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 헌소’ 법무관 파면 부당하다
국방부가 이른바 ‘불온서적’ 지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군법무관 2명에게 ‘군 위신 실추’ 등을 이유로 파면이라는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 시중에서 널리 읽히고 있는 교양도서들을 ‘불온서적’이라는 해괴한 이름으로 군내 반입을 금지했던 국방부가 또 다시 상식을 벗어난 논리로 법무관들의 군복을 벗기고, 법조인으로서의 삶에 치명적 상처를 입힌 것이다. 국방부의 조치는 명백한 잘못으로 민주국가의 국가기관이 내린 결정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국방부가 내세운 파면 근거는 군 인사법과 복무규율이다. 군 인사법 등은 상관의 직무상 지시나 명령에 이의가 있을 경우 먼저 내부 건의 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해당 법무관들은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제기해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또 국방부는 이들이 지난해 자체 조사 후 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군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의 설명은 억지투성이다. 법무관들 헌법소원 제기는 병사들의 기본권과 관련한 문제다. 납득할 수 없는 불온서적 지정으로 인해 병사들의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 행복 추구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 이들이 헌법 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법률전문가로서 당연한 행위가 아닌가. 국방부가 건의 절차 운운하고 있지만 잘못은 병사들의 기본권을 우습게 여긴 국방부에 있다. 특히 국방부가 징계 사유로 군 위신 실추를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군 위신을 추락시킨 장본인은 뚜렷한 기준 없이 ‘불온서적’을 지정해 군을 한낱 우스갯거리의 소재로 만든 이상희 국방장관이다.
법무관들의 파면 조치는 국방부가 올 초부터 강조하고 있는 ‘군 기강 확립’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참된 군기강 확립은 강압과 독선에 의해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국방부가 진정으로 군기강 확립을 원한다면 상식과 합리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국방부의 이번 조치는 부당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법무관들에 대한 중징계를 철회하길 촉구한다.
2009년 3월 20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