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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셋째주 토요일, 매화가 지천에 하얗게 피어있어 이른 봄에한번

김지해 |2009.03.26 09:29
조회 78 |추천 0

 

3월 셋째주 토요일, 매화가 지천에 하얗게 피어있어 이른 봄에 한번은 꼭 가봐야 한다는 그 유명한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414번지(내비게이션 주소검색)에 위치한 매화마을, "청매실농원"에 드디어 발도장을 찍고왔다.  정말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여행이었기에, 철저한 사전 준비는 기본이 아닐 수 없다.

 

 

 매화 향기, 안 맡아 봤음 말을 마시길.  달콤하게 코끝에서 앵앵거리는데, 진짜 행복했어요.  사진엔 그 향긴 못 담아서 억울해, 하소연도 못하겠구.

 

 

얼굴에 와닿는 보드라운 바람과 운동화 밑에 깔린 포근한 흙, 길섶에 삐죽삐죽 돋아난 연초록 풀들이 "내가 지금 남도 땅을 밟았구나" 하는 생각을 문득 들게 해서, 그때마다 새삼 행복한 느낌에 빠져들 수 있었다.  아, 매화나무 밑에 와장창 깔린 정체를 알 수 없는 "똥거름" 냄새만 빼면(이건 뭐, 꽃 아래 똥이니, 아이러니, 아이러니).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어깨에 치일 정도로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생각보다 느긋하게 꽃구경을 할 수 있었다.  이미 다른 이들의 블로그에 여러번 소개된 곳이라, 사전에 이런 저런 정보를 나름 알아보고 갔다.  그래서 사진에서 봤던 그곳엘 못 가보면 어쩌나 하고 살짝 걱정도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 그냥 길이랑 꽃나무 따라 걸을 수 있는 튼튼한 다리만 있으면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꽃무리"가 복잡하게 꼭꼭 숨겨져 있지 않았다.  산책 코스 거리도 딱 적당했고.

 

 

난 단지 길따라 걸었을 뿐이다.  매실농원 초입엔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푸릇푸릇한 봄나물이랑 특산물을 앉아서들 팔고 계셨더랬는데, 난 제대로 구경도 못했다.  매실아이스크림도 그렇게 맛있댔는데 사먹을 생각조차 못해봤으니, 알만하지, 뭐.  꽃에 정신이 팔려 버려서..... 또 손에 익지않은 카메라 이리저리 굴려보느라고.  이런 어벙벙한 몹쓸 손기술 같으니라고.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매화꽃 보이듯 자주 눈에 띄었는데, 그럴 때마다 멋지게 찍혀지지 못한 내 사진들이 초라하게만 느껴지는건, 뻔뻔하지 못한 내 소심함 때문은 아닌지. 허허.  길 따라 걷다보면, 사진을 꼭 찍고 싶은 곳들이 여러 곳 나온다.  전문가가 아닌 나도, 그런 "스팟"은 눈에 들어왔다.  대견하다.  얼추 (눈동냥했던) 비슷한 곳을 찍고 왔다구, 나도.

 

 

흰색(살짝 연분홍빛이 감도는) 매화보다 홍매화가 더 눈에 확 들어오는데, 그걸 사진 찍을 생각은 왜 못했는지, 살짝 아쉽다.  아쉽지만, 매화꽃밭을 뒤에 남겨두고 맛있는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

 

 

(장소 이동 : 매화꽃밭에서 차 타고 화개면으로 GO GO) 홍쌍리 매실 아이스크림 대신, 화개장터에 있는 "터키 산양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얼마더라, 3000원 쯤 했나?  한국말 잘하는 노련한 외국아저씨가 사먹으려는 사람들한테 이리저리 장난치며 구경꾼들을 웃게 했는데, 나는 왠지 놀림거리가 되기 싫어서, 살짝 겁을 먹었었다(강해져야지, 소심하긴).  맛은, 쫀득쫀득하고 시원하고 달달하고 시큼한 것이 참 괜찮았다.  아, 참, 점심 밥은 화개장터에서 재첩정식으로 해결했는데(예전 그맛이 아니더이다, 양도 적고), 그것 가지고는 부족한 듯 해서, 케밥(맞나? 생각안나, 완전 몹쓸 기억력)도 하나 사먹었다.  사진에 오른쪽에 아주 쪼금 나와있네.

 

 

광양 매화마을에서 화개장터로 가는 길가에 섬진강물도 부지런히 흐르고, 이런 저런 예쁜(잘 모르는) 꽃들이랑, 매화랑 산수유꽃이랑 벚꽃이 사이좋게 피어있어 주변 풍경과 기가 막히게 어울렸다(쩝, 표현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분위기가 가히 환상적이라, 차 창문 활짝 열고 바람냄새 맡기는 필수).  꼭 매화마을이 아니더라도 지천이 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나 정말 봄 타나봐.  날씨는 조금씩 흐려졌는데 난 오히려 그게 더 좋았다.  햇빛이 너무 강하면, 모자를 써야 하니까. 핫.핫.

