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립스 연구소 유치에 거는 기대
바이오·의약 연구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 스크립스 연구소의 국내 유치가 성사됐다. 강원도와 춘천시, 강원대가 미 샌디에이고에서 스크립스 연구소와 협약을 맺고 오는 6월 춘천에 한국 스크립스 항체연구소(SKAI)를 설립키로 한 것이다. 비영리법인인 한국 스크립스는 강원대에 연구공간 및 장비가 구축되는 9월부터 본격 가동된다고 한다. 머지않아 스크립스 연구진과 우리 과학자들이 함께 연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크립스 연구소는 항체신약 및 생명공학 분야를 주도하는 세계 최대 비영리 독립과학 연구기관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한 기관이다. 항체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특허와 기술을 다수 보유해 이 분야에서 가히 독보적 존재다. 미국내 플로리다주에 분원을 낸 것 외에 외국에 연구센터를 낸 전례가 없어 여러 곳에서 유치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런 스크립스가 첫 해외 진출지로 한국 지방의 소도시를 선택했다는 것은 한껏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강원도는 한국 스크립스의 설립으로 50개 이상의 관련 기업·연구소가 들어서고 2000개 이상의 일자리와 10년간 3000억원,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 1조원의 수입이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으나 이런 검증이 곤란한 수치에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바이오 의약 연구개발(R&D) 수준을 이 기회에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스크립스의 과학기술을 전수해 우리 것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항체신약을 개발하고 이를 국제 기준화할 수 있다면 스크립스와 춘천 모두 윈윈하는 성공모델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총 진료비 중 약제비 비중이 외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리베이트 문제도 있지만 외국의 신약을 비싼 값에 들여오는 구조도 한 원인이다. 한국스크립스가 신약 연구의 거점이 되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면서 왜곡된 국내 약값구조를 바로잡는 데에도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2009년 3월 28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