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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 입관식..자애롭던 고 김수환 추기경 얼굴 이젠 볼 수 없어..추모객 오열

이문경 |2009.02.20 15:41
조회 306 |추천 0

 
평범한 삼나무관 닫히자 유족도 하늘도 울었다
 
[김수환 추기경 추모 물결] 金 추기경 입관식

남경욱기자 kwnam@hk.co.kr  


성수가 뿌려지고 관이 닫혔다.

자애롭던 고 김수환 추기경의 얼굴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다. 냉동 유리관에 있던 김 추기경의 유해는 19일 평소 입었던 제의 차림으로 청빈을 상징하는 삼나무 관에 안치됐다. 살아 생전 특별한 대우를 받기 원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대로, 평범한 관이었다.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라는 김 추기경의 뜻에 따라 추기경 모관, 주교 십자가, 반지를 내려놓고 평소 사용하던 나무 묵주만 넣었다.


김 추기경의 입관식은 이날 오후 5시부터 20여분간 명동성당에서 교황 특사로 임명된 정진석 추기경의 주례로 열렸다.
입관식은 성가, 기도, 성경 낭독, 성수 뿌리기, 향 사르기, 고인을 위한 기도 순으로 진행됐다.







"추기경 김 스테파노는 주님의 뜻을 따르고자 노력했습니다. 천상에서도 성인의 반열에 들게 하소서."

정 추기경은 관 축복을 한 데 이어 관 주위를 돌아가며 성수를 뿌린 후 분향했다. 이어 주교단과 사제단, 유족 대표들이 차례로 분향과 성수 뿌리기를 했다. 성수를 뿌리는 것은 죄를 씻는 정화의 예식이다.

분향과 짧은 기도가 끝난 후 사제들과 염습을 한 서울대교구 봉사단체인 연령회 소속 회원들이 김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관을 덮자, 울음을 참고 있던 유족들은 이제 다시는 김 추기경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오열했다.

김 추기경 형님의 손자 며느리(38)는 하염없이 오열하면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성당을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의 큰 형님 손녀인 김서인(5)양과 또 다른 외손자인 정민재(8)군도 울음을 터뜨렸다.

오후 5시 13분. 김 추기경의 유해가 천으로 덮이고 관 뚜껑이 닫혔다. 가는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성당 마당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입관 장면을 지켜보던 신자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앞서 염습은 오후 4시부터 빈소인 명동성당 대성전의 조문을 일시 중단한 채 비공개로 명동성당 주임신부 박신언 몬시뇰 주관으로 진행됐다. 연령회 소속 장례지도사 4명이 염습을 맡았다. 선종 당일 수녀들이 시신을 깨끗이 씻겼기에 이날 염습은 상징적으로 간소하게 진행됐다. 일반인들의 조문은 염습을 하기 전 중지됐다가, 입관예절 후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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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환 추기경의 침실은 소박했다. 화려한 가구도 장식품도 없었다. 침대 머리맡에

놓인 곰 인형과 작은 알람 시계가 주인 없는 방을 지키고 있다. / 평화방송 제공


 
▼“교황청도 추모행렬 경이적으로 지켜보고 있어”▼

추기경과 40년 교분 美출신 함제도 신부

한국에서 50년 가깝게 살았는데 최근 명동성당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추기경을 만나기 위해 추위 속에서 3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의 얼굴에서는 짜증이 아니라 사랑행복, 희망이 보입니다. 추기경이 삶을 통해 평생 실천해 온 사랑의 힘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만난 미국 출신의 함제도 신부(해먼드 제러드·76·메리놀외방전교회·사진)의 말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뒤 매일 조문하고 있는 그는 ‘33년생 닭띠’ ‘우리 한국’이라는 말이 입에 배어 있을 정도로 한국을 사랑하지만 “요즘 한국 가톨릭과 한국 사람들은 더욱 아름답다”고 말했다.

1960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68년 강연에서 김 추기경을 처음 만난 이후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2004년에는 추기경을 안내해 미국 뉴욕에 있는 메리놀전교회 본부를 방문하기도 했다.