 

 

화개 장터 입구에 "관광 안내소"가 있어서, 길을 묻거나 안내책자를 얻어가면 여행길 정보에 플러스가 된다는 사실, 말 안해도....잘 알고 계시겠지만.   아, 시장 안에 "없을 것 빼곤" 다 있다는데, 그건 확인 할 수 없어서 잘 모르겠고, 일단은 말린 약재, 씨앗, 몸에 좋은 여러 자연 식품들이 많았다.  꽃 나무 중에선 단연 "천리향"의 향기가 으뜸.  지난 번 들렸을 때, 천리향을 두 그루 사서 우리집 마당에 심었는데, 한 녀석은 죽고 한 녀석은 살아 남았다.  북쪽이라 기온차가 커서 적응을 잘 못한 탓이겠지.  군것질거리도 많다.  뻥튀기 같은 허부랭이들.  미역, 말린 새우, 또.......아무튼 많은데, 난 하나도 안 샀네.  지역경제에 보탬이 안 되는 나같은 깍쟁이들 많으면 안 될 텐데.   그런데 사진은 왜 자세히 못 찍은거야. 제길. 후회 돼.

 

 

(장소 이동 :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하동, 섬진강, 구례 이쪽지역에 온 김에 벚꽃 생각이 왜 그렇게 간절히 나던지.  매화 하나론 부족했던지, 작년 그 눈꽃처럼 펑펑 매달려 있던 흰 벚꽃터널이 간절히 생각나 지리산 쌍계사의 십리 벚꽃길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꽃은 피어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예뻤다.  사진은 없음.  다음에 찍어야지이.  이제 조금 있으면 사월 초파일.  연등이 알록달록 쌍계사 가는 길목 양 옆에 매달려 있었다. 

 

 

꼭 편한 신 신고 여행하시길.  발이 편해야 구경도 즐거운 법. 

 

 

대웅전 가는 길목에 서 있던 이름 모를 탑(이거 알면, 나 상 줘야 돼애애).  내 명령(?)대로 포즈 취하시는 빨강잠바 아저씨.

 

 

이건, 뽀나스! (생각없는)소녀의 기도.  

 

 

(장소 이동 : 쌍계사에서 지리산 온천지구 일대, 산수유 마을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521번지)  구례 가는 길에 반대 차선의 차들을 보니, 심장이 벌러덩 거렸다.  차가 줄을 서서,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  "허걱.  갈때 차 엄청 밀리겠군." 딱 한번만 걱정 해 주고, 다시 즐겁게 노랑 산수유꽃 감상 시작.

 

 

날씨가 흐려서(혹은, 사진 못찍어서) 푸르게 예쁘게 빛나는 하늘은 담지 못해 아쉬웠다.  그런 생각 하고 있는 찰나, 난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아는 사람을 만났다.  그것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우리 가족을.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 어이없는 급만남에, 당황스러워 어안이 벙벙.  가족들이랑 따로 꽃구경을 가기로 했고, 설마 그 넓고 넓은 땅 위에서 마주치지는 않겠지 했는데, 덜컥 눈으로 보고나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정신 차리고 증거 사진 촬영.

 

 

이건, 기념 컷.  왼쪽은 사촌동생 태웅이, 오른쪽은 우리집 흑돼지 김지훈이. 어딜 보니. 살좀 빼자.

 

 

노란 산수유 물결.  향기는 그다지 못 느꼈다.  멀리서 보니, 개나리 같다는.  개나리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이 산수유나무에서 빨간 산수유가 열린다.  산수유꽃이 그렇게나 많이 (윗쪽 지방에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나는 이것이 산수유꽃인지 알지 못했다. 

 

 

이 마을엔 옹글옹글 야물딱지게 쌓여있는 나트막한 돌담이 많았는데 소담스런 산수유랑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검은개도 있었고, 

 

 

나보다 더 여유있게 봄을 즐길 줄 아는 아이들도 있었다.  허락 못 구하고 찍어, 미안.  앉아 물끄러미 먼산 보는 자세가 멋져보여서, 나도 모르게 그만.

 

 

 사이 좋은 연인, 혹인 가족. 혼자 보다는 둘이 걷는 저 길이 눈에 잘 들어오더라.  무릇 지금은 어느 계절보다도 우리에게 특히나 더 다정한 봄이니까.

 

 

  어느덧, 해는 기울기 시작했고, 저녁 식사를 하고(떡갈비, 남원 떡갈비 체인점인데, 산수유 마을 나오다가 오른쪽 길가에 있었다) 서둘러 떠날 채비를 마치기가 무섭게,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난 흐뭇해하며 북쪽으로, 위로, 나의 집으로 향했다.  다음에 또 올게.  그때까지, 부지런히 더 많이 크고 이쁜 꽃 피울 준비도 게을리 하면 안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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