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제법 길었다
아니 많이 길었다
윤은혜의 커피프린스 머리가 그야말로 유행하던 때
나는 단발로 라도 머리를 좀 자르고 싶었다
나는 단발머리가 잘 어울린다
기분 전환에 단발머리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할만큼 나는 단발머리를 좋아한다
커트 머리 모양은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보이쉬한 매력은 눈꼽만큼도 없기 때문에 단발 길이 까지만 괜찮고 그 이상 짧아지면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난 단발머리로 자르고 싶다고 자주 종알거렸다
윤은혜의 머리스타일이 연예인들 전반에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나의 치렁치렁 길어나는 머리는 왠지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사람은 유달리 고집을 부렸다
머리카락의 길이만은 절대 양보하지 않으려 했다
단발머리도 싫다고 했다
단발이 내게 잘 어울린다고, 단발머리의 연예인들을 읊어대며 이쁘지 않냐고 졸랐지만, 그는 안예뻐!, 라고 단정지어 말했다
고집스럽지 않은 그 사람의 유일한 고집스러움을 나는 저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늘 긴 생머리를 고집하는 그 사람 때문에 억지로 머리를 길렀다
이젠 너무 길어져서 허리에 닿을 지경이다
머리가 길어지다 보니 숱도 많아져 제법 치렁치렁하다
요즘은 장서희의 단발이 유행이다
예뻐 보인다
기분 전환도 할 겸 자르고 싶다
내 긴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이쁘다고 중얼거릴 사람도 없다
그런데 머리카락들을 자르지 못한다
일할 때는 걸리적거려 머리핀으로 올려 버리는 한이 있어도 자르지를 못한다
일년이 넘도록 기른 머리가 아깝기도 하다
자르는 건 잠시지만 기르는 건 몇 년이 걸린다
자르지도 못하는 머리카락들을 위로 올려 핀으로 고정시키고 나는 바나나 우유를 마신다
아마도 그 사람은 콜라를 마시고 있을 것이다
늘 바나나 우유를 찾던 그가 언젠가부터 콜라를 사기 시작한 걸 알아챈지 얼마나 됐을까
콜라는 중독되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
그 사람이 여전히 콜라를 마시고 있을 동안 나는 바나나우유를 사기 시작한다
원래부터 난 바나나를 좋아했고 바나나우유도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차갑게 몸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바나나우유의 상쾌함을 느끼면서 긴 머리를 언제까지 기르게 될지 궁금해진다
길러야할 이유가 없는 긴 머리가 언제까지 내 뒤를 치렁치렁 뒤따라 다닐지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