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꿈은 이루어진다 ☆

김지선 |2009.04.10 12:21
조회 130 |추천 0


첫 장편영화 ‘똥파리’(영어제목 Breathless)로 세상을 놀라게 한 영화 배우 겸 감독 양익준(35)의 출발점은 마치 상징처럼, 고단한 길 위에 있었다.

“술먹고 길거리에서 오줌을 싸는 데 친구가 뒷통수를 팍 치더라구요. 그 자리에서 엎어져서 꼼짝 앉고 있었죠. 나름 죽은 연기를 했던거에요. 미친놈이지. 자기 오줌에 엎어져서 일어나지 않으니까 친구들이 진짜 겁을 먹더라구요. 이 정도면 진짜 연기 재능이 있는 거 아니냐 싶었죠.”

중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상업고등학교를 다녔고, 입대 전에는 어린이용 완구를 파는 영업사원도 하고 용산 전자상가에서 냉장고도 날랐다. 아현동 가구점에서 배달도 했고 공사판 일용 노동도 숱하게 했다. 몇 십만원 받아 쥐면 술값이 반. 사고 싶었던 청바지 하나 사면 그만인, ‘내일 없는 청춘’이었다.

그러다가 군에 갔고, 병장 말년 대학 복학 얘기를 하는 고참들을 보고는 불현듯 대학에 가야되는가 싶었다. 수능을 봤고 중학교 시절 탤런트가 되겠다는 꿈을 생각해내고 공주영상대에 지망했다. 실기를 보기 전날엔 사고가 있었다. 친구들과 거리를 지나다 맞은편에서 오던 패들과 시비가 붙어서 흠씬 두드려 맞았다. 바로 내일이 실기인데 얼굴 반이 시커멓게 멍이 들었다. 최종면접까지 모든 질문이 “얼굴은 왜 그래요?”였다. 추가합격 10순위에나 이름이 올라있던 그는 다행히 끝에서 몇 번째 합격장을 받아들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6개월 ‘무료’ 과정으로 명계남씨가 개설했던 연기학교 ‘액터스21’에 다녔다. 30여편의 단편과 장편에 출연했다. 첫 걸음은 배우로서였다. 그러다가 어느날 대만출신 감독 허우샤오시엔의 한 마디를 들었다. “생각하는 것은 물 위에 글을 쓰는 것이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돌 위에 새기는 것이다”. 그말을 6개월 동안 방안에 붙여놓고 단편 영화 첫 작업을 준비했다. 그리고 첫 장편영화 ‘똥파리’는 난곡동 지하 전세방을 경기도 능곡 지하방으로 옮기며 완성했다. 그 결과는 해외평단의 격찬 속에 총 18개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7개영화제에서 9관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벌 뿐 소통하는 법을 몰랐던 이 땅의 불쌍한 짐승으로서의 아버지, 가족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짓눌리면서 살아가도록 하는 시스템에 대해서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내게는 ‘살풀이’같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연기를 한 양익준 감독은 내내 끔찍하게 욕하고 때린다. 영화가 끝나고 자신의 단편을 담은 DVD라도 팔라치면 관객들이 머뭇머뭇 다가오길 꺼릴 정도다.

하지만 양 감독은 영화와는 달리 웃음이 헤프고 장난과 농담을 좋아하는 청년이다. 웃음과 영화는 그의 삶에 숨통을 틔워준 언어다. 마지막으로, 그의 아버지의 반응이 궁금했다. 아버지에 대한 다이너마이트같은 분노와 증오로 출발하는 아들의 영화를 어떻게 봤을지 궁금했다. 그는 시사회에 모신 아버지께 “불편하셨죠?”라고 물었다. 아버지는 시선을 먼 곳으로 떨어뜨리시며 “영화 마지막에는 마음이 영 이상하고 짠하더라” 라고 답하셨다. 4월의 봄날 이른 아침 서울 가회동 골목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전언이다.

  - 원문. 해럴드 경제신문_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