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 드라마 / 101분 / 감독: 존 카메론 밋첼
(★★★★☆)
“섹스가 끝나면 왜 외로워지지?” 가 섹스에 몰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9·11 사건 정도의 스펙터클이 아니고서야 느끼지 못하는 영화 속 인물들은 외롭다. 그래서 이들은 섹스에 열중한다. 섹스가 끝나면 다시 외롭고 슬퍼지겠지만 섹스를 하는 순간만은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는 귀여운 모형으로 완성된 뉴욕 시내를 카메라로 부드럽게 유영하며 문을 여는데 이때 창 속으로 보이는 모습은 모두 섹스장면이다. 일상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는 이들은 섹스에서 위안을 받는다. 단발적이지만 환상적이고 그래서 현실을 잊을 수 있다. 이는 완벽한 성전환을 꿈꿨으나 보기 흉하게 남은 1인치 성기의 주인공 의 연출자 존 카메론 미첼이 그린 뉴욕의 스케치다. 어린아이의 환상을 벗지 못한 듯 단순해 보이지만 이 그림은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에 대한 진득한 성찰과 감동을 보여준다.
영화에는 크게 두 무리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제이미'와 '제임스' 커플, 그 사이를 파고든 귀여운 게이 청년 '세스', 그리고 커플의 일상을 훔쳐봤던 이웃집 남자가 한 무리고, 커플 상담가 '소피아-롭 부부'와 '소피아'가 상담을 청했던 가학 성향의 여자 '세브린'이 또 다른 무리다. 이들은 모두 허전함을 느낀다. 원하는 관계가 무엇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아 방황하고, 솔직하게 마음을 열고 다가갈 대상과 환경을 찾지 못해 절뚝거린다.
'숏버스'에서의 만남 이후 상황은 조금씩 변한다. 만족을 느꼈던 섹스의 순간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고, 본인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스스로의 상황을 다시 생각한다. 영화는 수차례의 난교장면과 노래 같은 대화로 이들의 융합을 그리는데 그 모습이 마술의 결과물처럼 빛난다. '요 라 텡고'가 지휘한 음악과 '존 카메론 미첼'의 낙관적이고 경쾌한 태도는 외설적일 수 있는 장면들을 아름답고 환상적인 그림으로 포장해낸다. 일시적인 섹스의 쾌락이 지속적이고 건강한 관계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의 국내 극장 개봉은 약 2년 만이다. 2006년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공개 당시부터 높은 성적 표현과 노출 수위로 단번에 논쟁에 휩싸였다. 국내에서도 이 논란은 그대로 이어졌다. 성기 노출은 가림 처리를 한 버전이었지만 영화는 2007년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영화의 수입사는 소송을 냈고 올해 1월 대법원은 ‘제한상영가 등급분류는 위법’이란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수입사는 다시 등급분류 신청을 했고, 2월18일 드디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는 제한상영가 제도와 싸워 정식으로 극장 개봉한 첫 번째 영화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