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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ㅣ딸에게보내는편지,산문집(★★★★★)

우종훈 |2009.04.14 17:44
조회 905 |추천 0

 

 

낙엽 작가소개

 

공지영 :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8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즐거운 나의 집』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등이 있다. 21세기문학상과 한국 소설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제10회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산문집에 등장하는 위녕은 실제 작가 공지영의 딸이다. 힘들고 험난한 세상을 살아내는 이 시대 아들 딸들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와 자세에 관한 메시지 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라면.. 보통 교훈적인 내용이나 지당한 메시지가 담겨있을 것이란 편견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 내용도 곳곳에 묻어나지만, 삶을 마주하는 작가(글쟁이)적 자세가 더더욱 내게 강한 인상을 풍긴다.

때론 삶의 무게에 순응하면서도 그 풍랑을 놀이삼아 파도타기 하듯 뛰어오르는 지혜와, 해학적 메시지 때문에 쉽게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중간중간 작가 공지영 본인의 작가로서 운명적 삶에 대한 부분을 읽어 내려갈때는.. '작가' 라는 길의 험난한 여정과 그녀 인생에 필연적 일수밖에 없는 '외로움'이 엿보여 가슴 한켠에 은근한 파장이 일기도 했던 작품이다.

 

 

 

꽃 차례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
그게 사랑인 줄 알았던 거야
칭찬은 속삭임처럼 듣고, 비난은 천둥처럼 듣는다
만일 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저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 때일망정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삶은 우리보다 많은 걸 알고 있는 거 같아
희망은 파도처럼 부서지고 새들처럼 죽어가며 여자처럼 떠난다

네 자신에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네 자신뿐이다
신은 우리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기를 기다리신 거야
인생에는 유치한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에게도 잘못은 있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게 해 주소서
소망은 수천 가지이지만 희망은 단 하나뿐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돈을 벌어야 해
행복한 사람을 친구로 사귀렴

사랑은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는다
해야 한다는 성명서
우리 생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외로운 것, 오래전에 울린 종소리처럼
쾌락과 행복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바랄 나위 없이 삶이 만족스럽다
매일 내딛는 한 발자국이 진짜 삶이다
풀잎마다 천사가 있어 날마다 속삭인다. 자라라, 자라라

 

 

 

쪽지 memo

 

p.38.  [칭찬은 속삭임처럼 듣고, 비난은 천둥처럼 듣는다]

- 삶은 도박꾼의 몫입니다.

 

p. 111. [네 자신에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네 자신뿐이다]

- 그러나 위녕, 사실을 말하면 엄마는 네가 이 시기를 좀 잘못 넘겨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도 돼. 너는 아직 젊고 또 많은 기회가 있을 거야.

이 한 해로 너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도 안 되고....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인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엄마의 미안한 사랑을 보낸다.

 

p. 137.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게 해 주소서]

- 주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하게 해주시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체념할 줄 아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위녕. 그래 누구나 입을 다물고 싶을 때가 있지. 엄마가 엄마라는 이유로 혹은 친구라는 이유로 네 입을 여는 것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예의가 아니겠지.

걱정스럽지만 그 마음을 아끼는 일도 네게.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에게 필요한 일이겠구나. 하지만 사랑한다. 사랑해서 잘 할 수 있는 일과 사랑하기에 하지 말아야 할 일 두 가지를 구분하는 법을 알게 해 달라고 오늘은 기도하고 싶다.

 

p. 157. [작가가 되고 싶다면 돈을 벌어야 해]

- 글세, 글은 말이야. 이게 그림이라도 좋고 음악이라도 좋고 무용이라도 좋고, 어떤 예술 장르이건 말이야. 그건 오는거야.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구.

유명한 곡, 유명한 그림,  어느 날 섬광처럼 내리친 영감에 의한 것이 많아.  ......

그런데, 이 '오는' 영감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평소에 활자에 예민해 있어야 하고, 많은 글들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알고 있어야 하고, 삶이 어떻게 펼쳐지는 지 관찰하고 통찰한 데이터들이 머릿속에 있어야 해. 그리고는 앉아서, 친구가 놀자고 메신저로 아무리 말을 걸어와도, 아무리 재미있는 축구 시합이 있어도 그런 것들을 물리친 채로 앉아 있을 마음의 용기와 엉덩이의 끈기가 필요한 거야.

 

p. 166~167. [행복한 사람을 친구로 사귀렴]

- "위녕 행복한 사람만이 진정 너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

그래 위녕, ... '내가 나 자신이 아니기를 동경하여 시기심으로 눈이 멀어버린 듯한' 그런 친구는 결국은 자기 자신과 우정을 헤치고 마는 것을 엄마가 잘 아는 까닭이야.  .....  그리하여 결국은 너는 네 '기쁨'에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친구를 만나야 해.