함 신부는 “교황청대사관은 물론 전 세계 가톨릭계가 추기경이 선종한 뒤 명동에 몰린 추모 인파를 경이로운 감정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추기경의 삶을 한마디로 ‘사랑과 일캄라고 했다.

“추기경님은 평생 하나됨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남과 북, 가난한 자와 부자, 종교와 지역, 이념…. 추기경께서는 어떤 이유로든 나뉘고 싸우는 것을 싫어하고 일치해야 한다고 하셨죠. 그 일치를 위한 해법은 사랑이고,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평화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그는 서울대교구장이 겸임하게 돼 있는 평양교구장 서리 고문을 맡고 있는데 생전 추기경이 북한의 동포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1997년 이후 북한을 35차례 방문했습니다. 방북 전후 찾아갈 때마다 추기경께서는 ‘내가 그쪽(북한)에 갈 수는 없지만 내 가슴에는 항상 북한이 있다’고 말씀하셨죠. 그쪽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하라며 꼭 2000∼3000달러씩 챙겨주던 기억도 납니다.”

그는 평소 격의 없이 사람을 만나는 추기경이 친형처럼 느껴져 추기경이 ‘함 신부’ 하면 ‘예, 추기경님’이라고 답하면서도 속으로는 ‘예, 형님’이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동아닷컴 이철 기자

▼“정진석 추기경을 특사로 임명 교황의 이름으로 장례 치러라”▼

■ ‘교황장’으로 격상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식은 서울대교구장이 아닌 사실상 ‘교황장’으로 격상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19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을 대리해 김 추기경의 장례미사와 기타 전례를 집전하는 교황특사로 정진석 추기경을 공식 임명했다고 밝혔다.

장례위원회 홍보담당 허영엽 신부는 “주한 교황대사가 이 같은 내용을 19일 전해왔다”며 “(바티칸에 의해) 교황특사로 임명된 정 추기경이 주관하는 김 추기경의 장례미사는 교황이 집전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허 신부는 “추기경이 선종할 경우 교황이 직접 장례를 주관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지리적 여건 등 여러 사정으로 서울대교구장인 정 추기경을 특사로 임명한 것”이라며 “다만 가톨릭 용어로 엄밀히 말할 때 교황장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0일 김 추기경의 장례미사에 당초 예정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아닌 한승수 국무총리를 보내 대통령의 조사를 대독하도록 변경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장지 운구행렬 시민불편 안끼치게 돌아서 간다▼

묘비엔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 부장품은 묵주 하나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성경 시편 23편 1절)

경기 용인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공원묘지 내 성직자묘역에 안장되는 김수환 추기경의 묘비 문구다. 이는 평소 추기경이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로 꼽은 것이다.

천주교 장례위원회는 19일 김 추기경의 입관과 장례미사, 묘역과 관련된 세부 사항을 밝혔다.

장례위 홍보담당 허영엽 신부는 “20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한국천주교 주교단과 사제단이 공동 집전하는 장례미사가 끝난 뒤 추기경의 시신이 용인 성직자묘역에 안장된다”며 “묘비 문구는 추기경의 유지대로 결정됐으며 설치는 며칠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추기경의 봉분 크기는 가로 164cm, 세로 281cm이다.

김 추기경의 사목 표어인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도 라틴어와 한글을 병기해 묘비에 새겨진다. 김 추기경의 출생과 사망 일자가 묘비에 추가되며 묘비의 크기는 일반 신부의 것과 같다.

허 신부는 “사제들의 경우 부장품을 (관에) 넣는 경우는 거의 없고, 추기경께서도 이 부분에 대해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며 “이에 따라 추기경은 평소 미사를 집전할 때 입던 제의 차림으로 기도할 때 사용하던 나무 묵주를 손에 쥔 채 흙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허 신부는 장례를 간소하게 하라는 추기경의 유지를 받들어 용인 장지로 가는 운구 행렬도 시민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신호등이 많은 곳을 피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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