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이스탄불의 도심을 덮고 있는 불빛들은 벌써 세 번째 보는 나는 별로 반갑지 않다는 듯 그렇게 태연하게 나를 맞이했다.
2년 전이 생각난다.
먼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사는 이상한 녀석이 터키를 자전거로 여행하겠다고 자전거 한 대를 가지고 터키 땅에 발을 내딛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란다.
참 많은 사건 사고를 내게 안겨줬던 땅 터키.
참 많은 친구들, 소중한 인연들을 허락했던 땅 터키.
결국 그 추억을 곱씹고자 처음 목적지로 터키를 정한 것이다. 거창하한 이유가 없다. 그냥 나에게 터키는 다시 한 번 꼭 와야만 했던 그런 나라였다.
비는 주륵주륵 내렸다.
그래도 좋은 건, 결국 시작이라는 것이 가지는 큰 의미일 것이다.
어떠한 출발의 모습이든지 결국은 그 기대감과 두근거림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시작.
세 번째 이스탄불.
나름의 익숙함과 왠지 모를 낯설음이 나를 뒤덮는다.
공항에서 환전을 한 뒤 지하철을 타고 바로 오토갈(우리나라의 터미널)로 향했다. 사실 하루나 이틀정도 이스탄불에 머물면서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 생각을 해보려 했지만, 왠지 모를 낯설음이 이스탄불에서의 하룻밤 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공항에서 빠져 나오니 벌써 9시가 넘었다.
바로 카파도키아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 11시간의 긴 비행뒤 바로 야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그냥 모르겠다.
조금 조용한 곳.
좀 더 익숙한 곳에 있고 싶었다.
오토갈로 향하는 지하철. 2년 사이에 또 가격이 올랐다. 환전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터키의 화페인 터키쉬리라가 예전보다 더 강해졌다.
점점 물가가 오른다는 이야기다.
오른 물가가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는 역시 내가 여행자 때문일까?
항상 여유있게 여행을 할 수없는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기만을 바라는 건 내 욕심일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꼬리들이 날 혼란스럽게 할 무렵 오토갈에 도착했다. 벌써 10시가 넘었다.
버스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불안한 마음을 붙들고 불이 켜져 있는 버스회사 사무실로 향했다.
터키의 버스 시스템은 우리와 약간 다르다.
이 나라는 각각의 버스 회사마다 작은 사무실들을 오토갈에 차려 놓고 그곳에서 바로 버스표를 판매한다. 그래서 같은 시간 같은 목적지를 향하는 버스가 비단 한 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버스 가격도 정찰제라기 보단 어느 정도의 흥정이 가능하다.
운이 좋게 KENT(터키 전역에 걸쳐서 꽤 큰 버스 회사다. 터키는 각 지역마다 기반을 가지고 있는 버스회사가 존재한다. KENT 와 METRO 회사는 전국구 회사라고 생가하면 쉽다.) 회사의 버스티켓을 살 수 있었다.
40리라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하지만 흥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미 문을 닫았고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그냥 타기로 했다.
버스에 몸을 싣고 비에 젖은 이스탄불을 바라본다.
버스는 이스탄불을 벗어나기 시작했고, 2년전 이스탄불에서의 기억을 잠시 추억한다.
보로포스 해협을 바라보며 먹었던 고등어 케밥,
불르 모스크 앞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미소,
함께 이스탄불을 여행했던 일본인 친구 코지.
생각의 사념은 나를 잠으로 이끌었다.
비행의 피로를,
긴 야간버서의 장거리 이동의 피로를 그래도 추억이라는 수면제로 재워 본다.
다음날 아침.
버스는 카파도키아의 괴뢰메에 도착했다.
카파도키아는 그동안 나를 많이 그리워 했다고,
그래서 너 없는 2년 동안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는듯 따스한 햇살로 날 맞이해 주었다. 아직은 겨울의 기운이 다 가시지 않았는지 공기가 차다. 그래도 그 덕분에 머리가 맑아진다.
2년의 공백을 줄여 보려고 이리 저리 서성였다.
눈에 익었던 곳은 제자리에 있음을 확인하고,
눈에 익숙치 않은 새로운 것은 눈 에 익힐려 보고 또 봤다.
어쩌면 나에게 가파도키아는 여행지라기 보다는 오랜 벗과 같은 그런 느끼이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담아가고 싶다.
내가 보는, 내가 느끼는 그것을 사각의 프레임 안에 넣고 싶다.
사진기를 손에 잡은지 5년.
처으 파인더로 보던 세상과 빠졌던 첫사랑을 회상이라도 하듯이 필름을 감는 아찔한 기계음과 셔터가 올라가는 짜릿한 외침에 카파도키아의 자태를 녹여 담고 싶었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런 설레임이.
카파도키아.
너는 .
나를 .
기억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