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발상에 따른 비르투오소(Virtuoso) 피아니즘
비르투오소(Virtuoso)란 이탈리아어로 정의하자면 '음악 연주 실력이 뛰어난 대가'라고 한다. 이는 본래 피아니즘에만 국한된 명칭이 아니라 연주할 수 있는 모든 악기에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말이다. 오늘날 '클래식'이라고 하는 음악은 사실 서양(유럽)이 그 발상이었고, 중심이기 때문에 이는 그들의 문화와 사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분명히 있다. 그러므로 비르투오소를 서양 음악사의 기준에 맞추어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르네상스와 루터의 종교개혁 등 일대의 큰 이슈가 일어나면서 고귀한 음악이 종교음악(즉 교회적 성악)인 줄만 알았던 생각이 바뀌게 된다. 이렇듯 시대를 탄 음악은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 있던 그 중심을 독일, 오스트리아로 옮기게 되었고, 이에 맞물려 세속적인(악마적)이라고 불렸던 기악이 발달하게 된다.
이는 단성적이나 다성적이냐, 화성적이냐 대위적이냐를 떠나 '발달' 자체를 하나의 상태로 본다면 오히려 이 세속 음악이 고귀한 음악으로 한 단계 승화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세태 초기에는 물론 작곡가들이 종교 음악에도 많은 기여를 했지만, 세속적인 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기악형태로 발전하는 형식들도 많이 생겨났다. 또한 이런 시대를 따라 전문적인 악기 연주에 종사하는 사람이 생겨나게 됩니다.
☆ 바로크
몬티베르디 등에 의해 비로소 바로크라는 음악 사조가 생기고(시대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훗날 사람들이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분류를 한 것이다.) 라모의 화성론, J.S.바흐의 코랄 등이 나오면서 음악은 더욱더 다채로운 표현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더 다양한 표현을 위한 악기들이 등장하게 되었고 그중에 하나가 Keyboard '건반'이다.
♬ 건반이란 시초가 현악기나 관악기를 조금 더 기계적으로 정형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처음에는 오르간, 하프시코드, 쳄발로 등으로 오늘날의 피아노와 같이 타건을 하는 게 아니라 바람세기, 양을 조절하여 음을 낸다든지, 현을 가죽으로 튕겨서 소리를 내게끔 만들었다. 이에 따라서는 작곡가가 악기가 가진 고유의 효과와 기교를 구상하여 발표하는 '실험적' 악곡들이 많이 생겨났다. 점점 이러한 작곡가들의 시도에 따라 악기 자체가 발전을 이룩하여 결과적으로 '잘 조율된 건반' 평균율 클라비어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더욱 발전하여 생긴 곡들을 기반으로 한 연주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적인 '연주가'가 생겨났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아직까지 기악에 있어 작곡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흔히 말해 '오늘날까지 알려진'이라는 표제를 붙이기에는 연주가보다는 작곡가가 우선이었으리라 생각된다.
※ 추천곡 : J. S.바흐 -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 (BWV.846 ~ 869) / 제 2권 (BWV 870 ~ 893) / 파르티타 (BWV 825 ~ 830), J. F.헨델 - 건반을 위한 모음곡 (HWV.436) 중 2번, 7번 / 쳄발로를 위한 모음곡 (HWV.436) 中 11곡 사라반드(추천연주 :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 글렌 굴드(바흐 건반 전집), 프리드리히 굴다)
★ 고전파
M.V.베버를 시점으로 시작되었다고 하나 하이든이 그 주춧돌인 동시에 확립을 하지 않았나 생각되기도 한다. 하프시코드, 쳄발로, 클라비어코드를 이어 '크리스토포리'라는 이탈리아 사람이 1709년에 '피아노포르테'로 건반을 개량하였다. 이를 독일이나 영국이 조금 더 자기네 식으로, 진보적으로 개발을 해서 점점 그 발전이 빛을 발하던 시기였다.
♬ 베토벤은 피아니스트로 데뷔하였으며 그는 굉장한 피아니즘을 갖고 있었다. 모차르트, 클레멘티 또한 당대에는 따라올 수 없는 기교를 구사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둘의 피아노 시합을 구경하러 - 시합은 모차르트의 연주 여행 중에 있었다고 한다. - 수많은 작곡가들과 연주가들이 모였다고 할 정도이다.) 이 시대에는 화성음악이 발전하면서 '소나타'라는 형식이 극에 치닫도록 발전하였다. 그것은 충분히 서양적인 논리에 의한 것이며, 당시 사회적 상황으로 보아 절대 왕권이 점점 몰락해가는 시기였기 때문에 바로크와는 사뭇 다른 시도가 형식적으로, 기술적으로 아주 풍부했다.
