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4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직은 바깥 공기가 쌀쌀할 때가 많아요. 사실 햇볕은 많이 따스해졌는데, 바람이 아직 우리 곁을 머물고 있어서겠지요. 봄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마중 나가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에 스스로 봄을 만들어 내는 곳으로 다녀왔습니다. 바로 서울에 자리하고 있는 ‘궁’들 말이죠. ‘SUNNY’라는 SK텔레콤 대학생 자원봉사단의 이름에 맞게, 햇빛을 찾아 함께 걸음해 보아요. ^-^
01. 덕수궁 돌담길에 아직 남아 있어요 ~ ♬
3월 20일, 덕수궁 바로 옆 서울시립미술관이 퐁피두 전의 마감으로 한창 바쁠 적이었습니다. 날이 흐려서 인지 덕수궁을 찾는 사람은 조금 적었어요. 아직 꽃봉오리들조차 채 여물지 않은 채, 수줍게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3월 23일까지 <한국근대미술걸작전>을 열었던 덕수궁 미술관은 지금은 새로운 모습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공사 후 해학적인 멋이 있는 작가 ‘보테로’의 전시가 열린다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답니다.
덕수궁에 ‘아직 남은’ 겨울, 겨울의 쓸쓸한 기운이 아직도 주위를 맴돌아요.
덕수궁 홈페이지에는 친절하게도 (놀랐습니다!) 궁 곳곳의 봄 꽃이 언제 피어 오르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있더라고요. 제가 덕수궁을 찾은 날은 아직 모든 꽃이 아직은 수줍게 숨어 있었지만, 그래도 먼저 봄을 맞이하는 듯한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덕수궁 내 장소에 따른 꽃 개화시기! 표에 적힌 꽃이름만 보아도 향기가 솔솔 ~
궁이 만들어내는 봄은 고즈넉한 멋이 있습니다. 마치 궁이 붓을 잡고 하나하나 그림을 그려나가는 듯한 느낌이지요. 붓을 한 번 움직이면 꽃봉오리가, 또 한 번 움직이면 싹이 피어오르는, 궁의 봄은 그렇게 조선시대 여인들이 그려낸 그림과 가사처럼 조용하고 또 단아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덕수궁의 봄은 산수유로 시작되었습니다. 봄을 가장 먼저 밝히는 산수유는 이미 봉오리를 열고 제 얼굴을 한껏 드러내며, 그 노-란 빛을 자그마한 전구처럼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아직 피지 않은 진달래는 마치 한복에 수 놓인 듯 고운 색깔이었어요. 자주빛 실로 꽁꽁 동여매어 놓은 듯한 모습에서 산수유와는 또 다른 봄을 발견합니다.
4월, 지금쯤이면 이 진달래 봉오리 들도 제 가슴을 활짝 피고 있겠지요? 표에 적힌 개화 시기에 맞춰 덕수궁에 찾아가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덕수궁의 규모가 다른 궁들보다는 다소 작기 때문에, 바쁜 생활 속 조금이라도 숨이 트이고 싶은 분들이라면 가장 안성맞춤일 것입니다.
02. 창경궁, 화려하면서 우아한 봄과의 만남
궁을 뒤로하고 핀 벚꽃. 먹으로 그려낸 것처럼 보이는, 단단한 가지.
유원지로 이용되기까지 했던 창경궁. 가끔 창경궁을 지나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경궁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세자빈' 같은 느낌입니다. 어리고 연약하지만, 또 그렇기에 한층 더 화사한 아름다움. 시인들의 불안하고 미치고 싶은 4월이 당도하기 전, 3월의 끝을 잡고 창경궁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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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깔로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는 꽃들
아직 만개하지 않은 꽃들은 그 만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덕수궁에 갔을 때의 꽃들이 아직 움츠리고 있는 모양새였다면, 창경궁에 갔을 때의 꽃들은 이제 막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시작한 소녀같은 모습이었어요. 꽃들의 종류도 참 많아서, 구경을 하다보면 어느 새 해가 어둑어둑해질 정도였습니다. 다양한 산책로가 있고, 넓은 편이어서 운동을 하고 싶은데 또 심심한 건 싫다 하시는 분들이라면 추천하고 싶어요. 실제로도 운동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군요.
화려한 원앙들, 쉴 새 없이 들려오던 날갯짓 소리
큰 렌즈와 사진기를 들고 원앙을 찍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선명한 원앙의 색깔을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인지라, 저도 한 참이나 그 곁을 떠나지 못했어요. 수컷과 암컷이 나란히 선을 그리며 물 위를 스치는 모습은 정말 명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원앙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커플들도 눈에 많이 띄더군요! 화사한 창경궁, 그리고 원앙처럼 예쁜 모습의 사랑하는 사람들. 장소가 사람을 완성하는 듯, 창경궁에 서 있는 동안만큼은 커플에 대해서 관대한 마음을 품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핫
창경궁에서 실시하는 봄꽃감상 행사
창경궁에서는 2009년 3월 28일(토)에서부터 2009년 4월 30일(목)까지 봄꽃감상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창경궁에서 만나는 야외의 꽃들이 만개한 것을 마음껏 볼 수 있음은 물론, 지난 28일과 29일에는 관람객들이 효의 의미를 담고 있는 야생화, 할미꽃 묘목을 직접 심어보고 심은 묘목을 가지고 갈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되었다고 합니다. (참여하지 못함이 무지 아쉬운 행사네요. 다음 기회를 꼭 노려봐야겠어요 !)
또, 창경궁 대온실에는 현재 봄을 맞아 매발톱, 금낭화 등 봄에 피는 야생화들이 가득하고, 전문작가가 찍은 창경궁의 봄꽃사진들도 전시된다고 하니, 봄의 기운을 가득가득 담아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덕수궁과 창경궁 뿐만 아니라 창덕궁에서는 4월 1일부터는 옥류천 특별관람을, 4월 2일부터는 창덕궁 전역을 볼 수 있는 자유관람을 실시하여, 봄의 기운을 한층 짙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옥류천 특별관람은 전날 미리 예약을 해야하고, 창덕궁 자유관람은 매주 목요일에만 이뤄진다고 하니 미리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중요할 듯 합니다.
또한, 매화꽃 개화시기에 맞춰 4월 15일까지 창덕궁 일반관람을 통해 매화밭 관람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 늦기 전에 서둘러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의 진수, 낙선재 앞 매화밭의 향취를 느껴보는 것도,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좋은 추억으로 남으리라는 기대가 듭니다. ^-^
각 궁의 홈페이지를 통해 봄과 관련된 행사들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으니 참고하셔서,
궁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궁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봄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왔지만, 또 언제 떠날지 모르는 봄이니, 서두르셔요 !
Posted by 김지언(chunzza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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