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시절에 만났던 그녀에게서 오랜만에 메일이 왔다.
나랑 만나던 시절의 자기를 지금와서 후회한다는 말로 시작해서, 앞으로 그런식으로 다른 사람을 만나지 말라는 배려 깊은 당부까지 있었다.
이미 내 기억속에서 수천개로 깨진 유리조각처럼 사방에 어지럽게 흩어진 그 시절을 떠올려봐도 내가 그녀에게 어떤 잘못을 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데?"
내가 기억하기로 그녀와 보낸 시절은 정말 나무랄데 없이 좋은 추억들뿐이었다. 우린 마치 수학여행 온 아이들처럼 둘이 잇으면 항상 들떴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지금 와서 그녀가 날 만났던 시간을 후회하는지 궁금했다.
(중략)
당신이 왕자님으로 모셨었던 그 누군가가
정신병자인데다가 사기꾼임을 알게 된 순간
소녀에서 아줌마로....
스위트 피의 노래 "오!나의 공주님"의 가사처럼 이제 그녀도 어른이 되어버린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아직도 기억하고 잇다. (그녀도 이걸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추운 밤 그녀를 품에 안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던 것을. 역시 그 말은 저주가 되어 지금 그녀는 어떤 식으로든 후회고 있는 것이다. 날 좋아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날 좋아했을 때 자기가 했던 행동들을...그것은 그녀의 잘못도, 또 나의 잘못도 아닐 것이다. 그저 그녀가 이제 나이 들어 무엇이 자기에게 맞는지를,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게 된 것뿐이다.
살아가면서 다시는 그녀가 이 같은 후회는 하지 않기를 바랄뿐.
그녀는 그렇다 치고 난 앞으로 어떻게 사라야 할까?
김동영씨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