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 선수의 목표가 '금'이냐 '돈'이냐라는 한 칼럼니스트의 글을 보고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최근 들어 김연아 선수가 등장하는 광고가 다양해지며 일각에서 이를 아니꼽게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은 느껴왔지만 저렇게 직접적으로 '돈'이냐 '금'이냐, 마치 오지선다하듯 물음을 하니 무척 당황스러운 기분입니다.
김연아 선수는 2007년까지만 해도 그 흔한 '스폰서'하나 없이, 집까지 저당잡혀가며 빚지고 운동하던 선수였습니다. 라이벌이라 하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5~6개의 스폰서로부터 지원을 받고, 연간 24억에 달하는 후원금을 받으며 운동 생활을 할때, 김연아 선수는 단 한 개의 스폰서도 없이 빙상연맹으로부터 받은 7000만원의 지원금으로 운동 생활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7000만원이라고 해봤자, 김연아 선수가 여러 대회에 나가 입상을 하면 그 상금의 30%를 빙상연맹이 도로 떼어가니 지원금이라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었지요.
이뿐만 아니라 김연아 선수가 이코노미석에 쪼그려 앉아 최대 10시간 11시간 장거리 비행을 할 때,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는 비행기의 1등석은 물론이요, 일본측이 현지에서 대절한 대형 버스까지 준비되어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쇼트 프로그램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였던 2007년 세계선수권 무대. (물론 이때에도 김연아 선수는 이코노미석에 앉아 극심한 허리 통증을 참아가며 비행해야했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놀라운 기량을 보여주었지만, 이때까지도 김연아 선수를 후원하려는 기업은 많지 않았습니다. 고작해서 스케이트화를 무료 제공해주겠다는 제의가 전부였고, 2007년 7월 국민은행이 후원 의사를 밝히며 맺은 스폰서 체결이 그녀의 선수 생활 중 처음있는 일이었습니다.
계산을 해보자면, 한국인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하고, 한국인 최초로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을 하고, 한국인 최초로 시니어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입상을 하였지만, 그녀가 돈 걱정 없이 스케이팅을 한 것은 고작해서 2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굳이 국내에 국한시키지 않아도, 그녀는 4시즌 연속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세계적인 대선수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가 스폰서를 받고, 돈 걱정 없이 스케이팅을 한 것이 1년 7개월이 좀 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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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여러개의 안무를 의뢰하고 그 중 자신이 맘에 드는 안무를 선택하여 대회에 나가는 것과 대조되게, 김연아 선수는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안무비가 부담되어 작년의 프로그램을 재탕, 재탕하던 선수였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한 안무를 한 시즌 동안만 사용하는 것과 달리 김연아 선수는 스노우스톰도 2년, 파파 캔 유 히어 미도 2년, 록산느의 탱고도 2년 동안 사용하였습니다. 그녀가 새 시즌마다 새로운 안무와 곡으로 연기를 펼친것도 올 시즌까지 포함하여 고작 2년째인것이죠.
이런 그녀에게 한 칼럼니스트는 '올림픽'에서 금이나 따고 광고 촬영을 하랍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기억하십니까? 그럼, 토리노 올림픽 피겨 부문에 출전했던 한국 선수가 몇 명이었는지 아시는 분 계십니까? 0명입니다 0명. 한국은 출전권을 단 한 장도 따내지 못했었습니다. 근데 이제는 그 피겨 종목에서 메달을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 빙상 역사상 최초로 말입니다. 근데 그런 선수에게 무슨 자격으로 '금'을 요구합니까? 혼자의 힘으로 올림픽 티켓만 최소 2장까지 확보해놓은 그녀에게 격려를 해줘도 모자를 판에 무슨 자격으로 '금'을 이야기합니까.
미국 상원의원 중 유일한 흑인이 오바마였다는데 그 한명의 흑인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흔히 기적이라고들 하죠? 김연아는 어떨까요? 일본과 유럽의 국가들은 여성 시니어 선수들만 수천, 수백명의 선수층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0명이 될까 말까랍니다. 근데 그 10명이 될까말까한 열악한 상황에서 김연아가 나온 것이고, '메달권'을 기대할 수 있게 된겁니다. 이것도 기적이고 경사아닙니까?
전 기억합니다. 2004년, 2005년 당시 그녀가 얼마나 힘든 피겨 생활을 하고 있는지 몇몇의 기사를 통해 접했었기 때문에 압니다. 그때부터 이 한국의 천재 소녀에게 스폰서가 절실하다는 기사들이 꽤 여러번 쏟아졌지만 국내의 기업들과 국민들은 외면했습니다. 한국계라는 이유로 미국 국적의 골프 선수들이 국내 굴지의 기업들의 로고를 달고 세계 무대를 누빌때 이 한국 소녀는 홀로 빙판위에 서야 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광고 출연에 대해 비난을 하려거든, 적어도 그녀가 아무도 봐주지 않는 곳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 수만번 넘어지고 수만 방울의 땀을,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흘렸다는 것.... 이것만이라도 먼저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이 어린 소녀가 그동안 홀로 겪었던 수만번의 좌절과 슬픔은 모르면서, 이제 막 얻기 시작한 국민적 관심과 여유를 아니꼽게만 바라본다면 너무나 안일한 일 아니겠습니까..? 출처:다음 스포츠게시판 앙뜨완님 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