♬ 특히 베토벤은 이러한 소나타 형식에 자신의 철학을 담았고, 굉장히 유일무이한 형식으로까지 발전을 시켰으며 나중에는 대위법적인 기법까지 범주에 넣으려 하였다. 자신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으므로 그의 초기작품은 동시대 사람들보다 훨씬 어려운 연주 기교를 담고 있으며 그 내용 또한 굉장히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로 인해 훗날 연주가들이 독립할 수 있을 만한 레퍼토리가 탄생되기 시작하였고, 그것은 작곡가에게도 실로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역시 바로크시대처럼 아직은 이 시대까지도 유명한(훌륭한) 연주가라기보다는 작곡가가 훨씬 우선이었고, 사실적으로 연주도 작곡가가 지휘까지 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또 궁정 음악이라는 것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에 비르투오소라면 작곡가가 비르투오소라고 말할 수 있다.
※ 추천곡 :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피아노 협주곡 (연주 : 발터 기제킹, 릴리 크라우스,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피아노 협주곡 전5곡(연주 : 빌헬름 박하우스, 빌헬름 켐프, 에밀 길레스, 아루트로 베네디티),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피아노 협주곡 (연주 :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
☆ 낭만파
베토벤 후기를 기점으로 시작된 낭만주의 사조는 그 내용과 핵심에 있어서 굉장히 문학적인 것이었다. 이에 따라 철학이나 논리를 담은 소나타 형식이 고전파 시대보다 그 수가 줄어들게 되었고 반면 표제 음악이 생겨나서 단악장으로 구성된 가요 형식이나, 소품들이 많이 탄생하였다. 또한 피아노가 오늘날의 피아노처럼 88건반을 모두 갖추게 된 시기가 바로 1794년(고전주의 말 - 낭만주의)이었다. 이러한 중요한 두 요소는 '기교적'인 음악의 탄생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 실제로 소나타는 가장 간략하고 경제적인 음악 어법을 원하는 형식인 반면 낭만주의의 소품들은 충분히 작곡가의 연주 능력을 겉으로 드러내는 데에는 보다 효과적이었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는 비로소 '비르투오소'라는 명칭이 실감이 나는 시대가 되었고, 실제로 이 시대에는 앞에서 언급하지 못했던 훌륭한 연주가(연주 전문)가 나오게 되었다.
♬ 이러한 세태에 가장 공이 큰 작곡가이자 비르투오소 연주가 전통의 핵심인물은 바로 F.쇼팽과 F.리스트 그리고 N.파가니니 이다. 파가니니는 '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비르투오소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하면 어느 누구도 다른 의견을 낼 사람은 없다. 그가 보여준 악마적이고 신들린 기교는 문헌뿐만 아니라 그의 영향을 받아 작곡을 한 슈만, 리스트, 브람스 등의 낭만주의 대가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것은 연주 자체로 큰 파동을 일으킨 것으로 어떻게 보면 비르투오소들에게 '테크니션'이라는 명칭이 덧붙여질 수 있었던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 쇼팽은 보다 수준이 높은 감성적인 음악으로, 피아노에 있어서는 짧은 생애동안 극한의 표현을 해 낸 작곡가이다. 그의 에튀드는 자신의 연주 기교를 보다 좋게 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도 보이지만 연주자로서의 자질, 즉 표현과 감성 능력도 연습하게끔 곡을 만들었다. 이전 시대에 스케일, 아르페지오와 같은 기본만 연습했던 연습곡들과는 달리 총체적인 음악적 능력까지 다루게 한 진정한 비르투오소적 작품이라 볼 수 있다.
♬ 리스트는 190cm가 넘는 키에 12도를 옥타브처럼 누르는 거대한 손, 상상할 수 없는 테크닉을 소유한 연주가였다. 실제로 쇼팽보다도 피아노를 잘 쳤다.(기교적인 면에서) 그의 손가락은 피아노의 파가니니라고 불릴 만큼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빨랐고, 선천적으로 초견과 편곡에 뛰어났다.(그의 능력은 오케스트라를 듣고 그것을 즉석에서 피아노로 편곡해서 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가 만든 피아노 음악은 실질적으로 철학을 담고 있거나 깊은 감성을 담아내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기교적인 작품은 독주 피아노로 낼 수 있는 음역과 음량을 넓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날에도 피아니스트들이 그의 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일 듯싶다. 또한 리스트는 비르투오소로서 오늘날 이루어지는 '피아노 리사이틀'을 처음 시도한 연주가였다. 최초로 암보 연주를 시도한 것도 그였다.
