 하늘이처럼 순간순간 엉뚱하고 빈틈도 많거든요. 감독님이 저의 그런 점을 잘 착안해서 역할을 맡겨주신 게 큰 기회가 됐죠."(웃음)

실제로 그는 '아내의 유혹'의 연출자 오세강 PD와 KBS 입사 동기다. 1988년 KBS '가요톱텐'의 진행자와 조연출로 활약하기도 했던 두 사람은 20여년 후 연기자와 드라마 연출자로 각각 다시금 조우하게 된 것. 예능프로그램에서 종종 숨겨진 '끼'를 발휘해 온 오영실의 모습을 오세강 PD가 눈여겨 본 게 인연이 됐다.

그러나 하늘 역으로 각광받게 된 것이 그저 우연만은 아니다. 캐릭터에 대한 깊은 통찰과 오랜 아나운서 경험이 빚어낸 노하우가 곁들여져 그는 자연스러우면서 극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는 '하늘' 역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극중 하늘이는 다소 지능이 낮은 지적장애인이지만 그 사실에 천착하기보다는 드라마에 '웃음'을 줄 수 있도록 고민했어요. 어느 날은 정상적이지만 또 한순간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발견되는 부분이잖아요. 사람은 누구나 바보같은 면이나 엉뚱한 '구멍'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런 점을 극대화해본 거죠."

아나운서로서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과 유아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도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을 오래도록 진행하면서 장애인 시설들을 방문할 때면 거기서 하늘이를 만날 수 있었어요. 낯선 사람에게도 먼저 다가가 손을 잡고 스스럼 없이 말을 걸고 천진난만하게 '누구누구가 연애한다'는 등의 얘기를 들려주며 까르르 웃는 그들의 모습에서 하늘이를 떠올렸죠. 또, 이전에 'TV 유치원 하나 둘 셋' 같은 유아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도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구요."

또, IMF 당시 주위의 권유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오르며 연기를 배운 것도 지금의 연기에 상당한 자양분이 됐다.

"당시 갑자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진행하던 몇몇 프로그램도 그만두게 되고 고민이 많았어요. 뭐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배워둬야 한다는 생각이 컸고 그래서 연기수업도 받았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앞길을 열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커요" ▲ 오영실
이처럼 그는 '준비된 연기자'였다. 하지만 물론 드라마 연기 데뷔가 결코 녹록지는 않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신인 연기자가 뭘 알겠어요. 극중 변우민 씨를 때리는 장면에서는 진짜로 때려야하는 줄 알고 실제로 급소를 가격해서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고, 추운 날씨에 문방구점에서 반지를 사는 장면에서는 3~4시간동안 오들오들 떨다보니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멍해지기도 했죠. 그래도 장서희, 금보라, 김동현 씨 같은 '연기 선배님'들이 워낙 잘 가르쳐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웃음)

늦깎이로 데뷔한 연기자의 길이지만 나름의 '연기 철학'은 확고하다.

"연기란 함부로 넘나들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어느 선까지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할 만한 일인지를 늘 살펴야하죠. 무명시절을 견딜만한 인내력과 경제력도 있어야 하구요. 또, 저처럼 아나운서 출신인 경우 기존 대중에 각인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자기를 잘 살펴서 연기와의 접점을 잘 찾아내야 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기자를 물었더니 한석규와 하지원을 꼽는다.

"'서울의 달'에서 보여줬던 한석규 씨의 있는 듯 없는 듯한 연기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연기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죠. 액션 연기의 힘든 점을 깨닫고 나니까 하지원 씨가 '황진이'나 영화 '색즉시공'에서 늘 몸을 아끼지 않고 변신을 시도했던 점도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되구요."

'아내의 유혹'의 코믹한 캐릭터를 넘어 '멜로 연기'에도 도전해 볼 의향이 있는지 물었더니 "아유,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내가 무슨 멜로 연기에요"라면서도 "하지만 감성적인 면도 지니고 있으니 정극 연기는 해보고 싶다"며 웃는다.

탄탄히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불혹을 넘어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오영실의 여유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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