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논하면서 이 영화를 빼면 말이 안될만큼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큰 이변-어느정도 예견된-이 아닐가 싶다.
예견됨의 이유는 전에 열였던 골든글로브에서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을 받으며 후에 있을 아카데미에서도 파란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점이고..
이변의 이유는 그래도 설마 유명배우도 없는 인도영화에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깬 것이다.
아무튼 이 예견된 이변은 적중했고 오스카 트로피를 8개나 가져가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 작곡상, 주제가상, 음향상)
8개도 허접이 아니고 몽땅 주요상으로....
도대체 이 듣도 보지도 못한 인도영화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콧대 높은 아카데미를 사뿐히 즈려밟을 수 있었을까..?
먼저 감독 얘기를 해보자.
대니 보일 감독은 '쉘로우 그레이브'라는 불세출의 데뷰작으로 일약 영화신동으로 떠오른다.
그 후로도 '트레인스포팅' , '인질' , '비치' , '28일후' 등등 파격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며 나름의 색깔을 구축하는 몇 안되는 감독 중 한명으로 위치를 다져간다. 물론 중간중간 '이거 뭐지?' 스러운 작품들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감독의 네임벨류만으로 영화를 선택하게 만드는 소수의 감독 중 한 명이 맞다.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Q & A' 라는 비카스 스와루프의 소설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작가 역시 참 난놈(?)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두달만에 쓴 데뷰작이 엄청난 히트를 치게 된 것.
전 세계 몇 개 국어로 번역이 되고, 여기저기서 상을 받고... 아무튼 인생 한 방이다라는 말을 몸으로 보여준 작가 되겠다.
뭐, 소설은 아직 읽는 중이라 더 이상의 언급은 패스~~~
전 세계에서 헐리우드 시장 만큼의 거대한 영화시장을 보유한 나라가 있으니 바로 인도다.
오죽하면 '발리우드'라는 명칭이 생길까...
인도는 출연 배우에 따라 관람료도 다르다고 한다.
인기도 없고 잘 모르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천원에도 볼 수 있지만 정말 유명한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2~3만원의 관람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니 그 유명배우의 인기는 가히 하늘에 똥침 놓을 정도라 하겠다..
그것에 관련된 일화가 영화 속에 나오니 잘 보시길...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사랑얘기다. 혹자는 빈민가의 소년이 억만장자가 되는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영화 속에서는 사랑에 대한 감성이 더욱 강렬하다.
인도의 빈민가 출신의 소년(?) 혹은 청년 자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콜센터 업무 보조원이자 빈민가에서 잔뼈가 굵은 슬럼독 자말이 거대한 상금이 걸린 퀴즈쇼에 출연한다.
왜? 무엇 때문에? 어떻게?
어찌보면 '카이저 소재' 이후 최대의 사기극 같기도 하고, 12살 나이에 대학교를 졸업하는 송모군처럼 엄청난 천재 같기도 하고...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관객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추리소설을 보듯 하나씩 그 해답을 전해준다...
긴장감 넘치는 퀴즈쇼를 통해 빈민가 소년의 성장과 사랑, 형제애를 매우 치밀하면서 감성적으로 그리면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을 법한 얘기에 몰입도를 더한다.
영국인 감독이 만들었다지만 이 영화에는 '발리우드' 영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발리우드' 영화의 특징이라면 모든 장르의 요소가 한 영화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액션, 로맨스, 코미디, 느와르, 뮤지컬... 등등
국민성 때문인지 역사적 배경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인도사람들은 그런 영화를 아주, 매우 좋아한단다.
그래서 인도영화의 배우는 노래도 잘해야 하고, 춤도 잘춰야 하고, 액션도 잘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유명해진 배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엄청난 인기와 부를 갖게 된다.
영화 속에서 어린 자말이 똥물을 뒤집어 쓰는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유명배우 '아미타브'를 만나려는 것도 아마 비슷한 연유일 게다. 춤과 노래..? 영화가 끝난 뒤 엔딩크레딧을 놓치지 말 것.
(어린 자말이 몸에 바른 것은 확실히 보령 머드팩은 아니다)
영화는 인도의 빈민굴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를 한다. 뭐 그것 때문에 인도에서는 좀 싫어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렇게까지 성공을 했으니 어쩌겠는가..
아무튼 한 도시에 빈민가와 번화가가 공존하는 인도라는 나라는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런 이유로 아카데미에서 촬영상도 덤으로 얹어준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타란티노 영화를 봤을 때 느꼈던 기분을 다시 느꼈다.
내가 타란티노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영화를 정말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느낌..?
처음 '레고'를 접한 아이가 신나고 들떠서 자기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느낌..?
아무튼 그런 느낌을 이 영화를 보면서 똑같이 느꼈다.
그것은 일단 감독의 힘이 가장 클 것이다.
영화를 정말 즐기면서 만들 수 있는, 그래서 정말 적은 돈으로,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인도배우와 함께 영화를 만들어도 이런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일백프로 인도산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영화가 우리나라 영화인들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히 있다.
맨날 시장탓만 하고, 시나리오탓만 하고, 제도탓만 하는 각종 영화단체들에 속한 꼰대들.
더 이상 '밀리어네어'만 꿈꾸지 말고 한국영화계가 지금 얼마나 '슬럼독'스러운가 뼈저리게 확인하고 변화해야 할 것이다.
PS : 자말 말릭은 2천만 루피가 상금으로 걸린 퀴즈쇼에서 마지막 단계까지 왔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1. 속임수를 써서.
2. 운이 좋아서.
3. 천재이기 때문에
4. 영화 속 이야기니까
과연 정답은 무엇일까...? 영화를 보면 답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