♬ 이들로 보아 실제적으로는 비르투오소 피아니즘 전통 물줄기의 가장 상류가 바로 리스트와 쇼팽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신곡을 연주할 뿐만 아니라 고전주의, 바로크의 곡들을 자신의 해석대로 연주를 하면서 공식적으로 평가를 받고, 그 음악을 즐기는 즉 '살롱 문화(뜻을 같이 하는 음악적 동인을 만드는 것)'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고, 이는 세대가 아래로 내려감에 따라 그를 물려받는 대가들이 나오는 것에 또 기여를 하였다.
이 시대에는 요제프 요하임 등의 전문 연주가들이 나왔다. 요하임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소나타의 운지를 처음 에디션 한 바이올리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리스트, 파가니니 또한 그를 따를 연주가가 없었으므로 전문 연주가에 속할 수 있겠다.
※ 추천곡 : 쇼팽 에튀드 Op.10, 25(연주-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 클라우디오 아라우, 니키타 마갈로프, 졸탄 코시스, 폴리니), 쇼팽 Fantasie Op.49(연주-아르투르 루빈스타인, 클라우디오 아라우), 리스트 초절기교, 파가니니 에튀드(연주-클라우디오 아라우, 예브게니 키신), 리스트 편곡-리골레토, 파우스트 왈츠, 박쥐(연주-랑랑, 미하엘 캄파넬라, 미샤 디히터), 리스트 2개의 전설(연주-클라우디오 아라우)
★ 후기낭만주의 ~ 20세기(근현대) 및 현대음악 시대
후기낭만주의는 작곡가들의 반음계의 시도에 따라 200년 가까이 체계화 되어왔던 조성음악이 서서히 무너지는 시기였다. 바그너에 의해 확립된 표제음악과 극음악의 영향을 받아 R.슈트라우스, H.볼프 등의 작곡가는 극적인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G.말러 등에 의해 심포니가 새로운 옷을 입게 되었으며 결국에는 아예 다른 옷을 입어버려서 주인이 없는 음조를 기반으로 한 무조음악이 탄생되게 되었다.
♬ 이러한 사조에 따라 작곡가들은 자신이 연주를 직접 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창조주'의 자리에 있고 싶은 생각이 더 강렬했기 때문에 연주자와 작곡자가 거의 분리된 시기였다. 1900년대로 들어오면서, 즉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부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 연주자가 나오게 된다. 클리포드 커즌, 이그나즈 프리드먼, 에밀 길레스, 레오폴드 고도프스키, 클라라 하스킬 등이 바로 전문 연주가에 속한다.
♬ 이들 중 1873년생 S.라흐마니노프는 낭만주의에서 언급한 리스트, 쇼팽의 비르투오소 전통을 이어받은 연주가, 작곡가이다. 그는 시대사조에 맞는 무조성 곡을 거의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 슬라브적 음악 요소와 엄청난 피아니즘으로 20세기 최고의 피아노 협주곡이라고 칭송받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3번'을 탄생시켰고, 지금까지도 그 자신의 연주를 따라갈 피아니스트는 없다고 보고 있다. 그의 음반으로는 자신의 작품을 연주한 것이 유명하고, 쇼팽 스케르초, 발라드, 스크리아빈 등을 연주한 것이 남아 있다.
♬ 1900년 중반으로 들어오면 이미 형성된 레퍼토리가 무수히 많고, 현대 음악에 있어 피아노 독주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실질적으로 많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비르투오소의 물결은 이제 작곡자가 아닌 전문 연주가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그 물줄기의 하류에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라는 피아니스트가 있다. 그는 러시아 태생으로 말 그대로 초절기교를 20세기에 실현한 피아니스트였다. 그의 주법은 정석적이지 않았으며(흔히 나쁜 주법이라고 일컫는 주법) 독특한 음색, 그리고 무엇보다 들으면 입이 떡 벌어지는 기교로 비르투오소를 실현한 피아니스트였다. 그로써 '비르투오소'는 연주의 대가에서 명확히 '테크니션'을 의미하는 말로 되었고, 조금 더 진지한 예술을 하는 피아니스트들에게는 '마에스트로'라는 존칭이 쓰이게 되었다. 결론적인, 현실적인 관점으로 보아 '비르투오소 피아니즘'의 의미를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피아니스트들이 꿈꾸는 이상향 중에 하나일수 있다는 점, 다른 피아니스트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고 그것이 뛰어난 기교라고 한다면 과연 비르투오소라고 말할 수 있다.
※ 추천곡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 3번(연주-라흐마니노프, 호로비츠,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 에밀 길레스), 스크리아빈 에튀드 Op.42, 소나타(연주-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 에밀 길레스, 미하엘 길렌),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 3, 5번(연주-스피아토슬라브 리히터,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예브게니 키신), 아르놀드 쇤베르크 피아노 모음곡 Op.25(연주-마우리치오 폴리니)