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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에 시한폭탄 올려놓을 셈인가

배규상 |2009.03.05 11:42
조회 66 |추천 0

 

우리 경제에 시한폭탄 올려놓을 셈인가

 

 

 

국회가 그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아온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지게 됐다. 금산 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의 최종 문턱을 넘지는 못했으나 여야 간 입장 차이가 크지 않아 다음 국회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재벌의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를 규제해온 법 규정들이 이 정권 들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재벌과 보수 언론들은 그동안 이 같은 규정들이 외국에는 없는 과도한 규제로 국내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증거라며 줄곧 폐지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외국에는 총수 1인이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거대 기업군을 거느리는 우리 식의 재벌이 존재하지 않으며, 재벌 기업 같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도록 허용하는 나라도 없다는 지적 따위는 애써 무시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국 언론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잇따라 부정적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문제삼은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1년 내 만기가 되는 유동외채가 외환보유액에 거의 근접해 있으며, 둘째 한국의 은행들이 외부 차입에 의존하면서 예금에 비해 대출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 세계적 위기의 파고를 타고 넘기에는 한국의 금융 부문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뜻이다. 과장이 없지 않으나 귀담아 들어야 할 지적도 많다. 실제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규제 기능만 제대로 작동됐더라면 겪지 않아도 될 곤경을 유독 호되게 치르고 있는 중이다.

경제위기의 쓰나미가 전 세계를 덮치자 신자유주의의 종주국이라고 할 미국이나 영국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나라 정부들도 시장 규제와 금융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무시하고 우리만 필요한 규제마저 풀어헤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 특히 금산 분리 완화로 은행을 재벌에 넘겨주면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가 재발할 때에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한몸이 돼 부실의 늪에 빠질 위험이 크다. 우리 경제에 시한폭탄을 또 하나 얹어놓는 꼴이다.

 

 

 

2009년 3월 5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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