사람들은 흔히 불행한 시간에 찾아와 위로해 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불행을 함께 한탄하는 것을 다른 사람을 위로한다고 착각할 때가 많아. 진정한 우정은 그의 성취에 그의 성공에 함께 진심으로 기뻐해 줄수 있는가 아닌가에 있고, 이런 일은 대게는 '스스로가 스스로임을 좋아하고 행복한', 스스로와 스스로의 삶에 긍정의 눈을 뜨고 있는 그런 사람들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더구나.

 

p. 175. 178~179. [사랑은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는다]

- 사랑은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게 아니란다. 사랑은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아. 다만 사랑 속에 끼워져 있는 사랑 아닌 것들이 우리를 아프게 하지.

누군가 너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너를 아프게 한다면 그건 결코 사랑이 아니란다. 사랑이 상처를 허락한다는 엄마의 말은 속수무책으로 상처 입는다는 말이 아닌 것을 너도 알 거야. 상처를 허락하기 위해서는 상처보다 네 자신이 커야 하니까. 허락은 강한 자가 보다 약한 자에게  하는 거니까 말이야.

- 다만, 그 순간에도 언제나 정직해야 한다는 것은 잊지 마라.   .....

수많은 연애 지침서들이 그 남자에게 애가 타도록 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건 연애에는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인지 모르지만 사랑에는 실패하는 일이야. 네 목표가 연애를 잘 하는 것이라면 그런 책들이 유용하겠지만 네 꿈이 누군가와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이라면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엄마가 말했잖아 진정한 자존심은 자신에게 진실한 거야. 신기하게도 진심을 다한 사람은 상처 받지 않아. 후회도 별로 없어. 더 줄 것이 없이 다 주어버렸기 대문이지. 후회는 언제나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을 속인 사람의 몫이란다. 믿는다고 했지만 기실 마음 한구석으로 끊임없이 짙어졌던 의심의 그림자가 훗날 깊은 상처를 남긴단다.

더 많이 사랑 사랑할까봐 두려워하지 말아라. 믿으려면 진심으로, 그러나 천천히 믿어라. 다만, 그를 사랑하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일이 되어야 하고, 너의 성장의 방향과 일치해야 하고, 너의 일의 윤활유가 되어야 한다. 만일 그를 사랑하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일을 방해하고 너의 성장을 해치고 너의 일을 막는다면 그건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그의 노예로 들어가고 싶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p. 201. [우리 생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 놀라운 일이었다. 그 품위는 뜻밖에도 딸을 바라보는 그분의 진정한 사랑의 눈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더구나. 사랑이 사람을 그토록 품위있게까지 만드는 줄 엄마는 정말 그때 처음 알았다. 사랑은 사람을 품위 있게 살게도 하고 품위 있게 죽게도 하는 그런 신비한 것.

 

p. 254~255. 256. [작가후기. 보이지 않아도 널 응원하고 있단다]

- 엄마가 너 만할 때, 엄마의 엄마들은 별로 사랑을 해 본 경험도 없고, 직장을 가져 본 적도 없는 여자들이었어. 그래서 엄마의 새대들은 그 모든 것들을 그저 홀로 배워야 했단다. 엄마는 잘 사랑하는 것과 잘 헤어지는 것과 자신의 직업을 성취해 나가는 것을 배운 적이 없었기에 날마다 시행착오를 겼어야 했어.

하지만 엄마가 엄마의 엄마에게 한 가지 배운 것이 있긴 했는데 그건 엄마가 무엇을 하든 엄마를 믿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었다는 거야. 그 믿음과 지지와 응원이 있었기에 엄마는 수없이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섰고 그리고 웃을 수조차 있었는지도 몰라.

- 엄마는 오늘 진짜로 수영을 갔어. 그랬는데 그 수영장은 대형 슈퍼마켓으로 바뀌었더구나. 어느새.... 음, 그러니까 엄마가 뭐랬니?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그랬잖아. 휴우. 괜찮아. 삶이란 그런 것. 우리에게는 아직 남은 오늘이 있고 또 다른 수영장도 있어.

음, 그러니까 오늘도 좋은 하루!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도중에 활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때쯤 접을 까도 했지만 그때마다 '도데체 이 작가가 언제쯤 수영장앨 가는거야?'는 궁금함이 마지막 장가지 읽을 수 있는 하나의 동기가 되어주었는데... (실제로 작가는 매 장 마지막에 오늘은 수영장에 꼭 가야겠다는 말을 남긴다)

수영장이 수퍼마켓으로 바뀌었다니... ㅋㅋㅋ

조금은 허무하기도 한 작가의 끝맺음이 밉지가 않다.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 ㅎ

'우리에게는 아직 남은 오늘이 있고 또 다른 수영장도 있어'... 얼마나 자유롭고 긍정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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