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여론조사를 왜 이 시점에 하나
법무부가 사형제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사형제 존치 의견과 사형 집행에 찬성하는 의견이 각각 64.1%로 나왔다고 한다. 김경한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사형집행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미뤄볼 때 정책 결정을 위한 사전 분위기 조성 단계로 짐작된다.
사실 법무부가 이런 조사를 한 것 자체가 처음이다. 법무부는 “국민의 생각을 참고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하지만 첫 조사인 만큼 상당한 정책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조사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어떻게 활용하는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번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법무부가 사형제 조사를 실시한 시점은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범행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던 이달 중순이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보면서 분노하고 있을 때 “사형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이성보다 감정에 치우친 대답이 나오기 십상이다. 강호순 사건 직후에 실시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사형제 찬성 의견이 69.2%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형 살인사건이 최근 몇 년 간의 여론 추이를 뒤엎은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10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2007년 12월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가 됐고, 이 때를 전후해 폐지 여론이 고조돼 왔다. 사형제 찬성 의견이 99년 65.7%(국정홍보처 조사), 2003년 65.9%(국가인권위 조사)에서 2006년과 2008년 45.1%(이하 리얼미터 조사), 57%로 떨어진 것이다.
법무부가 사형제 존폐 문제에 대해 정책연구를 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 법 감정은 범죄 발생이나 사회 분위기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시적인 여론에 편승해 섣부른 결정을 내렸다가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2009년 2월 24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